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조선 명종 때부터 제주도에서 귤이 진상되어 오면, 임금이 직접 성균관 명륜당에 유생들을 모으고, 귤을 조금씩 나누어 준 뒤에 유생들에게 시험을 보는 「황감제(黃柑製)」를 시행했습니다. 당시 귤을 황감(黃柑)이라고 했기 때문에 이 과거제도를 황감과(黃柑科)라고 해서 조선 후기까지 지속적으로 시행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조선 명종2년(1547년), 홍문관 교리 이원록이 사표를 내고 어머니 병수발을 위해서 떠나려고 하니, 임금이 귤(황감) 40개를 하사하면서 노모에게 드리라고 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몇 년 전 가을에, 문재인 대통령은 북에서 준 송이버섯의 답례로 군 수송기 몇 대로 제주 귤 200톤을 날라다 주었던 것에 비하면, 임금이 아끼는 신하와의 이별 선물로 귤 한 궤짝도 아니고 40개를 세어서 주라고 했다는 것이 솔직히 체면이 서지 않는 영이라고 생각이 들겠지만, 그 당시는 귤이 얼마나 귀한 과일이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지금은 마트에서 쌓아놓고 팔고, 제일 싼 과일이 귤인 것 같은데, 제가 중학교 다닐 때는 귤 낱개가 통학버스비의 몇 배여서 감히 사서 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가끔 친구가 한 개를 사서 먹으면서 작은 조각 하나라도 주면, 그 새콤달콤한 맛은 분명 천상(天上)의 맛이었습니다. 

귤나무는 운향(蕓香)과 감귤속(屬)의 상록 활엽 소교목으로 키는 5m까지 자랍니다. 귤의 원산지는 중국 남부와 인도차이나 북부지역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귤나무는 연평균 기온 15 ℃ 이상에서 자라며, 겨울에도 평균 기온이 5℃ 이상이 되어야 노지월동(露地越冬)이 가능합니다. 우리나라 제주도나 일부 남해안 그리고 중국 남부, 일본, 동남아시아 등 따뜻한 지역에서 과수 또는 관상용으로 재배하고 있습니다. 

 

728x90


귤은 6월에 향기가 좋은 하얀 꽃이 피고 10월에 동글납작한 열매가 탐스러운 주황색으로 익기 시작하여 품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수확은 10월부터 다음 해 4~5월까지 합니다. 

가수 조미미(1947~2012) 씨의 노래 「서귀포를 아시나요.」 노랫말 일부입니다. 

   밀감 향기 풍겨오는 가고 싶은 내 고향  
   칠백 리 바다 건너 서귀포를 아시나요.

노래 가사처럼 초여름 서귀포 일대는 강한 밀감 꽃향기로 제주 관광의 운치를 더합니다. 

일반적으로 귤(橘)이라고 하면 감귤류 전체를 말하며, 현재 제주도에서 주로 재배하고 있는 귤은 대부분 맛이 좋고 까 먹기가 편리하다는 온주밀감입니다. 

 


온주는 중국 상해 남쪽 절강성의 윈저우(溫州)를 말하는데, 저도 회사 일로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오래된 도시입니다. 현재 제주의 귤나무는 신품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일본에서 개량된 온주밀감의 종류라고 합니다. 중국의 고전인『안자춘추;晏子春秋』에 제나라 재상 안영의 귤에 관한 표현이 있는데, ‘귤나무는 온주(溫州)에 심으면 귤이 열리지만, 회수 북쪽에 심으면 탱자가 열린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제주도의 귤이 재배가 된 역사를 보면 2000년 정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고사기(古事記)』라는 오래된 역사책이 있는데, 서기 60년경에 ‘다지마 모리’ 라는 사람이 제주도에서 귤을 가지고 왔다는 기록이 있고, 『삼국사기』에는 백제 문주왕 때인 476년 탐라지역 특산물로 귤을 헌상했다는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 적어도 삼국시대에 이미 제주도에서는 귤이 재배된 것으로 보입니다. 

삼국시대부터 특산품으로 알려져 왔던 제주 귤이 조선 후기로 들어오면서 세정(稅政)이 문란해지고 관리들의 수탈이 심해지자 차츰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름에 관아에서 나와 익지도 않은 귤을 세어 두었다가 수확기에 그 숫자를 바치게 하는 경우까지 있어서, 귤 재배를 꺼리게 되었고, 있는 귤나무도 뽑아버리면서 우리 제주의 고유 귤은 조선 후기에 이렇게 거의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일제 강점기가 되면서, 정책적으로 1911년부터 제주도에 대대적으로 일본에서 가져온 귤나무를 심게 됩니다. 이때 심은 귤이, 삼국시대에 일본인이 제주도에서 가져가서 개량한 온주밀감 종류였습니다.

 


귤은 영어로 ‘만다린 오렌지 (Mandarin Orange)’로, 중국오렌지란 의미이고, 중국어로 귤은 쥐즈(桔子) 또는 미간(蜜柑)으로 쓰고 있으며, 일본어로는 밀감(蜜柑)의 한자 그대로를 자기들 발음으로 미깡(みかん)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동의보감』에 보면 ‘밀감은 가슴에 기가 뭉친 것을 풀어주고, 소화를 도와주어 입맛이 당기게 한다. 또 가래를 삭혀 주며 기침을 낫게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민간요법으로 감기가 들면 귤껍질로 차를 달여 마시면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제주도는 지방 자치제가 되면서 현재 감귤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감귤 산업의 특화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온주밀감의 귤의 크기는 49~70mm, 당도는 9브릭스(Brix)이상으로 조례를 정해서 관리를 하고 있으면서, 새로운 고급제품으로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등, 부가가치가 높은 품종으로 재배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라봉은 꼭지 모양이 한라산 꼭대기를 닮았다고 한라봉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1972년 일본에서 개발된 품종이며. 천혜향도 하늘이 내린 향이란 뜻으로, 일본에서 개발된 품종입니다. 또 최근에 당도가 높고, 껍질이 붉은색에 가까워 레드향이라고 하는 귤도 역시 일본에서 개발된 귤 품종입니다.  

이같이 부가가치를 높인 귤의 대부분이 일본에서 개발된 품종으로 개발한 지 30년이 지난 품종은 로열티(Royalty) 지급은 면제되었지만, 우리가 사 먹는 귤의 많은 품종들은 지금도 로열티를 일본에 주고 있습니다.   

몇 년 전 MBN 메인 뉴스에서, ‘제주 감귤의 94%가 일본품종이고 6%만 우리가 개발한 품종’ 으로 ’위태로운 종자주권‘이라는 타이틀로 보도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농업 현실에서 보면 귤만이 아니고, 우리가 먹는 쌀도 밥맛 좋은 고시히카리(越光) 아끼바레(秋晴) 등이 일본품종이고, 사과의 대종을 이루는 부사(富士)도 일본품종이며, 딸기도 그간 주종을 이루었던 레드 펄, 아끼히메 등도 일본에서 개발한 품종입니다. 또 포도의 샤인머스캣도, 거봉 포도도 일본에서 개발된 품종입니다. 

 


그간 우리 농촌진흥청의 육종 노력에 따라, 딸기는 설향, 매향 등으로 90%넘게 국산 개발품으로 전환했고, 사과는 우리가 개발한 홍로 품종이 20%를 넘었으며, 쌀도 삼광미, 오대쌀, 신동진 등 우리 쌀이 개발되어 점유율을 늘리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일본 출장 중에, 일본 TV에 보도 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한국에서 일본 딸기 품종을 바탕으로, 무단으로 신품종을 개발하여 아시아 각국으로 수출을 늘리고 있고, 일본의 토치기현에서 개발했다고 ‘토치소녀’라고 이름 붙인 딸기는 한국에서 무단 생산된 후에 동경중앙도매시장에 역 수입되고 있어, 5년간 경제적 손실이 220억 엔으로 추산된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충남 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딸기 매향, 설향 등을 두고 하는 보도인 것 같았습니다. 

필시, 이 보도를 한 일본의 젊은 기자는 일제 강점기 때에 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나카이(中井)에 의해 우리 강토의 고유 식물 종자 정보(식물 특허권) 4,100여 종이 일본으로 넘어가 버린 것을 알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았으며, 더욱이 220억엔 손실의 주장과 우리 식물 4,100여 종의 종자주권과의 대차대조(貸借對照)는 해 보지 않았을 것 같았습니다. 

(2026.01 - 국진)

728x90
250x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