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진이의이야기] 6월 25일(수) - 모감주나무
짙푸른 녹음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곧추서서 촘촘하게 화려한 황금빛 꽃을 피우는 모감주나무가 있습니다.
요즘 도로를 달리다가 보면, 저절로 눈길을 빼앗길 만한 화려한 노란색 꽃나무가 있습니다.
촘촘히 피어난 화려한 황금빛 꽃이, 짙푸른 녹음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곧추서서 피어오르는 ‘모감주나무’를 만나게 됩니다.
그 동안 해안가를 중심으로 군락을 지어 분포하는 귀한 나무였는데, 웬만한 꽃들을 모두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화려한 노란색 때문에, 요즘은 가로수로도 많이 식재를 하고, 또 도시공원이나 아파트단지에서 조경용으로 많이 식재되어, 지금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나무가 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갔을 때, 2018년 9월 19일 백화원 영빈관 앞 정원에, 좀 격이 맞지 않는 것 같은 북한의 최룡해와 함께 10년생 모감주나무를 기념식수 해서 더 많이 알려지게 된 나무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예부터 모감주나무의 꽃이 피면, 장마가 시작된다고 생각해서 모감주나무를 ‘장마를 알려주는 나무’ 라고 했으며, 모감주나무 꽃이 질 때쯤에 장마가 끝난다고 했습니다. 양봉인들 에게는 꽃이 부족한 장마철에 이렇게 밀원이 되어주는 꽃이 피는 모감주나무를 대단히 고마운 나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감주나무가 꽃이 질 때는 나무 아래가 황금비가 내린 듯 바닥이 노란색이기 때문에 모감주나무의 영문명이 ‘골든 레인 트리(Golden Rain Tree)’ 라고 불리어집니다.
모감주나무는 무환자나무과의 낙엽 소 교목으로 한국, 중국, 일본의 주로 바닷가에 많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꽃은 원추형 꽃차례 가지에 이삭모양으로 달리며, 6월 하순에서 7월 중순사이에 꽃이 피는데, 꽃이 지면 꽈리처럼 생긴 열매가 맺히고, 처음에는 녹색이었다가 열매가 익으면서 황색, 갈색으로 바뀝니다.
10월에 완전히 익으면 5~8mm 검고 윤기 나는 씨앗이 맺히는데, 꽈리 같은 씨방이 터지면서, 씨방에 붙은 검은 씨앗이 바람에 날려 멀리까지 분산을 합니다. 바람과, 물과, 해류를 따라서 수백km까지 멀리 이동하는데, 이 부문에서는 아마 식물 중 최고일 것 같습니다.
모감주나무 열매는 씨방에 붙은 씨앗이 체공시간을 길게 하기 위해서 회전하면서 떨어지게 구조화 되어 있는데, 초속3m의 바람에 150m정도를 날아간다고 합니다.
갈색씨방은 코르크질로 물에 떨어지면, 까만 씨앗을 실은, 낮은 돛을 단 배가 되는 모양입니다. 때문에 모감주나무를 중국이 원산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감주나무 씨앗이 해류를 따라서 중국 동해안에서 우리의 서해안 까지 흘러와서 군데, 군데 군락을 이루었고, 또 해류를 따라서 우리의 남, 동해안으로 흘러갔고, 다시 일본해변까지 흘러갔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감주나무는 우리의 해안가뿐만 아니고, 대구, 안동, 충북 영동, 월악산 등 내륙지방에서도 자생 군락지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중국에서 해류를 타고 건너 온 것도 있겠지만, 원래는 한반도 고유종 이라는 설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습니다.
모감주나무는 ‘우환(憂患)을 없애준다’ 라고 해서 ‘무환자(無患子)’ 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무환자의 옛말인 무관쥬에서 무관쥬나무가 되었다가 ‘모감주나무’가 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일설에는 중국 선종의 중심사찰 영은사의 주지의 법명이 ‘묘감‘ 이었는데, 이 법명에 염주를 의미하는 구슬 주(珠)를 붙여서 ’모감주나무‘ 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모감주나무의 다른 이름이 ‘염주나무’ 인데, 모감주나무 씨앗이 완전히 익으면 돌처럼 단단해지며 까맣고 빛이 나는데, 만질수록 반질반질 해지므로 염주의 재료로 아주 좋아서, 한 나무에서 54염주이든, 108염주이든 몇 꾸러미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염주는 원래 피나무 열매, 율무, 수정, 산호, 향나무 등으로 만드는데, 모감주나무가 ‘근심이 없는 나무’ 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최고로 취급하여 큰 스님들이 지닐 수 있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옛날에 우리는 모감주나무와 무환자나무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같이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1527년 최세진이 지은 한자 학습서『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는 환(槵)자를 ‘모관쥬 환’ 이라고 훈을 달면서, 속칭 ‘무환목(無患木)’ 이라고 한다고 했으며,『동의보감』에서는 무환자피(無患子皮)를 ‘모관쥬나모겁질’ 이라고 한글로 토를 달고 있어서, 모관쥬(모감주)와 ‘무환자’ 는 같은 것으로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최고령 모감주나무는 안동시 송천동 국도변에 350년생 보호수가 있으며, 포항시 동해면 발신리 일대 모감주나무 군락과, 충남 태안의 꽃지 해수욕장 건너편에 있는 400여 그루의 모감주나무 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중국어로 모감주나무를 란수(欒樹), 목란수(木欒樹)라고 하고 있으며, 일본어로는 역시 중국어로 된 목환자(木槵子)라는 한자를 일본어로 독음(讀音)하여 모꾸겐지(もくげんじ)라고 하고 있습니다.
한방에서 모감주나무 말린 꽃잎을 난수화(欒樹花) 라고 하는데, 주로 안질, 요도염, 장염, 이질 등의 치료에 쓰인다고 합니다.
모감주나무를 비롯한 무환자나무과(科) 나무의 열매 껍질에는 사포닌(Saponin)이 들어 있어, 물에 넣고 비비거나 끓이면 거품이 발생하여 비누 대용으로 사용 할 수 있으며, 또 꽃은 황색물감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염주, 비누, 물감 등의 필요에 의해서 사찰 주위에 심겨진 모감주나무가 많이 있습니다.
옛날 중국에서는 학덕(學德)이 높은 선비가 죽으면, 나라에서 정한 바에 따라서 묘지의 둘레에 모감주나무를 심게 할 정도로 회화나무와 더불어 귀하고 품위 있는 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두에 눈길을 빼앗는 가로수로서 모감주나무를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우리 가로수의 유행도 미루나무에서 은행나무, 느티나무로, 또 벚나무, 이팝나무, 회화나무, 마로니에(칠엽수) 등으로 많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가로수로 적당한 수종은 우선 수형(樹型)이나 꽃, 단풍이 아름다워야 하고, 도시공해와 병충해에 강해야 하며, 온도변화에 적응력이 강해야하고, 뿌리가 보도블록을 망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모감주나무는 한반도 고유종이라는데 무게가 실리는 나무이고, 현재 동북아에 주로 분포하는 귀한 나무라고 알고 있는데, 지구의 반대편 예술과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비엔나(Vienna)에서 모감주나무가 ‘황금빛 꽃 가로수’란 이름으로 세계인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모감주나무는 훌륭한 우리의 나무였는데, 이제야 가로수나 도시공원, 아파트 단지 조경용으로 식재되기 시작했을까요? 그간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것이기에 하찮은 것으로 취급해버린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나마 제천시, 시흥시가 모감주나무를 가로수로 채택하고 있으며, 충남 서천 등에서도 가로수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2025. 06 - 국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