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진이의이야기

[국진이의이야기]7월 18일(금) - 원추리

국진이의이야기 2025. 7. 18.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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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라고 하기에는 화려하고 기품이 있는 꽃, 근심을 잊어버리게 한다는 꽃, 원추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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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좀 격식 있게 사용하는 말 중에서 상대방의 부친을 높여서 부르는 말에 ‘춘부장(椿府丈)이 있고, 상대방의 모친을 높여서 부르는 말에 ’자당(慈堂)‘도 있지만, 지방의 유림(儒林)에서는 ’훤당(萱堂)‘ 이라고 많이 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상대방의 양친을 부를 때 ‘춘훤(椿萱)’이라고 하는데, 특히 서간문에서는 춘훤이라고 많이 씁니다. 

이 격식을 갖춘, 춘부장(椿府丈)과 훤당(萱堂) 이라는 말의 유래는, 모두 꽃 이름과 관련이 있습니다. 

장자(莊子)의『소요유(逍遙遊)』라는 책에는 ‘椿(동백)은 영목(靈木)으로 8천년을 사는 장수나무이다.’ 라고 동백(冬柏)나무를 춘(椿)자로 쓰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유래하여, 우리말에서 춘수(椿壽)라고 하면 장수를 의미하고, 상대방의 부친이 오래 사시기를 기원하며 ‘춘부장(椿府丈)’ 또는 ‘춘당(椿堂)’이라고 동백나무 춘(椿)자를 더하여 쓰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명한 오페라에『라트라비아타』가 있습니다. 이 오페라는 프랑스 ‘뒤마’의 소설『동백아가씨』를 이태리의 베르디가『라트라비아타(La traviata : 방황하는 여인)』라는 유명한 오페라를 만들었습니다. 이 오페라가 일본을 거치면서 ‘동백아가씨’ 라는 의미로 동백나무 춘(椿), 아가씨 희(姬),『춘희(椿姬)』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오페라가 일본을 거쳐서 들어왔기 때문에『춘희(椿姬)』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동백나무 椿자가 들어있어서인지 가장 장수하는 오페라가 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상대방의 모친을 높여 부르는 말의 ’훤당(萱堂)‘은 당나라 시인 맹교(孟郊)가 쓴「나그네(游子)」라는 시의 ’원추리 꽃‘에서 유래를 합니다.

 萱草生堂 (원추리가 집 뜰에 피어올랐으나)
 游子行天涯 (아들은 아득히 먼 곳으로 떠나있네)
 慈母徛堂 (어머니는 문 앞에 기대만 계실뿐)  
 不萱草花 (원추리 꽃은 차마 보지 못하네)

옛날 중국에서는 아들이 고향을 떠나기 전에 어머니가 거처하는 방 앞에 원추리 꽃을 심어놓고 떠나곤 했는데, 맹교의 이 시는 멀리 떠나 있는 아들을 그리는 어머니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유래하여 남의 어머니를 높여서 부를 때, 격식 있는 선비들은 원추리 훤(萱)자를 써서 ‘훤당(萱堂)’ 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계절은 벌써 하지(夏至)와 소서(小暑)를 지나, 본격적인 무더위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벌써 이렇게 더운 것을 보면 금년의 삼복(三伏)도 엄청 더울 것으로 보입니다만, 하지를 지났으니 태양은 고도를 낮추며 계절은 분명 가을로 가고 있습니다. 

 


하지를 지나면, 낮의 길이가 하루에 1~2분씩 짧아집니다. 인간은 이정도의 낮의 길이의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하지만, 식물은 이를 감지하고 여름 꽃은 서둘러서 꽃을 피우고, 가을꽃은 서둘러서 꽃눈(花芽)을 만듭니다.

우리는 ‘만화방창 호시절(萬化方暢 好時節)’이라고 하듯이. 일반적으로 봄에 가장 많은 꽃이 핀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여름에 가장 많은 꽃이 핍니다.

꽃이 피고 지는 행태에서도, 봄꽃은 녹음이 우거져서 햇빛을 가리기 전에 일제히 꽃을 피워 서둘러서 수분(受粉)을 하고 열매를 맺어야하고, 가을꽃은 해가 더 짧아지고 서리가 오기 전에 결실을 마쳐야 하는 조급함이 있습니다. 여름 꽃은, 봄꽃이나 가을꽃에 비해 조급함이 덜합니다. 때문에 배롱나무(백일홍), 무궁화, 나팔꽃, 원추리 등 여름 꽃은 피고 지고 오랜 기간 계속됩니다.

봄꽃은 우리 생활 주위에서 화려한 원색 위주의 과실류 나무 꽃(花木)이 많다면, 여름 꽃은 은은하고 소박한 기품의 풀꽃 즉, 야생화(野生花) 가 많습니다. 

 


야생화(Wildflower)는 순 우리말로는 ‘들꽃’ 입니다. 사전에서는 ‘산이나 들에 저절로 자라고 피어나는 우리 꽃’ 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야생화도감』에 보면 6월~8월 사이에 피는 많은 야생화 중에서 우리가 알만하고, 들어 봤을 것 같은 야생화를 나열하면, 나리꽃, 기린초, 패랭이, 비비추, 으아리, 엉겅퀴, 초롱꽃, 원추리 등이 있습니다. 

이 야생화 중, 꽃이 화려하고, 오래가며, 어디서나 비교적 잘 자라기 때문에 정원의 화초로 자리 잡은 꽃이 원추리, 나리꽃, 비비추, 초롱꽃 등입니다. 특히 최근 야생화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조경용으로 관상수 아래에 심거나, 조경석(造景石) 사이에 심어 가꾸는 화초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 야생화가 ‘원추리’ 입니다. 

본래 원추리는 산과 들의 경계부나 밭둑, 강둑에서 많이 자라는데, 봄에는 해가 잘 들고, 여름에는 다소 그늘진 곳에서 잘 자랍니다. 

원추리는 백합과(科)로 전 세계 20여종이 있는데 주로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 동 아시아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백운산 원추리, 홍도 원추리, 각시 원추리 등 고유종이 있습니다. 

원추리는, 키는 50~100cm 정도이고, 원뿔 모양의 뿌리가 있는 여러 해살이 초본(草本)입니다. 원추리는 주로 뿌리나누기로 번식을 하지만, 꽃이 진후에 까맣게 익는 씨앗을 채종해서 봄에 파종을 해도 됩니다. 

 


원추리의 이름은 중국『시경(詩經)』의「백혜(白兮)」라는 시에 처음으로 ‘훤초(諼草)’ 라는 이름으로 나오는데, 백혜(白兮)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전쟁터에 남편을 보낸 부인의 노래로 ‘그 근심을 잠시라도 있기 위해서 원추리를 화단에 심는다.’는 내용으로 망우초(忘憂초)라고 했으며, ‘근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마음을 속인다.’는 의미로 속일 훤(諼)자 훤초(諼草) 라고 불렀는데, 나중에 독립된 원추리 훤(萱)자를 써서 ‘훤초(萱草)’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527년 최세진이 쓴『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 한자 훤(萱)자를 ‘넘나물’ 로 쓰고, ‘망우초(忘憂草)’ 라고 한자 이름도 병기를 하고 있습니다. 넘나물은 잎이 넓다. 는 의미의 우리말 이었는데, 이 명칭은 훈몽자회 이후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1613년『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한자명 훤초(萱草)에서 유래하는 한글명 ‘원추리’가 처음으로 나오는데, 훤초에서 구전되면서 원초, 원추리로 변화된 보고 있습니다. 이어서 1820년 유희가 쓴 『물명고(物名攷)』에서도 원추리라고 표기하고 있으며, 1936년『조선산야생약용식물』과 그 후『식물도감』에서도 원추리를 정식명칭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원추리는 성질은 서늘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정신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근심을 없앤다. 이뇨제와 임질을 치료하고, 우울증과 술로 인해 발생한 황달을 치료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원추리는 먼 옛날, 어쩌면 선사시대부터 우리의 산야에 많이 있고, 잎이 넓고 크며, 부드럽기 때문에 선조들이 산채(山菜)로 널리 이용을 했습니다. 봄에 돋아나는 원추리 새순을 데쳐서 무치면, 달달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이 봄의 별미로 꼽습니다. 

또. 뿌리에는 전분이 있어서, 보릿고개나 흉년이 들었을 때는 구황식물(救荒植物)로 요긴하게 활용했으며, 원추리 꽃봉오리를 말려서 차로 우려내어 마시면, 마음이 편안해자고 근심을 잊게 된다고 하는데, 아마 ‘망우초(忘憂草)’라는 이름이 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2025. 07 - 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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