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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진이의이야기

[국진이의이야기]5월 16일(금) - 작약 꽃

by 국진이의이야기 2025.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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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은 함지박처럼 크고 풍성한 꽃으로, 결혼식에서 신부의 부케로 많이 사용됩니다. 


고대 중국의 전설적인 의사 두 사람으로는 편작(扁鵲;BC401BC310)과 화타(華陀;?~208?)가 있습니다.

화타는『삼국지』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명나라 소설가 나관중(羅貫中 :1330~1400)이 쓴 『삼국지연의』에도 신의(神醫)로 등장 하는데, 중국의 한나라 말기에 살았던 실존 인물입니다. 

 


약물처방 뿐만 아니라, 그 당시에 이미 마비산(麻怫散)이라는 마취제를 만들어 외과수술을 했으며, 관직에 나가지 않고 향촌(鄕村)에 머물면서 의술을 행했습니다.

삼국지에 보면 화타가 오나라 주태 (周泰)와 관우(關羽)의 상처를 치료해준 것이 나옵니다. 특히 독화살을 맞은 관우의 치료 이야기가 나오는데, 마취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량(馬良)과 바둑을 두면서 치료를 받는 관우도 대단하지만, 관우가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도록 수술을 한 화타의 의술은 더 대단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화타는 조조(曹操:155~220)와 같은 안휘성(安徽省) 출신으로 조조는 화타를 불러 자기의 곁에 두고 자신의 두통을 치료하곤 했습니다만, 화타는 자신의 의술을 조조만을 위해서 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잠시 귀향을 청하여 집으로 간 후에 아내의 병을 핑계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이 에 화가 난 조조는 화타를 압송하여 고문하여 죽여 버리는데, 조조가 죽을 때 화타를 죽인 것을 많이 후회 했다고 합니다. 

작약(芍藥) 이야기를 시작 하면서 화타이야기로 시작한 것은 작약의 약효를 처음 확인한 사람이 화타이기 때문입니다.

화타는 꽃이 좋다고 지인에게서 작약을 선물 받았는데, 꽃도, 잎도, 줄기도 약재가 되지 않는다고 정원 한 켠에 버려두고 있었습니다. 

 


몇 해가 지난 어느 날 화타가 꿈을 꾸는데, 정원 한 구석에서 아리따운 여인이 울고 있는 꿈이었고, 같은 꿈이 며칠을 계속되고 그곳이 화타에게 버림받은 작약이 있는 곳임을 기이하게 여긴 화타가, 꽃과 잎과 줄기가 아니라면 작약의 뿌리가 약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하여 마침 부인병이 있었던 아내에게 달여서 먹였더니 바로 회복이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작약의 뿌리는 여성에게 좋은 약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작약은 봄과 초여름 사이를 구분 짓는 대표적인 꽃입니다. 작약은 함지박처럼 크고 풍성한 꽃을 피운다고 해서 함박꽃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작약은 영어로 피어니(Peony)라고 하는데, 신화에서, 헤라클레스의 화살을 맞은 저승의 왕 푸르돈이 피를 흘리며 하늘로 피해, 신들의 의사인 피어니(Peony)에게 달려갔습니다. 피어니는 올림포스 산에서 작약을 캐어 푸르돈의 상처를 낫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작약을 신들의 의사라는 뜻으로 피어니(Peony)라고 한 것입니다.


작약과 아주 유사한 꽃이 모란(목단)입니다. 모란이 꽃이 더 크고, 좀 더 이른 시기에 피는데 꽃의 생김새로는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모란은 나무(木本)이고, 작약은 풀(草本)입니다. 때문에 모란은 나무에서 새순이 나오고, 작약은 땅속뿌리에서 새순이 나옵니다. 

작약은 50~60cm, 모란은 1.5~2m 정도의 키인데, 중국에서는 모란을 꽃의 왕이라고 화왕(花王), 작약을 꽃의 재상(宰相)이라고 화상(花相) 이라했습니다. 또 꽃의 키에 맞추어 미인을 표현할 때 ‘서면 모란, 앉으면 작약, 걸으면 백합’ 이라는 관용구가 생겼습니다. 

모란은 우리나라에 들어온 기록이『삼국유사 』에 명확히 남아 있는 꽃입니다.

선덕여왕이 공주(덕만공주)시절(632년), 당태종이 우호의 의미로 모란 그림과 함께 모란 씨앗 한 되를 신라에 보내 왔는데, 영민한 덕만공주가 그림을 보고 ‘모란꽃 그림에 나비가 없는 것으로 봐서는 모란꽃에는 향기가 없다.’라고 했는데, 실제 심어서 꽃을 피워 보니까, 향기가 없는 꽃이었습니다. 

이 고사 이후로 우리나라에서는 화가들이 모란꽃을 그리면 나비를 그리지 않는 것이 전통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화투(花鬪)의 6월 목단(모란)그림 열 끗에는 나비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는 화투가 일본에서 만들어져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또 하나, 작약인 함박꽃과 가끔 이름이 혼동 되는 함박꽃나무라는 나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깊은 산골짜기에 자라는 목련과(科) 활엽, 낙엽, 소교목이며 보통 산목련(山木蓮)이라고 부르는데, 북한에서는 목란(木蘭)이라 하고 1994년부터 김일성 교시에 의해 북한의 국화(國花)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나무의 모양이나 꽃의 모양은 함박꽃(작약)이나 모란과는 많이 다르며, 향기가 좋습니다.  

작약은 내한성이 강한 여러해살이식물로 주로 포기나누기로 번식하며, 중국이 원산지로, 우리나라, 일본, 유럽, 북미로 넘어간 꽃인데, 작약이 일본에서만도 아주 다양한 종이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약재용으로 개발 된 것도 있지만, 관상용으로 또, 향료용으로 많이 개발이 되었습니다.

작약은 향기가 무척 강합니다. 주로 장미꽃처럼 달콤한 향기가 난다고 하지만, 실제 향을 맡아 보면 향이 너무 진해서 오히려 독한 느낌이 듭니다. 작약을 약재로 사용할 경우 식재 후 3~4년 가을 또는 봄에 수확을 합니다. 

또, 작약은 꽃이 화려하고 풍성하며, 꽃이 피는 시기가 결혼 성수기인 관계로, 최근에는 결혼식에서 신부의 부케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꽃이 되었습니다. 
 
작약이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 왔는지는 명확치 않습니다. 고려 충렬왕 22년 5월 ‘수녕궁에 작약꽃이 만발 했다.’ 는 기록이 있으며, 조선 태종 12년 4월 상왕이 김여지를 불러 ‘명일 광연루에 가서 작약이 만개한 것을 보고 싶다.’ 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예부터 작약뿌리는 약용으로 널리 사용 되었는데, 생초학(生草學)에서는 국내의 5대 기본 한약재로 당귀, 천궁, 황기, 지황, 작약을 말하고 있습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작약이 ‘여성의 월경과 산후조리에 좋다.’ 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가 지금도 마시고 있는 쌍화탕의 주재료로 사용되는 약재가 작약(백작약)인데, 쌍화탕의 특유의 향과 맛이 작약의 향과 맛입니다. 

작약은 꽃의 색깔에 따라서 효능에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흰색의 백작약(白灼藥)은 간 기능을 향상시켜 빈혈, 생리불순, 생리통 등 여성 질환에 도움을 주며, 붉은색의 적작약(赤芍藥)은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통증을 완화시키고, 염증을 가라앉히는데도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작약은 모란과 함께 미나리아재비과(科)인데, 미나리아재비과 특유의 독(毒)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약재가 되지만, 잎, 줄기, 꽃 등을 그냥 먹어서는 안 됩니다.

가람 이병기 선생님(1891~1968)의「함박꽃」시가 있습니다.

   이제야 피는 양은 때가 늦어 그리는지 
   푸른 잎 사이사이 흰 송이 붉은 송이 
   제여곰 수줍은 듯이 고개 절로 숙인다. 

   유달리 풍성하고 화려한 그 얼굴들 
   우거진 녹엽 속에 으늑히 숨겨두고 
   행여나 뉘라 알까봐 향기마저 없더라.

제가 보기에는, ‘푸른 잎 사이사이’ ‘우거진 녹엽 속에’ ‘향기마저 없더라.’의 시구로 보면, 가람 선생님은 모란을 함박꽃이라고 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2025.05 - 국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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