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단 것을 좋아한다는데,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저는 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인지 과일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합니다. 아내의 말을 빌리면, 지금까지 집에 과일이 떨어진 적이 없고, 가계지출 가운데 ‘과일구입비’가 가장 많이 나간다고 합니다. 가끔 아내와 마트에 나가보면 제가 보기에도 과일값이 가장 비싼 것 같았습니다. 회사 일로 일본에 출장을 가서도 이틀이 지나면, 호텔에 들어가기 전에 과일가게나 편의점에 들러 과일을 사 들어가곤 했는데, 1990년대 일본의 과일가게를 드나들면서 한국과 다르다고 느낀 점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그 한 가지는, 지금은 우리도 수박을 반으로 잘라서 팔거나 네 조각으로 나누어 파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지만, 당시 우..
접시꽃통일신라의 최치원(崔致遠, 857~?)은 868년, 열두 살의 나이로 당시 최고의 선진국으로 알려진 당(唐)나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874년, 열여덟 살에 당나라 과거 시험인 빈공과(賓貢科)에 장원급제한 수재(秀才)였습니다. 당나라 조정에서 승승장구하던 최치원은 스물아홉 살에 뜻한 바 있어 고국 신라(新羅)로 돌아와 개혁을 펼쳐 보려 했습니다. 그러나 신라는 이미 기울어 가고 있었고, 신분제(골품제)의 벽과 세상의 시기(猜忌)와 질투에 끝내 좌절하고 맙니다. 최치원의 시(詩)「촉규화(蜀葵花)」 일부입니다. 적막하고 거친 밭가에 무성한 꽃이 부드러운 가지를 눌렀네. 장맛비 그치자 꽃향기 날리고 보리바람에 꽃 그림자 길게 드리우네. 수레와 말 탄 자들이 그 누가 와서..
메꽃한국 경제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던 1980~1990년대, 우리의 전자산업은 좋은 기술과 소재, 부품과 장비를 '전자 왕국' 일본에서 가져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전자회사에서 수입 업무를 담당했는데, 업무의 대부분이 일본과 연결되어 있어, 일본어를 배우지 않고서는 일을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학창시절엔 배우지 않았던 일본어를 책을 보고 테이프를 들어가며 열심히 공부해야 했습니다. 일본은 예로부터 고유의 말은 있었지만 문자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5~6세기경 백제(百濟) 등을 통해 한자(漢字)가 전래되면서, 일본인들은 한자를 빌려 자신들의 말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매번 한자를 정자로 쓰기에는 무척 불편했기에, 이를 흘려 쓰는 초서체에서 ‘히라가나’를 만들고 한자의 일부분을 따와 ‘가..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 봄부터 여름까지 넓고 시원한 잎을 자랑하고, 가을에는 아름다운 주황색 단풍으로 물들며, 겨울에는 잎이 진 자리에 조롱조롱 열매방울을 매달고 있는 나무, 줄기마저 우리 고등학교 시절 교련복을 연상시키는 얼룩무늬로 사시사철 아름다운 나무, '플라타너스'가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공자(孔子, 기원전 551~기원전 479)가 제자들을 가르치던 곳이 '행단(杏亶)'이라 하여, 은행나무(銀杏) 아래였다고도 하고 혹자는 살구나무(杏) 아래였다고도 말합니다. 서양에서도 마찬가지로,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기원전 460~기원전 370)가 제자들을 가르쳤던 곳도, 플라톤(기원전 427~기원전 348)이 제자들과 토론을 벌였던 아카데미의 그늘도 바로 플라타너스 아래였습니다. 플라타너스(P..
장미(薔薇)6월은 확실히 장미의 계절입니다. 여기저기 울타리마다 넝쿨장미가 만개하고, 각 지역에서는 장미축제가 한창입니다. 장미는 사랑과 아름다움의 상징이자 향기로도 이름난,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꽃입니다. 한국갤럽이 19세 이상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꽃'을 조사한 결과, 장미가 41.4%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습니다. 사랑 고백은 물론 생일·졸업 등 각종 이벤트의 꽃다발에 가장 널리 쓰이는 꽃인 만큼, 이 결과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장미를 선물하는 것은 단순한 꽃 선물 그 이상입니다. 장미 향기에는 여성 호르몬을 자극하는 성분이 있어, 향기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장미의 향기 성분은 뇌하수체를 자극하여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헛개나무 저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합니다. 아예 마시지 못합니다. 평생 술을 좋아하셨던 장인어른은 "자네는 세상 사는 재미 하나는 잊어버리고 산다."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술을 좋아했다면 "또 하나의 세상 사는 재미"는 어떤 것일까, 지금 와서는 불가능하겠지만 많이 궁금합니다. 체질적으로 술을 마시면 몸이 고통스러운데, 주량과 관계없이 강압적인 권주(勸酒)가 지배하는 군대의 회식 자리나, 군사문화가 조직문화로 굳어진 젊은 시절 직장의 회식 자리도 고역이었습니다. 요즘은 종교적인 이유로 술을 거부할 무기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젊은 직장 시절 "술도 실력이다.", "술이 친화력이다."라는 말은, 술을 체질적으로 못하는 저에게 더욱 위협적으로 들렸습니다. 술을 마셔 보려고 얼마 동안 노력도 해 보았지만, 결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