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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 『삼국지』에서, 한나라 말기에 물오른 세력가인 조조(155~220)가 당대 최고의 관상가인 허자강이란 사람을 찾아가 자신의 앞날을 물었을 때, 허자강이 머뭇거리며 “당신은 치세에는 능신(能臣)이 될 것이며, 난세에는 간웅(奸雄)이 될 것이오.”라고 말합니다. 

이 이야기는 명나라 때 나관중(1330~1400)이 쓴 소설 『삼국지연의』에서는 ‘치세(治世)는 간웅(奸雄)을 낳고, 난세(亂世)는 영웅(英雄)을 낳는다.’라고 대구법(對句法)이 되는 그럴듯한 말로 재탄생이 됩니다. 

말하자면, 한나라 말기 황건적 난이 있었던 184년부터 약 100년간이 대혼란기로 난세였고, 이 난세가 조조, 유비, 손권 등 영웅을 낳았고,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임진왜란이란 난세가 있었기 때문에 이순신(1545~1598)이란 걸출한 영웅이 탄생했듯이, 누구도 원치 않는 난세에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을 보호해 주고, 희망을 주며, 무너진 마음과 자존심에 카타르시스(Catharsis)를 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이나, 어떤 대상물이 있으면 대중들은 쉽게 열광하고, 영웅으로 만들어 낸다고 말합니다. 

 


조선 시대 양반 중심의 신분제 사회가 가진 불합리와 부당함을 고발하며, 할빈당을 조직해 극도로 부패한 탐관오리를 응징하고, 부패한 권력에 맞서는 홍길동의 모습은 신분제와 수탈로 고통받던 민중들에게 통쾌한 대리만족을 제공했습니다. 의(義)로써 행동하는 그의 명분은 도적이 아닌 영웅이었으며, 정의의 실현자로 정당성을 부여 했습니다. 또한 근래에는, 우리가 IMF 외환 위기를 겪으며, ‘한강의 기적이다.’ ‘전쟁의 폐허에서 단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유일한 나라다.’라고 찬사를 받아왔던 우리가 깊은 시름에 빠져 있었고,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있었을 때, LPGA US오픈에서 박세리 선수(1977~ )가 대역전극을 펼치며 우승함으로써 우리 국민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주었는데, IMF 외환 위기라는 난세가 박세리 선수를 더 큰 국민 영웅으로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본 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1928~1989)는 오사카에서 태어나 의학을 전공하지만, 어린 시절 미국의 디즈니 만화에 감명받아 만화가의 길을 선택합니다.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의 원폭으로 히로시마 도시 전체가 잿더미로 변하고, 그들이 신이라고 생각했던 천황이 항복하는 모습에, 일본 사람들은 크게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이때 오사무는 일본 국민에게 힘과 용기를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로봇 만화영화 『우주 소년 아톰』을 만들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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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로봇 만화영화 ‘아톰’은 실의에 빠진 일본인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고, 특히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으며,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린이에게도 ‘아톰’은 영웅이 되었고, 전범국가 일본을 전 세계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데 큰 역활을 하게 됩니다. 

미국에는 많은 사람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영웅 만화 『뽀빠이(Popeye)』가 있습니다. 원작 만화 『뽀빠이』는 E.C.세가(Segar, 1894~1938)가 1929년 신문에 연재한 만화였는데, 당시 미국은 대공황 시대로 많은 노동자들이 실직으로 실의에 빠졌지만, 울분을 발산할 길이 없었던 시기였습니다. 이때 세가(Segar)는 뽀빠이를 자본가 브루투스에게 핍박받는 노동자를 구하는 영웅으로 그렸습니다. 

 


뽀빠이는 여자 친구인 올리브가 악당 브루투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어디서든 나타나 ‘시금치 통조림’을 먹으면 초인적(超人的)인 힘을 내서 브루투스를 물리칩니다. 이 뽀빠이는, 시금치에 칼슘과 철분이 많아서 어린이 성장과 빈혈 예방이 도움이 되는데, 어린이들이 시금치를 잘 먹지 않으므로, 효과적으로 시금치를 먹게 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홍보영화로도 만들어지게 됩니다. 

덕분에, 1930년대 미국에서는 시금치 소비가 33%나 증가했으며, 대공황으로 도산 직전의 미국 시금치 산업이 다시 살아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텍사스 크리스털 시티 시금치 재배단지에서는 뽀빠이에 대한 고마움으로 ‘뽀빠이 동상’을 만들어 세웠다고 합니다. 

겨울이 제철인 채소는 많지 않습니다만, 우리의 재래종 시금치는 특이하게 겨울이 제철인 채소입니다. 가을에 파종한 시금치가 자라면서 겨울을 맞이하는데, 내한성이 강하기 때문에 겨울 노지(露地)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천천히 자랍니다.

 


달맞이꽃, 냉이, 망초 등 해넘이 1년생 초본(草本)의 특징이, 겨울에 땅바닥에 납작 붙어있는 로제트(Rosette) 상태로 되는데, 이 상태의 시금치가 양은 적지만 맛은 최고입니다. 한겨울의 시금치는 얼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잎에 당도(糖度)를 올리게 되므로 단맛이 최고가 됩니다. 비슷한 이유로 겨울이 더 달달한 채소로 대파와 당근도 있습니다. 

시금치는 과거에는 명아주과로 분류가 되었습니다만, 명아주가 비름과의 아과(亞科)로 바뀌며 현재 시금치는 비름과(科)로 분류합니다. 시금치라는 이름의 유래는, 뿌리 부분이 붉은빛을 띠고 있다고 중국에서 적근채(赤根菜)라고 하는데, 이 적근채를 중국 발음으로 ‘치근차이’라고 한 것이, 한국에서 치근채로 되었다가, 또 시근채 다시 시금치로 바뀌게 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부모님들은 일제 강점기의 일본말도 그때는 사용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시금치라고 하지 않고 일본말로 호렌소(ほうれん草)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영어로는 시금치를 스피니치(Spinach) 라고 합니다.

시금치는 페르시아(현재 이란)지역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는데, 이슬람교도에 의해서 전 세계로 전파가 된 채소라고 합니다. 당나라 때 중국으로 들어왔고, 우리나라에서는 1527년 최세진이 쓴『훈몽자회(訓蒙字會)』에 시금치의 기록이 처음 있는 것으로 보았을 때, 조선 초기에 들어와 재배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시금치는 크게 보면, 재래종인 동양종과 개량종인 서양종이 있습니다. 동양종(재래종)은 해넘이 1년생으로 겨울 시금치라 불리며, 늦가을, 겨울, 봄까지 먹는 것인데, 잎이 작고 뿌리 부분에 붉은 기가 많으며 당도가 높은 시금치로 겨울인 지금 제철로 먹는 귀한 채소입니다. 우리나라 재래종의 주요 생산지는 경북 포항, 경남 고성, 남해, 전남 순천, 신안 등인데, 포항 시금치가 ‘포항초(지리적 표시제 96호)’ 라고 해서 제일 좋은 것으로 취급합니다. 또, 섬이나, 남해안에서 해풍을 맞고 겨울에 자란 재래종 시금치를 섬초라고 일반적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서양종은 개량 도입종으로 일반적으로 늦은 봄부터, 여름, 가을에 먹는 것인데, 겨울 시금치에 비해 키도 크고 잎도 큰데 겨울 시금치에 비해서 단맛이 적습니다. 주요 산지는 경기도 이천, 남양주, 포천 등이 있습니다. 

시금치는 비타민A, 비타민C 등 비타민의 보고라고 알려져 있으며, 칼슘, 철분 등 미네랄이 풍부한 알칼리성 채소로 완전식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시금치는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과 임산부 등에 적극 추천할 수 있는 채소라고 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시금치는 성질이 약간 차고, 맛은 달다. 양혈, 지혈 작용이 있으며, 간 기운을 안정시키고, 건조한 것을 윤택하게 하며, 위와 장을 잘 통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금치는 미네랄이 풍부하긴 하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요로 결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신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요즘 우스갯소리로 ’요즘 며느리는 시금치도 안 먹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가(媤家)가 싫다고 시(媤)자 들어가는 시금치를 안 먹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출산율 저하와 남아선호의 약화,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 또 손주 육아를 주로 처가에서 맡는 경우가 많아지며 가족 중심이 시댁에서 친정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합니다. 사회학에서 요즘 처가 중심의 가족공동체를 원시 모계사회와 구별하여 ‘신모계사회(新母系社會)’라고 부르고 있으며, 빠른 속도로 신모계사회로 변모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의 가족 간 갈등의 대명사였던 고부갈등이 지금은 장모(장인)와 사위의 갈등인 장서갈등(丈壻葛藤)으로 옮겨가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30대, 40대 남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신 모계사회로의 변모, 이것 또한 ‘틀림’이 아니고 ‘다름’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이러한 변화가 바람직 한 것인가? 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2026.01- 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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