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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五味子)

제가 깊이 공부하거나 다룰 수 있는 분야는 아니기에 심도 있는 설명은 어렵습니다만, 우리문화에서 숫자 삼(三)과 오(五)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신성함과 완전함을 상징한다고 봅니다.
우리 문화에서 먼저 삼(三)이 들어간 어휘를 보면, 만세의 삼창(三唱), 삼신할매의 삼신(三神), 삼강오륜의 삼강(三綱), 천지인의 삼재(三才), 해달별의 삼광(三光), 군자의 즐거움인 삼락(三樂), 벗을 뜻하는 삼우(三友), 삼보 일배의 삼보(三步) 등 삼(三)을 기본으로 하는 단어가 많습니다.
또, 오(五)가 들어간 어휘로는 목화토금수의 오행(五行), 동서남북중의 오방(五方), 청백황적흑의 오색(五色), 궁상각치우의 오음(五音), 인의예지신의 오상(五常), 공후백자남작(爵)의 오의(五儀), 산고감신함의 오미(五味), 오곡백과의 오곡(五穀), 오장육부의 오장(五臟), 오감만족의 오감(五感) 등이 있습니다.
우리 문화의 전통 관념에서 일(一)은 하늘(天), 이(二)는 땅(地)의 숫자로 보고, 하늘과 땅이 만나 삼(三)의 사람(人)을 낳으면서 비로소 세상의 기본 구성 요소인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가 완성된다고 봅니다. 즉 음양(陰陽)사상과 관련지어, 一은 최초의 양수(陽數), 二는 최초의 음수(陰數)이며, 음양이 합하여 이루어진 첫 번째 완성된 양(陽)의 수가 바로 三이 되는 것입니다.
삼에서 더 나간 양의 수 오(五)는, 인간 생활과 자연계 전체를 분류하고 통제하는 대질서(大秩序), 천지창조를 상징하고 우주 만물의 이치가 담긴 조화로운 숫자로 봅니다. 희로애락(喜怒哀樂)과 생로병사(生老病死)의 복잡한 인간사를 음(陰)과 양(陽)의 조화로 보고, 음양에서 파생된 오행(五行) 즉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다섯 가지의 움직임으로 우주의 모든 현상과 생성소멸(生成消滅)을 해석하려 한 것입니다.

한국의 전통 음식문화에서도 음식을 만드는 일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우주의 기운을 접하고 몸의 균형을 맞추는 행위로 여겨져 왔으며, 여기에도 핵심 원리로 음양오행사상이 깊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음식의 시각적인 부분에는 오색(五色)이, 맛과 관련해서는 오미(五味)가 적용되었습니다.
전통음식의 철학을 깊이 다루는 분들의 영역입니다만, 우리의 비빔밥은 오색과 오미가 한 그릇에 구현된 조화로운 음식의 한 예(例)라고 할 수 있으며, 결혼식이나 회갑연 등 경사스러운 날에 먹던 잔치국수도 다섯 가지 색깔, 즉 오색(五色)의 고명을 얹어 축복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한의학 고전에서부터 내려와『동의보감』에서도 이어받았다고 하는데, 오미는 오행과 사람의 오장이 짝을 이룬다고 합니다. 신맛(酸)은 목(木)이며 간(肝)과, 쓴맛(苦)은 화(火)이며 심장(心)과, 단맛(甘)은 토(土)이며 비장(脾)과, 매운맛(辛)은 금(金)이며 폐(肺)와, 짠맛(鹹)은 수(水)이며 신장(腎)과 짝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근래 입에서 자꾸 쓴맛이 난다면, 쓴맛(苦)은 화(火)에 속하고 심장(心)과 짝을 이루므로 심장의 기운과 연결지어, 과로나 근심 등으로 심화(心火)가 지나치게 왕성해져서 그 기운이 입으로 드러나 쓴맛을 느끼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오미와 오행, 오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상은 우리의 약식동원(藥食同源) 원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음식과 약의 근원이 같다는 이 관념 속에서 일상의 밥상은 곧 몸을 다스리는 처방이 되는 셈입니다. 오미를 골고루 갖추어 먹는 것이 오장(五臟)의 균형을 잡는 양생법, 즉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미(五味)는 한국 음식문화에 뿌리 깊은 사상적 토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산고감신함(酸苦甘辛鹹)', 즉 신맛·쓴맛·단맛·매운맛·짠맛의 다섯 가지 맛을 말하는데, 이는 단순한 미각의 분류가 아니라 음양오행 사상과 결합되어 있는 것입니다.
근래에는 매운맛(辛味)은 맛이 아니라 혀가 느끼는 통각(痛覺), 즉 통증이라 하여 오미에서 제외하고, MSG(글루탐산) 등에서 나오는 감칠맛을 더해 오미라 하기도 하며, 여기에 담백한 맛을 추가하여 육미(六味)로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식물 중에도 그 열매를 먹어보면 산고감신함(酸苦甘辛鹹)의 다섯 가지 맛이 다 섞여 있다 하여 이름 붙여진 '오미자(五味子)'가 있습니다. 모양이 포도와 비슷해서 '빨간 포도'라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영어로는 'Five-flavor-fruit(다섯 가지 맛의 과일)‘ 또는 'Magnolia berry (목련 딸기, 연한미색의 베리)라 하며, 일본어로는 '고미시(ごみし)'라 하는데 五味子를 자기네 한자음으로 읽은 것이며, 중국어는 '우웨이즈'라 하여 역시 五味子를 자기네 한자음으로 읽은 것입니다.
실학자 홍만선(1643~1715)이 쓴 농업 및 가정생활서『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 '육질은 달고도 시며, 씨앗은 맵고 써서, 합하면 짠맛이 나기 때문에 오미자(五味子)다.'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오미자라고는 하지만 실제 미각이 발달한 사람이라야 다섯 가지 맛을 구분해서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와 같이 오감(五感)이 둔한 사람에게는 그저 시금털털한 맛 정도로 느껴지는데, 그중에서도 신맛이 가장 강하게 느껴집니다.

오미자는 오미자과(科)의 낙엽이 지는 덩굴나무로, 키는 5~7m까지 자라며 주위의 나무를 타고 올라갑니다. 주로 우리나라, 중국, 만주, 일본, 사할린 등지에 분포합니다. 원산지를 특정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일본에서는 '조선오미자'라 부르고 있어 한국에서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꽃은 6~7월에 흰색 또는 연분홍색으로 핍니다. 꽃이 지고 나면 꽃턱이 길게 자라 열매가 포도송이처럼 장과(漿果)로 조롱조롱 열립니다. 8월 중순에서 9월 사이 지름 1cm 크기의 열매가 앵두처럼 빨갛게 익어갑니다. 앵두 같은 오미자 알을 터뜨리면 붉은 즙과 불그스레한 갈색 씨앗이 1~2개 들어 있습니다.
예부터 오미자는 주로 산골짜기 암반지대에서 자생하는 덩굴성 과일로 분류되었는데, 우리나라에는 3종이 있습니다. 중부 산간에서 주로 재배하는 오미자(북오미자), 남부의 섬 지방에서 자생하는 남오미자, 제주도 산록에서 자생하며 일부 재배도 하는 흑오미자가 그것입니다.
오미자는 오래전부터 약용으로 수요가 많아 조선시대 이전에 이미 밭에서 재배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근래 들어 효능이 속속 알려지면서 건강식품으로서의 수요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세종실록 지리지』 등에서 '문경 오미자'가 지역 특산물로 수록되어 있는데, 지금도 경북 문경 지역이 우리나라 오미자의 절반 가까이를 생산한다고 하며, 문경은 2006년 '오미자산업 특구'로 지정되었습니다. 문경 외의 오미자 생산지로는 전북 무주·진안·장수, 강원도 인제가 있으며, 지리적 표시제로는 문경 오미자가 등록되어 있습니다.

옛날부터 중국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도 한국에서 나는 오미자의 품질이 매우 좋다고 표현한 구절이 있다고 하며,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마셔본 차(茶) 중에서 맛과 색상 면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선호하는 차로 오미자차를 꼽는다고 합니다.
『동의보감』에는 '몸이 약하고 몹시 여윈 것을 보하며, 눈을 밝게 하고, 신장을 덥히고, 양기를 세게 한다. 남자의 정(精)을 돕고, 소갈증(당뇨병)을 멈추게 하고,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없애주며, 술독을 풀고, 기침이 나면서 숨이 찬 것을 치료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그냥 몸에 다 좋다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식물에서 사람에게 아주 유용한 열매나 씨앗에 ‘자(子)’ 자를 붙인 것이 있습니다. 복분자(覆盆子), 구기자, 사상자(蛇床子), 토사자(兎絲子) 그리고 오미자(五味子)가 있습니다. 이 다섯 가지를 한방(韓方)에서 오자(五子)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자(子)’자 이름의 열매나 씨앗은 남성의 정기(精氣)를 강화하는 약성(藥性)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민간에서는 오래전부터 오미자로 오미자차, 오미자주, 오미자 화채를 만들어 먹었고, 오미자의 어린 순은 봄에 채취하여 나물로 먹었습니다.
오미자술을 담그거나 오미자청을 만들 때는 밀폐용기에 넣고 발효시켜야 하는데, 다른 과일에 비해 가스(Gas)가 많이 발생합니다. 인터넷에서 '오미자 폭발'을 검색해 보면 실제 폭발 사례가 여럿 올라와 있습니다. 처음부터 용기의 뚜껑을 조금 덜 닫은 상태로 보관하거나, 가끔씩 용기를 열어 가스를 빼주는 방법이 좋습니다. 또 용기를 개방할 때는 사람과 중요한 물체가 없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열어야 합니다.
(2026.08 - 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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