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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꽃(수수꽃다리)
‘라일락꽃 향기 흩날리던 날, 교정에서 우리는 만났소.’
베사메 베사메 무쵸
고요한 그날 밤 리라꽃 지던 밤에
베사메 베사메 무쵸
리라꽃 향기를 나에게 전해주오
1940년 멕시코 여성 작곡가 콘수엘로 벨라케스(1916~2005)가 16세에 작사, 작곡한 대중가요 「베사메 무쵸」의 일부입니다.
이 노래는 발표이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수 현인(1919~2002)선생의 번안 곡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지금도 많이 불러지고 있습니다.
'라일락(Lilac)꽃' 이야기를 하면서 베사메 무쵸 노래로 시작한 것은, 여기에 나오는 리라(Lila)꽃이 바로 라일락꽃이기 때문입니다. 영어권에서 라일락(Lilac)이라고 하고, 불어권에서는 리라(Lilas), 스페인어 권에서도 리라(Lila)라고 합니다.
스페인어로 베사메 무쵸(Besame mucho)는 '많이 키스해 주세요' 영어로는 'Kiss me much' 라는 뜻입니다. 여기에는 리라꽃에 얽인 아픈 사랑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맹인소년 곡예사 후안은, 항상 리라꽃 향기를 풍기는 아리따운 곡예사 모렐리따를 사랑했는데, 어느 날 두 사람이 공중곡예 중에 모렐리따가 실수로 떨어져 죽자, 그녀의 비명을 들은 후안도 뒤따라 스스로 떨어져 생을 마감하는 애잔한 사연이 묻어 있는 노래입니다.
4월의 절정 무렵, 정체모를 달콤한 향기에, 뭐지? 하고, 주위를 둘러보면 분명 라일락꽃이 보입니다. 밤이 되면 향기는 더 강하고 더 멀리까지 퍼져갑니다.
라일락은 솔직히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가, 원뿔 모양의 커다란 꽃차례에 수많은 꽃이 피어나 주변에서도 알 수 있을 만큼 향기를 내뿜을 때 비로소 사람들은 이 나무의 가치를 인정하고 관심을 갖게 됩니다.
라일락은 물푸레나무과(科), 라일락속(屬)으로, 활엽 낙엽 관목입니다. 서양에서는 라일락(Lilac), 중국에서는 자정향(紫丁香), 한국에서는 수수꽃다리 또는 정향이라고 일반적으로 불리어집니다. 나무의 크기나 잎의 모양, 꽃의 모양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만, 보통 사람들은 구별하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구별하지 않고 가장 많이 알려진 서양 이름 라일락과 우리 이름 수수꽃다리로만 알아줘도 훌륭합니다.
수수꽃다리 라는 이름은 꽃차례가 마치 수수 이삭의 모양과 색을 닮아서 붙인 독창적인 예쁜 우리말 이름입니다. 서양에서 들어온 라일락을 우리 이름으로는 ‘서양 수수꽃다리’ 라고 부릅니다.
일제 강점기까지도 우리나라는 수수꽃다리를 정향(丁香)이라고 불렀던 것으로 보이며, 정태현 박사(1883~1971)가 쓴 1937년의 『조선식물향명집』에서 수수꽃다리 란 이름으로 처음 불리게 되었습니다.
중국과 우리가 불렀던 정향(丁香)이란 이름은, 하나의 꽃을 보면, 고무래 정(丁)자를 닮았고, 향기가 특징이라고 해서 향기 향(香)자를 붙여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원산인 식용 향신료 또는 생약으로 사용하는 정향과는 다른 식물입니다.
지금 4월중, 하순이 라일락의 개화기이며, 9~10월에 삭과(蒴果)로 열매를 맺습니다. 라일락꽃은 받침이 길고 꿀샘이 깊어서, 긴 빨대를 가진 일부 나비만 꿀을 빨 수 있기 때문에 충실한 종자를 맺지 못합니다. 때문에, 번식은 종자보다는 삽목(揷木), 분주(分株) 등 영양번식을 주로 합니다.
라일락의 잎 모양은 하트모양인데, 강한 향기와는 반대로 잎을 씹어보면 상상 이상으로 대단히 쓴맛입니다.
우리 토종수수꽃다리는 내한성이 강한 수종으로 주로 북한지방에 자생을 합니다. 남한에는 자생하지는 않지만, 분단 이전에 북한에서 옮겨 심어 퍼진 것이 남아 있습니다. 가장 많이 눈에 보이는 라일락꽃은 19세기말부터 들어오기 시작한 서양 수수꽃다리 라고 보면 되고, 일부는 중국에서 들어온 자정향도 있습니다.
라일락의 원산지는, 서양에서는 발칸반도라고 하며, 동양에서는 자정향(紫丁香)으로 대표되는 중국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현대적인 식물분류 체계를 확립한 일본인 나카이 다케노신(1882~1952)이, 1918년 북한의 함경도, 평안도 등지의 석회암지대에서 주로 자생하는 수수꽃다리를 중국의 자정향과 다른 ‘가로로 넓은 잎’의 뜻을 가미한 ‘시린가 딜라타타 나카이(Sringa dilatata NAKAI)’ 란 학명의 독립된 종으로 등록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세계 라일락꽃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은 ‘미스 킴 라일락’ 이란 종인데, 누가 듣더라도 우리나라와 인연이 있다고 생각되어지는 이름입니다.
1947년 미 군정청 소속의 식물 채집가(E. M. Meader)가 서울 도봉산에서 채취한 수수꽃다리 씨앗을 미국으로 가져가, 개량해서 ‘Miss Kim Lilac’ 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당시 식물자료 정리를 도왔던 타이피스트가 ‘미스 킴’ 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 미스 킴 라일락은 개량되면서 특별히 향기가 좋고 멀리까지 퍼져가는 특성이 인정되어,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종이 되었는데, 화분에서도 기를 수가 있어, 미국의 라일락 시장에서 30%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부터 로열티를 주고 역수입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라일락꽃과 향기를 사랑하여, 두보(杜甫)를 비롯한 많은 문인들이 정향(丁香) 또는 자정향(紫丁香)이란 이름으로 많은 시를 남겼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속동문선(續東文選)』에 실린 남효온(1454~1492)의「금강산유람기」에서 ‘정향꽃 꺾어 말안장에 꽂고, 그 향내를 맡으며 면암을 지나 30리를 갔다.’ 라는 구절이 있으며, 조선 영조 때 유박(1730~1787)이 지은 『화암수록(花庵隨錄)』에서는 뜰 정(庭)자를 쓴 정향(庭香)이라고 했으며, 정향을 7등급 화목(花木)류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라일락(수수꽃다리, 정향)의 향은 매우 달콤한 계열의 강한 향이기 때문에 화장품, 향수, 섬유유연제 등에 넣어지는 향료로 사용이 되며, 약용으로는 맛은 쓰고, 성질은 차며, 해열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라일락은, 그 이름이 라일락이든, 수수꽃다리이든, 정향이든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사랑 받는 꽃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꽃말이 ‘젊은날의 추억’ 이듯이 젊은 연인들이 좋아하는 꽃이 되었고, 우리 모두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꽃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조병화, 박재삼, 한하운, 정연복, 이해인, 도종환 등 유명한 시인들이 라일락꽃을 보면서 많은 시를 남겼습니다.
우리의 학창시절 많이 좋아했던 가수 윤형주(1947~ )의「우리들의 이야기」의 일부로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웃음 짖는 커다란 두 눈동자
긴 머리에 말 없는 웃음이
라일락꽃 향기 흩날리던 날
교정에서 우리는 만났소.
젊음과 추억의 의미에 교정(校庭)을 연결시키는 가장 아름다운 매개 역할을 라일락꽃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5.04 - 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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