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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우리나라에서 봄에 일찍 피는 꽃은 노란색 꽃이 유난히 많습니다. 여기에 비하면, 여름에는 흰색 꽃이, 가을에는 보라색 꽃이 비교적 많습니다.
봄꽃의 노란색은, 특히 꽃이 발하는 형광의 노란색은 먼 거리와 어두운 곳에서도 가장 잘 보이는 색입니다. 일찍 피는 형광의 노란색 꽃은 다른 꽃이 만화방창(萬化方暢)하기 전에 꽃과 나비를 독점적으로 유혹하여 수분을 하기위한 봄꽃들 나름의 전략입니다. 곤충은 사람과 달리 색맹(色盲)입니다. 특히 붉은색과 녹색을 구별 못합니다. 멀리서 날아오는 곤충들은 향기를 맡기 전에 형광의 노란색의 밝기에 먼저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노란색은 시인성(視認性)이 가장 좋을 뿐이니라, 색 자체가 따뜻해 보이고, 명랑해 보이고, 밝고, 경쾌함을 상징합니다. 교통안전 표지판, 횡단보도, 어린이 보호구역, 유치원 아이들의 옷과 가방의 색깔, 아이들의 통학버스 등이 노란색인 것은 역시 눈에 가장 잘 띄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른 봄의 노란색 꽃은, 초본(草本)으로는 유채꽃, 복수초, 민들레꽃, 꽃다지 등이 있고, 목본(木本)으로는 산수유, 풍년화, 생강나무, 개나리 등이 있습니다.

우리 산하(山河)의 척박한 땅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봄의 도래를 알려주는 가장 대표적이고 서민적인 꽃을 들라면, 우리는 주저 없이 ‘개나리와 진달래’를 말합니다. ‘개나리 진달래가 핀다.’ 는 말은 수 천년동안 같은 땅에서 같은 계절에 한반도의 봄 풍경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우리 여인들의 한복에 가장 대표적인 색상이 ‘노랑저고리 와 분홍치마’ 입니다. 한국학 전문가들의 설명에 의하면, 이것은 한국 미학의 핵심인 ‘자연과의 합일(合一)’ 사상의 일부라고 합니다. 노랑저고리와 분홍치마는 ‘개나리와 진달래’를 상징하며, 우리 봄날 우리 산야(山野)의 색을 그대로 옷으로 옮겨,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개나리는 밝고 생동감 있게 소생하는 희망찬 미래를 가장 잘 표현하는 꽃으로, 시골의 양지바른 산비탈, 동네의 골목길, 학교, 관공서, 도시의 담장과 아파트 화단, 근린공원의 산책로 등 우리의 일상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우리 고유의 소박한 꽃입니다.

‘개나리’라는 이름 유래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설(說)은 '개' 라는 접두사에서 출발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나리’ 꽃보다 작고 아름다움이 덜하다는 뜻으로 ‘개’ 접두사를 붙여 ‘개나리’라고 부른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우리말에서 '개‘ 접두사가 붙는 경우는 흔히 재배가 아닌 야생(野生)이거나, 비슷한 모양이지만 모양이나 질이 떨어지는 것, 혹은 맛이 없거나 먹지 못하는 것, 등의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식물에서는 개살구, 개머루, 개복숭아, 개꽃 등등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개나리와 나리는 꽃 색이나 모양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정말 그런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 유래입니다. 북한에서는 ‘개’ 접두사가 들어간 식물을 일제 강점기 때에 우리 토종을 격하시킨 것이라고 봐서 모두 ‘개’ 자가 들어가지 않은 다른 이름으로 모두 바꾸었다고 하는데 ‘개나리’ 는 그대로 두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개나리는 ‘나리’에 ‘개’ 접두사가 붙어서 개나리가 되었다고 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나리는 한자 이름으로 연교(連翹), 또는 조선연교(朝鮮連翹)라고 불립니다. '봄을 맞이하는 꽃'이라는 뜻의 영춘화(迎春化)라고도 말하는데, 우리는 개나리와 비슷하지만 영춘화는 따로 있습니다. 학명은 'Forsythia koreanan(Rehder)Nakai'인데, 한국 원산의 식물임을 'koreana'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개나리의 종류인 ‘만리화’ ‘산개나리’ 도 한국이 원산인 우리 고유종입니다.
영어로는 서양 사람들이 개나리 꽃 모양이 종 모양이라고 생각하여 ‘황금 종(Golden Bell)’ 또는 ‘한국 황금 종(Korean Golden Bell)’이라고 합니다. 일본말로는 렌교(連翹;れんぎょう) 라고 하는데 중국어 한자를 그대로 음독(音讀)한 것으로 보이며, 중국에서는 리엔차오(連翹)라고 연교를 중국어 발음으로 한 것입니다.
개나리는 물푸레나뭇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이른 봄 잎이 나기 전에 샛노란 꽃을 피웁니다. 꽃잎은 물푸레나무과의 라일락, 쥐똥나무, 이팝나무 등이 그렇듯이 통꽃인데 꽃잎이 네 장으로 갈라지며, 가지는 끝이 아래로 늘어지는 특성이 있어 담장이나 비탈에 심으면 아름다운 경관을 이룹니다. 개나리는 추위와 공해에 강하고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민가 주변에 흔하게 심어왔으며, 그 친근함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한국인의 봄 정서를 대표하는 꽃이 되고 있습니다.

식물의 개화(開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크게 구분하면, 일장(日長)과 온도(溫度)가 있습니다. 국화와 같은 가을꽃은 일장감응(日長感應)이 많은데, 즉 해의 길이가 짧아지면, 꽃눈(花芽)이 분화가 되고, 얼마 지나면 꽃을 피웁니다. 반면, 개나리와 같은 봄꽃은 일장(日長)보다는 온도감응(溫度感應)이 많습니다. 이미 작년에 잎이 지기 전에 형성된 꽃눈이, 추운 겨울을 버티고, 봄이 오는 따뜻한 기온을 감지하면 꽃눈을 키우기 시작하며, 누적온도가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일제히 꽃을 피웁니다.
개나리꽃이 우리문헌에 처음 나오는 것은 조선후기 유박(1730~1787)이 지었다고 알려지는 『화암수록(花庵隨錄)』에서 화목(花木)의 품계를 1품에서 9품까지 정했는데, 이 화목 9품 중에 맨 뒤에 무궁화와 같이 개나리가 올라가 있습니다. 당시는 무궁화도, 개나리도 그렇게 존재감이 없었던 화목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개나리가 들어가는 옛날의 시, 문학, 그림 등 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 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윤석중 선생님(1911~2003)의 「봄나들이」동요가 있고, 또 1958년 가수 최숙자 씨가 부른 노래「개나리 처녀」가 대중에게 알려진 정도입니다.
개나리 우물가에
사랑 찾는 개나리 처녀~
개나리의 꽃은, 좀 설명이 필요한 용어이긴 하지만, 장주화 와 단주화가 같은 꽃에서 피지 않기 때문에 개나리 열매를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드물게 열매가 있습니다. 개나리의 번식은, 드물게 보이는 열매(삭과)에서 나온 씨로서도 가능하지만, 꺾꽂이 나 봄철에 길게 자란 가지 중간을 땅에 묻어 뿌리가 나면 포기 나누기를 하는 ‘휘묻이’로도 많이 번식을 합니다.
한방(韓方)에서는 개나리의 열매 말린 것을 약재로 사용하는데, 역시 중국 한자 그대로 연교(連翹)라고 합니다. 오한이나, 화농성 질환, 신장염, 이뇨, 습진 등에 처방을 한다고 합니다. 조선 세종 때 편찬된『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과 허준의『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연교의 열매와 뿌리껍질이 열을 내리고 종기를 치료하며 해독효과가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근래에 알았지만 우리 서울시의 시화(市花)가 개나리입니다. 서울특별시는 1971년 4월 3일 서울을 상징하는 꽃으로 개나리를 선정했습니다. 개나리는 한국에서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으로, 서울 어디에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친숙한 꽃이고, 희망과 재생, 번영이 개나리의 상징으로, 서울의 봄 이미지를 상징하기에 적합하다는 이유가 선정의 이유라고 합니다.

또, 동양의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서 오방색(五方色)으로, 오색을 오방에 배치할 때, 동쪽이 청색(좌청룡), 서쪽은 백색(우백호), 남쪽은 적색(남주작), 북쪽은 흑색(북현무)으로 배치하고, 오방(五方)의 그 중앙은 노란색으로, 권력의 중심과 땅(土)의 중심을 상징하는 색이 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 황제(皇帝)의 복장이 황색(黃色)이었던 것은 역시 오방의 중심색이 황색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이 우리나라의 땅과 권력의 중심이라는 의미로 노란색의 상징인 개나리를 시(市)의 꽃으로 선정한 이유도 있었다고 합니다.
한강변 강변북로를 달리다 보면 개나리꽃으로 유명한 ‘응봉산(鷹峯山)’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왕들이 가끔 매(鷹)사냥을 하던 곳이라서 응봉산이라고 이름 붙여진 곳이라고 하는데, 해발이 100m도 되지 않는 나지막한 곳이지만, 한강과 중랑천 합류부로 한강 조망도 아주 좋은 곳입니다. 매년 3월말 4월초면 응봉산 전체가 노란색으로 덮이는 ‘응봉산 개나리꽃 축제’ 가 열리는 곳입니다.
(2026. 03 - 국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