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진이의이야기

[국진이의이야기]6월 11일(수) - 금계국

국진이의이야기 2025. 6. 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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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모양과 하늘하늘한 꽃대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색깔만 노란색이지 영락없이 코스모스를 닮은 꽃 ‘금계국’ 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금계국이 생태계 교란식물이란 것을 아십니까?


여름이 막 시작되는 지금부터, 도심의 길가와 기찻길, 고속도로와 국도주변, 길모퉁이의 언덕이나 절개지 등에 형광 빛 진 노란색으로 확 눈길을 끄는 꽃이 있습니다. 금계국(金鷄菊)이란 이름만 몰랐을 뿐이지 갈수록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입니다. 

꽃의 모양과 하늘하늘한 꽃대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영락없이 코스모스를 닮았습니다. 코스모스가 가을의 시작을 알려 주는 꽃이라고 한다면, 여름의 시작을 알려 주는 꽃이 금계국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금계국을 여름 코스모스라고도 합니다. 


가을 코스모스가 분홍색, 빨강색, 자주색, 하얀색 등 다양한 것에 비하면, 금계국은 진 노란색 단색으로 되어 있는 것이 다릅니다. 

금계국 꽃의 화려함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합니다만, 실제 그 자리는 가을에 코스모스가 피어야 할 자리로, 즉 코스모스를 밀어내고 그 곳을 차지한 것입니다. 

계절을 앞서가는 가을 이야기입니다만, 새파란 가을 하늘 아래 황금빛 들녘이 펼쳐지고, 그 중간으로 이어지는 고향 앞길에는, 코스모스가 하늘하늘 피어있어야 정서상 구색이 맞을  것 같습니다. 

코스모스(Cosmos)는 서양의 선교사들에 의해 우리나라에 들어 온지 겨우 100여년이 흘렀는데, 우리 국민 대부분이 이름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꽃이 되었고, 우리의 정서나, 문학, 가요 등에서 ‘가을’과 ‘고향’과 ‘그리움’의 대명사로 유래를 찾기 어려울 만큼 단기간에 강하게 자리를 잡은 꽃입니다. 

 


꽃의 아름다움이야 금계국이든 코스모스이든 우열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 하지만, 코스모스가 가지고 있는 ‘가을’과 ‘고향’과 ‘그리움’의 정서를 금계국이 대신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금계국도 코스모스와 같은 국화과로 북미(北美)가 원산지인데, 금계국은 코스모스 보다는 늦은 1960년대에 도로변과 공원조성을 위해서 우리가 도입한 화훼식물입니다.

특히,1988년 서울 올림픽 준비시기에, 꽃길 조성 및 공원조성 사업을 하면서, 다년생으로 한번만 심으면 매년 같은 곳에서 화려한 꽃을 피우는 금계국이 비용도 줄여주고 관리도 쉬운 꽃이란 이유로, 지자체가 너도 나도 전국 도로변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심은 것이 우리가 오늘 날 코스모스 보다 흔하게 볼 수 있기에 이른 것입니다. 

금계국속(屬)에는, 다년생인 큰금계국, 한해살이의 금계국, 엷은 노란색 꽃잎의 솔잎금계국, 꽃잎에 검붉은 반점이 있고 꽃잎이 가녀린 기생초(妓生草)가 있는데, 우리는 보통 통칭하여 금계국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지금 길가에서 만나는 금계국은 대부분이 키가 30~60cm 정도 까지 자라고, 다년생인 큰금계국입니다. 즉 여기에서 금계국이라고 하는 것은 큰금계국을 지칭 합니다. 

금계국은 빠르면 5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6월에 절정을 이루며, 늦게 피는 것은 8월까지도 핍니다. 금계국이 특이한 것은 8월경에 줄기의 20cm정도를 남기고 잘라주면 새로운 꽃대가 올라와 9~10월에 2차로 꽃을 피웁니다. 번식은 가을에 익은 씨앗을 가을파종을 하거나, 봄 파종을 하며, 다년생이기 때문에 분주(포기나누기)로도 번식이 됩니다. 

 


금계국의 이름은, 중국에서 이름 붙인 것으로 꽃잎 모양과 색깔이, 관상용 조류(鳥類)인 금계(金鷄)의 벼슬을 닮은 국화(菊花)라는 뜻으로 금계국(金鷄菊)이라고 했습니다.

영어로는 금계국을 황금물결이라는 의미로 골든 웨이브(Golden-wave) 라고 하기도 하고, 코스모스를 닮았다고 옐로우 코스모스(Yellow cosmos)라고도 합니다. 

금계국은 군락으로 핀 꽃도 아름답고, 봄꽃이 어느 정도 막을 내리고, 가을꽃이 피기에는 이른 지금에 가장 화려하게 등장하는 꽃이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금계국 꽃 정원과 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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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안군의 남강 변에 조성된 악양생태공원 및 악양둑방의 금계국이 유명하며, 순천만 국가정원, 구미의 낙동강 체육공원, 충주시 동량면의 동량역, 제주도 성산읍의 섭지코지 등의 금계국 정원이 아름답습니다.  

금계국은 햇빛이 들고, 물 빠짐에 좋으면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며, 다년생으로 한번 뿌리를 내리면 왕성하게 퍼져 나가고 해 마다 꽃이 핍니다. 이것만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토양과 도로변 절개지 등에 식재하기에는 큰 장점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심겨진 금계국이 식재되어 있는 곳으로부터 탈출하여, 의도하지 않은 장소까지 넓게 야생하는 군락이 급속히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식물분류학에서는 이를 탈출외래종(脫出外來種)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탈출하여 야생화 되어버린 다년생 금계국은, 뿌리로 왕성하게 번식을 하는데다, 한 뿌리에서 여러 갈래의 줄기와 꽃이 자라나며 주변 토종 식물을 고사시키기에 이르고 있습니다. 아마 꽃길 조성을 위해서 도입하여 유행처럼 심을 때는 여기까진 생각을 못 한 것 같습니다. 

 


『한국식물생태보감』에서 김종원 교수는 ‘금계국이 가시박, 돼지풀 등 기존 생태교란식물 보다 훨씬 한국 식물생태계에 위협적이다.’ 라고 할 정도로 생태교란성이 있는 식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2018년에 금계국도 가시박, 돼지풀 등과 마찬가지로「생태계교란식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2006년에 희귀종과 토종식물 서식처가 심각하게 침범을 받는다고, 금계국을 ‘생태계 위협종’ 으로 지정하고 해마다 퇴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생태계 교란식물(攪亂植物)지정이란, 외래식물 또는 특정지역식물, 유전자 변형 식물체 중에서 생태계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가능성이 있는 식물에 대해, 위해성이 판단되는 경우 <환경부장관>이 지정, 고시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동물로는 잘 알려진, 황소개구리, 불루길, 베스, 붉은귀거북, 뉴트리아, 꽃매미, 붉은 불개미, 미국가재 등이 있으며, 식물로는 가시박, 돼지풀, 도깨비가지, 미국자리공, 애기수영, 가시상추, 환삼덩굴, 금계국 등이 있습니다. 

식물 중에 가장 생태계교란 정도가 심하다고 할 수 있는 가시박이 도입된 경위를 보면, 최초 도입 결정시에 예상할 수 있는 피해를 간과한 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시박은 북미가 원산지인데 1980년대 후반 병충해에 강하다고, 수박이나 오이에 접(接) 붙이는 대목으로 사용하기 위해 도입을 한 것입니다. 농업기술센터의 공무원 제안이 채택 된 것으로 포상금까지 받으면서 성공적으로 도입을 한 것입니다.

이 가시박이 얼마 지나지 않아, 재배지로부터 탈출하여 전국의 강과 하천 둑, 언덕 등에 자리를 잡아, 주위의 모든 식물, 심지어 나무까지도 마구 타고 올라가, 햇빛을 가려서 식물을 죽이고, 아래의 식물을 자라지 못하게 하고 있어, 양순한 우리 토종 식물에게는 가히 약탈적으로 피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어떤 목적으로 들여왔던,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들어왔던, 가시박, 금계국 등은 토종식물의 생태계 균형을 교란하고 있으며, 환삼덩굴이나, 단풍잎돼지풀 등은 꽃가루가 알러지성 비염을 유발하고, 미국자리공 등은 토양의 산성화를 급속히 진전시키며, 도깨비가지와 애기수영 등은 독성이 있어 가축의 섭생에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돼지풀이나 환삼덩굴 등은 이미 전국에 광범위하게 퍼져서 퇴치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이 경우에는 퇴치보다는 생태계를 덜 교란시키는 방법으로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 같습니다. 

반면, 생태계 교란정도가 심하고, 앞으로 더 큰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는, 가시박 등은 좀 더 적극적으로 퇴치활동의 전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5. 06 - 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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