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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진이의이야기]5월 7일(수) - 쑥

국진이의이야기 2025. 5. 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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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돋아나서 쑥쑥 자라는, 우리와 가장 친근한 풀

 


사람이 어떤 사람에 관심을 갖는 첫 단계는 그 사람의 이름을 알고, 기억하고, 부르는 것과 같이, 꽃과 풀과 나무도 그 이름을 알고, 기억하고,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그 식물의 정체성이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김춘수 시인은 그 분의 시「꽃」에서 

    내가 그(꽃)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꽃)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라고 했습니다.

식물의 이름은 주로 생김새나 쓰임새, 또는 특징이나 자라는 곳에 따라서 이름이 붙여진 것이 많은데, 그렇기 때문에 그 식물의 이름만 봐도 왜 그 이름이 붙여진 것인지 알 수 있는  재미있는 것이 많습니다. 

 


허리가 굽고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를 닮았다고 할미꽃, 나팔을 닮았다고 나팔꽃,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가 붓을 닮았다고 붓꽃, 화살의 날개가 붙은 모양이라고 해서 화살나무라고 하며, 또한, 잎과 줄기를 자르면 갓난아기의 똥과 같은 노란색 즙이 나온다고 애기똥풀, 가지를 꺾어서 물에 넣으면 물의 색깔이 파랗게 된다고 물푸레나무, 잎이나 가지에서 생강냄새가 난다고 생강나무 등, 등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많이 있습니다.

흔히들 여행을 이야기 할 때,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하는데, 식물도 마찬가지로 그 이름과 왜 그 이름이 붙여진 것인지를 알고서 그 꽃과 풀과 나무를 보면 좀 더 쉽게 그 이름이 기억 되어 지고, 관심이 생기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산과 들에서 가장 흔하고, 우리에게 가장 친근하고,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약용과 식용, 또 허브(향)로 사용되었던 초본(草本)류가 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른 봄에 일제히 쑥쑥 돋아나서 쑥쑥 잘 자란다고 해서 ‘쑥’ 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쑥이라는 이름도 어쩌면 가장 오래된 우리 식물 이름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단군신화」에 따르면 마늘 20개와 쑥 한 다발을 가지고 동굴에서 곰과 호랑이에게 100일을 먹으면 인간이 된다고 했는데, 수컷인 호랑이는 견디지 못해서 포기하고, 곰은 100일을 견디고 사람인 웅녀(熊女)가 되어서, 단군을 낳았습니다.

『삼국유사』에는 쑥을 영애(靈艾:신령스러운 쑥)라는 이름으로 나오는데, 웅녀(熊女)와 쑥을 연결한 것은 쑥이 여성들의 부인병에 유익하다는 일종의 암시라고 보고 있습니다.『본초강목』에서도 여성에게 가장 유익한 초본으로 쑥과 익모초를 들고 있습니다. 

한글명 쑥은 한글이 창제된 후1489년 간행된 의서(醫書) 『구급간이방』에서 한자 애엽(艾葉)을 쑥닙으로 한글로 처음 표기한 것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쑥을 지칭하는 한자는 『시경』에서는 아(莪) 와 호(蒿) 를 썼고, 1527년 최세진이 쓴 한자학습서 『훈몽자회』에서는 애(艾)와 봉(蓬)자를 썼는데, 한국이나 중국이나 쑥의 종류를 크게 2가지로 구분을 한 것입니다.(쑥-艾, 다북쑥-蓬)

지금의「국가표준식물목록」에 쑥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식물은 40여종이 있는데, 우리가 흔히 볼 수 있고 약재로 사용하는 쑥의 종류에는 쑥, 참쑥, 개똥쑥, 인진쑥(사철쑥), 황해쑥(강화약쑥) 등이 있습니다. 

 


쑥은 국화과의 여러 해살이 풀로, 주로 한국, 일본, 중국 초목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땅속줄기(地下莖)로 길게 뻗으며, 마디에서 줄기가 모여 나는 특성으로 햇볕이 있는 개방된 곳이면 어디에서도 잘 자라고, 생명력이 강하기로는 으뜸입니다.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져서 잿더미가 되고, 모든 생명체가 죽은 것 같았는데,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역시 가장먼저 쑥이 돋아났다고 합니다. 

1986년에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원전 사고가 있었는데, 체르노빌은 현지어로 쑥을 뜻합니다. 그 지역이 쑥이 많이 자라는 지역이었는데, 지금도 잘 자란 쑥밭으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쑥은 꽃이 안 피는 줄 아는 사람도 있는데, 대부분의 식물이 그렇듯이 쑥도 꽃이 핍니다. 8~9월에 화려하지 않지만, 연분홍색으로 꽃이 핍니다.

쑥은 꽃이 피기 전에는 쑥과 국화, 들국화가 잎이 유사하기 때문에 잘 구별이 안 됩니다. 잎을 뒤집어 봐서 잎의 앞뒤가 모두 초록색이면 국화, 들국화 이고, 잎의 뒷면이 흰색의 털 같은 것이 있으면 쑥입니다. 쑥은 특유의 쑥 향이 있습니다.

흔히들 엉망이 된 환경을 쑥대밭이 되었다고 표현을 합니다. 보통 경작하던 밭이나 논을 그냥두면 제일먼저 쑥과 갈대가 차지한다는 비유입니다. 화재나 제초제의 살포 등으로 황량해진 땅에서도 제일 먼저 나서 자라는 풀은 역시 쑥이고 바로 쑥대밭이 됩니다.

『춘향전』에서 옥중의 춘향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이도령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옥중가 중에「쑥대머리」라는 판소리가 있습니다. 옥중의 춘향이 자신의 헝클어진 머리와 지저분한 모습을 쑥대머리라고 했습니다. 

『동의보감』과 중국의『본초강목』에서는 쑥은 독이 없고, 만병을 다스리며, 몸을 따뜻하게 하여 냉기를 쫓으며, 몸의 습(濕)을 덜어 준다고 했는데, 특히 부인병에 좋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쑥 중에서 개똥쑥, 인진쑥은 성질이 찬 쑥이기 때문에 특정 질병에 사용하며,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야 한다고 합니다. 

또, 산이나 들에서 활동할 때 몸에 상처가 나면 우선 초기 감염을 막기 위해서 쑥을 찧어 상처에 바르면 좋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쑥은 약으로 많이 쓰기 때문에 약쑥(藥艾)이라고도 부르는데, 양기(陽氣)가 가장 강하다는 단오(端午)에 쑥의 줄기를 잘라서 그늘에 말린 것을 짚으로 엮어서 걸어두고 약으로 사용을 했습니다. 제가 어릴 때에는 거의 집집마다 쑥을 걸어둔 것을 보았습니다.

민간신앙에서도 단오에 잘라서 말린 쑥을 집의 외벽에 걸어두면 잡귀(雜鬼)가 들어오지 못한다고 했으며, 또 새로운 집에 이사를 가면 짐이 들어가기 전에 집 네 귀퉁이에 말린 쑥을 태워서 잡귀를 몰아내는 의식을 했습니다. 

그리고 여름철에는 말린 쑥을 태우면, 모기나 벌레를 퇴치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하며, 양봉
에서는 말린 쑥 태운 연기로 벌들을 진정시킨다고 합니다. 

 


쑥은 우리에게는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식재료로, 쑥국, 쑥떡, 쑥버무리(쑥털털이), 쑥차 등 서민들의 식생활 곳곳에서 오랫동안 매우 친근하게 우리와 같이해 왔습니다. 그러나 쑥을 식용으로 채취할 때 주의해야할 점이 있습니다. 먼저 같은 시기에 자라는 투구꽃이나 돼지풀과 같은 독초와 구별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쑥은 토양의 중금속을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자동차도로 근처나 주택지였거나 주둔지였던 곳에서는 채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蓬生麻中 不扶自直
  (봉생마중 불부자직)

‘삼밭에 나는 쑥은 삼처럼 스스로 곧게 자란다.’는 뜻으로,『순자(荀子)』의 권학편(勸學篇) 에는 나오는 내용입니다.

교육계에서 많이 인용하는 구절인데, 사람도 좋은 환경에서 좋은 친구들과 사귀고 좋은 경쟁을 하면, 좋은 사람이 된다는 비유로 많이 쓰입니다.

이 방법은, 옛날에 묘목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 했던 방법입니다. 구부러지지 않은 반듯한 묘목을 기르기 위해서, 삼(大麻)씨와 묘목의 씨를 같이 뿌리면, 삼이 자라는 방향으로 바르게, 빠르게 묘목도 잘 자라게 된다는 것입니다.

(2025.05 - 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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