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진이의이야기]6월 18일(수) - 토끼풀
내 고향 언덕에 피던 크로바 그리운 시절 따라 생각납니다.
풀꽃반지 끼워주며 다짐한 일을 그 사람 지금도 알고 계실까?
시골 어느 초등학교 3학년 자연시간에 똘똘한 한 학생의 질문입니다.
“토끼는 토끼풀만 먹고, 개구리는 개구리밥만 먹습니까?”
붕어빵에 붕어가 없고, 바나나 우유에 바나나가 없는 배신(背信)의 시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이니 있을법한 질문입니다. 선생님이 뭐라고 대답을 했을지 궁금합니다.
故 이어령(李御寧;1933~2022)선생님이 어릴 때 고향인 충남 아산에서 있었던 일로, 선생님 수필에 나온 내용입니다. 우리나라는 한방향의 가르침은 많았지만, 질문하고 대답하고, 토론하는 쌍방향의 교육은 없었고, 어쩌면 이러한 쌍방향의 교육자체를 서로가 불편해 했었다고 선생님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이 어린 시절, 바로위에 형이 서당(書堂)을 들어가는데, 형하고 같이 놀고도 싶고, 공부도 하고 싶어서 서당 가겠다고 하도 떼를 쓰니까, 서당에서 받아주지 않는 다섯 살인데도, 아버지가 훈장님께 부탁을 해서 서당에 특별 입교를 했습니다.
첫 시간에 천자문(千字文)을 공부하는데 “하늘 천(天), 따 지(地), 검을 현(玄), 누르 황(黃)” 이라고 하면서, 훈장님이 “우주에는 하늘과 땅이 있고,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 는 뜻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이때, 제일 나이가 어린 이어령 학생이 훈장에게 “왜 하늘이 검은색 이예요? 하늘은 파란색이잖아요?”라고 하니까. 훈장님이 “야! 이놈아 밤에 봐라 하늘이 검은색이지!” 라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다시 이어령 학생이 “하늘은 밤에만 있은 것이 아니잖습니까?” 라고 다시 질문을 하니까. 훈장님이 “야 이놈아 너 내일부터 나오지 마!” 그래서 그 어린 나이에 서당에서 잘렸다는 일화를 이야기 했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일화를 생각하며, 초등학교 3학년 자연시간에 질문한 똘똘한 학생에게 제가 답을 해 보려고 합니다.
토끼풀은 토끼도 먹고, 소도 먹고, 염소도 먹습니다. 그러나 개구리밥은 부평초(浮萍草)라고도 하는데, 호수에 떠다니면서 사는 풀로, 개구리는 날아다니는 살아 있는 것 먹지, 물에 빠진 개구리밥 먹지 않습니다.
또, 토끼풀에도 토끼에게 독으로 작용하는 ‘시안산’ 성분이 있어서, 실제로는 그렇게 잘 먹거나 많이 먹지는 않습니다. 토끼풀도 이름이 주는 조금의 혼선이라고 봅니다. 토끼풀은 토끼가 잘 먹어서 토끼풀이 아니고, 꽃봉오리가 토끼꼬리 모양을 닮았다고 토끼풀이라고 했다는 설이 정설입니다.
요즘, 잔디밭이나 하천변, 초원 등에 무리지어 하얗게 피어있는 토끼풀 꽃의 모습은, 하나하나의 꽃은 그렇게 예쁘다고는 할 수 없어도, 초원에 지천으로 토끼풀 꽃이 하얗게 피어있는 모습은 구름위에 떠 있는 것 같은 장관입니다.
방주연(1951~ )의 노래「풀꽃반지」의 가사 1절입니다.
내 고향 언덕에 피던 크로바
그리운 시절 따라 생각납니다.
풀꽃반지 끼워주며 다짐한 일을
그 사람 지금도 알고 계실까.
지금은 먼 옛날 추억의 풀꽃반지
가냘픈 마음속에 남아 있어요.
지금의 풍요한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은 풀꽃 반지 하면, 돌 반지, 금반지, 다이아 반지는 알아도 “뭔 소리여?” 하겠지만, 옛날의 연인들은 반지 살 돈도 없었고, 반지 사러 시내를 갔다가 올 수 있는 교통편도 없었기에, 풀밭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토끼풀 꽃을 묶어서 반지를 만들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끼워주며 맹세를 하곤 했습니다.
정연복 시인은「풀꽃반지」의 시에서 “풀꽃반지 주고받은 적이 없으면, 낭만적 연애를 모르는 거다. 풀꽃반지 감동을 못 느낀다면 아직 참 사랑을 모르는 거다.”라고 했습니다.
토끼풀은 유럽이 원산지로, 이제는 극지나, 사막 빼고는 전 세계에 퍼져 있을 정도로 번식력이 강한데, 우리나라에는 조선말 개항시기에 사료작물로 들어와서 전국적으로 퍼져서 토착화 된 것입니다.
토끼풀은 여러 해 살이 풀로, 뻗어나가는 줄기와 씨앗으로 엄청난 번식력을 가지고 있는데, 초원이나 제방 등에서 잔디, 민들레, 질경이 등 다른 양지 식물과 경쟁하며 살아갑니다. 그대로 두면 무조건 토끼풀이 이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잔디 관리가 중요한 골프장에서는 과히 토끼풀과의 전쟁입니다.
토끼풀은 외양은 전혀 다르지만 콩과식물입니다. 그래서 토끼풀도 콩과 마찬가지로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질소를 고정하는 식물입니다. 그러므로 비료를 주지 않아도 잘 자라며, 척박한 땅에서도 잘 번식합니다. 토끼풀은 공기 중 질소를 고정하여, 자기가 사용하고 남은 것을 토양에 남겨서 토질을 개선도 합니다.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만, 나폴레옹이 전장에서 네 잎이 달린 클로버(토끼풀)를 발견하고 네잎 클로버를 따려고 엎드리는 순간 총탄이 위로 날아가서 살았다고 해서 ‘행운의 상징’ 으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습니다.
돈 버는데 발 빠른 사람들이 네 잎만 달리는 토끼풀을 개발하여, 행운 토끼풀 농장을 만들어 대량으로 재배를 하고 있는데, 90%가 네 잎이고, 재배한 행운의 상징이 전국으로 잘 팔린다고 합니다. 어렵게 네 잎 클로버를 찾는 것도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고향 동네에서 잠깐 농촌 청소년 계몽 활동인 ‘4H클럽활동’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새마을운동 지도자의 모체가 된 것이 4H클럽활동이었는데, 상징이 네 잎 클로버로 네 잎은, 4H 클럽 계몽의 핵심인 지덕노체(智德勞體)를 의미합니다. 요즘도 지방으로 가면 가끔 시멘트로 만든 녹색의 네 잎 클로버 4H클럽 표지판을 볼 수 있습니다.
토끼풀 꽃은 보통 흰색 또는 연한 분홍색인데, 가끔 붉은색 토끼풀도 볼 수 있습니다. 꽃도 크고 아름다워서, 아예 화초로 화단과 정원에 들어앉은 것도 있습니다.
토끼풀과 모양이 아주 비슷한데, ‘괭이(고양이)밥’ 이란 풀이 있습니다. 특유의 새콤함 때문에 저도 어린 시절에 많이 뜯어 먹어 보았습니다. 맛있습니다.
대학교 기숙사 시절 룸메이트가 수의대 다니는 선배였는데, 매일 밤 11시에 커피포트에 끓여먹는 라면 타임이면, 재미나는 동물 이야기를 해 주곤 했는데, 괭이밥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 선배의 설명으로는, 소는 초식 동물이지만 고기도 먹는다고 했습니다. 암소가 새끼를 낳고 나서 태반이 적지 않은 고기인데, 다 먹는다고 합니다.
개는 잡식 동물인데 풀 뜯어 먹는다고 합니다. 전에 한동안 유행했던 말 중에 노 정객 한분이 이치에 맞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 “개 풀 뜯어 먹는 소리하지 마라”고 했습니다만, 시골에서 풀어 놓고 기르는 개는 장 청소를 위해서 부드러운 풀을 가끔 뜯어 먹는다고 합니다.
고양이는 육식 동물입니다만, 재미있는 풀을 먹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괭이밥만 찾아서 뜯어 먹는다고 합니다. 본능이 아니고 어미가 새끼들에게 가르친다고 합니다.
어미 고양이가 일부러 거친 먹이를 새끼에게 먹인 후에, 밤에 괭이밥을 찾아서 뜯어 먹는 시범으로 학습을 시킨다고 합니다. 고양이가 처음에 이 걸 먹으면 속이 편해진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또 사람은 이것을 놓치지 않고 정확히 괭이밥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도 놀랍습니다.
(2025. 06 -국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