카테고리 없음

[국진이의이야기]5월 23일(금) - 해당화

국진이의이야기 2025. 5. 23. 00:05
728x90

해당화는 우리문학에서 향토적 정서와 그리움과 기다림의 상징이었으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의 모습으로 비유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원조논쟁이 많이 있습니다. 지방의 관광지 특산음식 식당을 찾다 보면 ‘원조’라고 하는 곳이 여러 개 인 것 까지는 양해할 수준인데 ‘진짜원조’라고 하는 곳도 몇 군데가 되는 것을 보곤 합니다.  

우리의 아리랑에서도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이 각기 자기지역 아리랑이 원조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전라도 해안지방의 민속놀이인 강강술래도 발생지역을 두고 해남, 진도, 완도가 각각 자신들이 원조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대중가요에서도, 나훈아 의「고향역」이 익산역과 황등역이 서로 자기들이 노래가사의 고향역이라고 다투고 있으며, 김태희 의「 소양강처녀」의 배경을 두고 춘천과 가평이, 이미자 의 「동백아가씨」를 두고서는 통영과 거제가 서로 자기지역이 노래의 배경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예부터, 경북 영덕과 울진이 ‘대게’ 상표 싸움을 하는 것은, 특산물의 판매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에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만, 최근 들어서 각 지자체별로 노래의 배경과 문학의 배경이 자기지역이라고 원조논쟁을 많이 벌이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에 문화관광, 문학관광이 활성화 되면서, 많이 알려진 노래나, 시, 소설의 지명이나 배경은 문화관광, 문학관광에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하고 매력적인 콘텐츠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자 씨(1941~ )의 대표곡중의 하나인「섬마을 선생님」은 특이하게 현재 3개의 섬마을이 자기들이 이 노래의 배경이 되는 곳이라고 원조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열아홉 살 섬 색시가 순정을 바쳐...

 


이 노래는 1966년 방송된 KBS라디오 드라마「섬마을 선생님」의 동명(同名)의 주제가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이 노래도 대 히트를 기록하게 되는데 「동백아가씨」와 함께 이미자 씨의 확실한 대표곡이 되었습니다. 

이「섬마을 선생님」의 배경을, 안산시의 대부도, 옹진군의 대이작도, 옹진군의 소야도, 세 곳이 서로 자기들 섬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래비도 세우고, 총각선생님, 섬 색시 선발대회도 하며, 해당화 꽃동산도 만들고 있습니다. 

해당화는 우리나라 각 해안과 제주도를 비롯한 섬 지역 모래땅이나 바위틈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피어납니다.

 


해당화는 찔레꽃이 피는 지금부터 피기 시작하면, 6월에 절정을 이루고, 7월, 8월까지 계속 피고지고 어떤 것은 가을까지 피는 꽃입니다.

해당화는 우리나라가 원산지로, 토종 장미라고 보면 되는데, 장미 보다 더욱 청초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 해변의 모래밭이나 산기슭에서 볼 수 있는 꽃인데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것 같아서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지금은 북한 땅이지만, 원산의 ‘명사십리 해당화’가 있으며, 강원도 고성 화진포와 송지호 해변의 해당화 축제가 있고, 울릉도의 해당화 피는 날, 태안 신두리 해당화 축제, 제주 구좌읍 해당화 문화축제 등이 매년 5월과 6월에 열리고 있습니다.

 


해당화(海棠花)는 바다 해(海)자에, 아가위나무 당(棠)자를 씁니다. 즉 바닷가에서 피는 아가위나무 꽃이라는 뜻입니다. 아가위나무는 애기사과를 닮은 작은 열매를 맺는 산사나무로 ‘산사춘’ 이라는 술을 만들고, 중국 동북지역에서는 이 열매로 ‘탕후루’를 만듭니다. 

해당화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 관목으로,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동북아시아가 주 분포지역입니다. 땅속줄기(地下莖)로 뻗어가며, 갈색 가시가 털 같이 빽빽이 나있고, 꽃은 색깔을 언어로는 표현하기 힘든 오묘한 짙은 분홍색으로 아름답기 그지없고, 방향성 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특유의 향기가 있으며, 열매는 8월과 9월에 황적색으로 익어 가는데 꽃 사과 모양으로 아름다워서 관상용으로도 많이 식재하고 있습니다. 

해당화는 한국문학에서 향토적 정서와 그리움과 기다림의 상징으로 특히,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의 모습으로 비유되곤 합니다. 

해변에서 진한 분홍색의 애잔한 꽃으로 피어서 바람에 흔들리는 해당화의 모양은,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여인의 애처로운 모습으로 보였을 것 같습니다. 

해당화가 가지고 있는 ‘그리움과 기다림’의 이미지 때문에, 우리 정서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해안이나 섬 지역에서는 남, 여 간의 가슴 아픈 사랑의 전설이 많이 남아 있으며, 우리문화에서 시(詩)나 노래의 중요한 소재가 되었습니다.  

 


한용운 선생(1879~1944)의 기다림의 시「해당화」가 있습니다. 1926년 『님의 침묵』에 수록된 것입니다. 

   당신은 해당화가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나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들은 체 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다 경대위에 놓입디다. 그려.

아이들은 꽃에 취해 있는데 “해당화가 피기 전에 오신다.”는 말을 굳게 믿고 기다렸건만,   님은 오지 않고 속절없이 해당화는 피어 있는 현실이 야속할 뿐입니다. 

여기에서 해당화가 피기 전에 오신다는 ‘님’은 한용운 선생이 고대했던 ‘조국해방’이라는 해석에 이견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님 이 조국해방이 아니고 진짜 ‘사랑하는 님’ 이라고 하고 음미해 보아도 더 아름답고, 애틋하고, 야속한 현실의 시가 될 것 같습니다. 

당 현종은 양귀비를 해당화에 비유를 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중국의 시인들은 해당화를 두고서 ‘꽃 중의 신선이다(花中神仙)’ 라거나, ‘꽃 중에 지존이다(百花之尊)’이라고 칭송을 했습니다. 

해당화는 특히 꽃의 향기가 좋아서, 향수가 없었을 때 여인들이 향낭(향주머니)을 만들어서 차고 다녔고, 잎을 말려서 널리 차로 만들어서 먹었으며, 향기와 붉은빛이 있어 술로 담그는 것도 인기가 있었습니다. 

또, 해당화 꽃잎을 따다가 밥 지을 때에 넣으면 붉은색 밥이 되는데, 이는 생일날에 팥밥을 지어 먹어 재액(災厄)을 물리친다고 하는, 주술적인 의미가 있었습니다.

 


해당화의 익은 열매는 비타민C가 레몬17개의 정도의 함유량을 가지고 있어서, 생식을 해도 좋고, 꿀에 재어 먹어도 좋은데, 고혈압, 당뇨, 비만, 뇌졸중, 심근경색 등 대사증후군 및 성인병 억제에 도움을 줍니다. 또, 비타민E도 풍부해서 노화를 방지하고, 우리 몸의 유해산소를 없애주어 암세포 증식을 억제시킨다고 합니다.  

해당화의 학명은 ‘로사 루고사(Rosa Rugosa)’ 로 ‘산호 장미’ 라는 의미이며, 영어는 ‘루고사 로즈(Rugosa Rose)’ 로 라틴어 학명을 영어로 단순히 바꾼 것입니다. 

일본어로는 ‘하마나스(はまなす;浜茄子)’ 라고 하는데, 왜 ’항구의 가지(채소)‘ 라고 했는지 궁금합니다. 중국어로는 ’메이궤이(玫瑰)‘라고 하는데, 해당화의 열매가 구슬 같다는 표현입니다. 

해당화는 변종이 많이 있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해당화 이외에, 줄기에 털이 없거나 작은 개해당화가 있고, 꽃잎이 겹인 만첩해당화(겹 해당화), 가시가 없고, 잎이 작고 주름이 없는 민해당화,  흰색 꽃이 피는 흰 해당화 등이 있습니다. 

(2025. 05 -국진)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