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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꽃
잘 쓰면 좋은 꽃, 좋은 약재, 잘 못 쓰면 습관성 마약
플랜더즈 들판에 양귀비꽃 피었네.
줄줄이 서있는 십자가들 사이에
우리들이 잠든 곳 저 십자가가 알려주고 있네.
하늘에는 종달새 힘차게 노래하며 날아오르건만
저 밑에 요란한 총 소리 있어
그 노래 소리 잘 들리지 않네.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영연방인 캐나다군 군의관이자 시인이었던 존 맥크리(John McCrae) 소령이 쓴 유명한 시「플랜더즈 들판에서 (In Flanders Fields)」의 머리 부분입니다.
이 시는 맥크리 소령의 친구인 헬머 중위가 전사한 직후 1915년 5월3일에 썼는데, 시에 나오는 플랜더즈 들판은 지금 프랑스, 네덜란드를 접경하는 벨기에 지역으로, 상륙작전으로 2차 대전의 전세를 역전 시킨 노르망디지역의 좀 위의 지역인데, 전략적 요충으로 1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참혹했던 전투지역 이었습니다.
5월초 눈부신 자연의 봄날, 참혹한 전쟁터에서 친구를 보내고, 폐허가 된 들판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시인의 눈에, 무심할 정도로 흐드러지게 핀 선홍색 피 빛깔의 양귀비꽃은 어떻게 보였을까요?
1918년 11월11일 1차 세계대전은 종전이 되고, 이 날을 기념하여 매년 11월 11일이 종전 기념일로 즉, 영연방국가 현충일이 되었는데, 이날 11시가 되면 영연방 국가에서는 2분간 묵념을 하고「플랜더즈 들판에서」시를 낭독하고 있으며, 이 시의 모티브가 된 양귀비꽃 패치를 가슴에 달거나, 전몰 용사의 묘소에 양귀비꽃을 바치는 전통이 생긴 것입니다.
EPL축구를 즐겨 보시는 분들은 아실 것 같습니다. 11월이 되면 일정기간 동안 각 구단 선수들 유니폼에 그 간 보이지 않던 오뚝이 모양의 빨간색 양귀비꽃이 인쇄된 것을 볼 수 있고, 각 구단 감독들도 가슴에 양귀비꽃 패치를 달고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시에서 유래된 영연방 현충일 양귀비꽃 패치입니다.
저는 여행을 하면, 그 곳의 식생(植生)에 관심이 많습니다. 몇 년 전 5월초 유럽 여행 중 체코,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등 버스로 이동 중일 때, 도로의 경사진 둑에 유난히 눈부시게 붉고 하늘거리는 꽃이 있어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중간 휴게소에 내려 가까이 가서 보니까 개 양귀비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5월 초순 유럽은 어디를 가더라도 양귀비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어서, 맥크리의「플랜더즈 들판에서」가 이해되고, 실감나게 했습니다.
양귀비(楊貴妃;Opium poppy)는 양귀비과 양귀비속의 해넘이 한 해살이 초본(草本)으로 동부 유럽과 서아시아가 원산지인데, 기원전 수천 년 전에 이미 약용 또는 관상용으로 재배를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세계에 30속 500여종이 있는데, 대별(大別)하면 마약성분이 있는 양귀비와 마약성분이 없거나 미량이 함유되어 있는 개양귀비로 나눕니다. 또 개양귀비에는 꽃양귀비, 두메양귀비, 털양귀비 등이 있습니다만, 우리는 양귀비와 개양귀비로만 구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양귀비꽃은 5~6월 줄기 끝에 한 개씩 달리며 꽃봉오리는 아래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꽃이 피면 반듯하게 하늘을 바라보는데, 꽃의 색은 붉은색, 자색, 흰색 등이 있습니다.
양귀비와 개양귀비(Red poppy, Field poppy)는 외양이 비슷합니다. 우선 크기는 개양귀비가 30~80cm로 키가 좀 작고, 양귀비는 50~120cm로 좀 큽니다. 가장 큰 차이는 양귀비는 꽃대, 꽃받침, 잎 등이 털이 없이 매끈합니다만, 개양귀비는 털이 있고, 꽃 안쪽에 보면 양귀비는 검은 무늬가 있고, 개양귀비는 없습니다. 또, 양귀비는 아편유액(阿片乳液)을 받을 수 있는 둥근 꽃받침이 충실한데, 개양귀비는 빈약합니다.
양귀비(楊貴妃)는 중국 당(唐) 현종의 후궁으로 중국에서 서시, 왕소군, 우희와 함께 실존(實存) 4대 미인입니다. 이 꽃이 경국지색(傾國之色)의 양귀비에 버금 갈 정도로 아름답다고 붙인 이름입니다.
양귀비의 다른 이름으로는 앵속(罌粟), 약담배, 아편(阿片), 양고미(陽古米), 낭자(囊子)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 이전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조선후기 유희가 쓴 『물명고(物名攷』에 처음으로 양귀비라는 이름이 사용되기 시작했고, 그 이전에는 양고미(陽古米, 羊古米)로 사용되었습니다.
마약으로서 양귀비는 보통 아편으로 불리는데, 그리스어로 양귀비의 즙액(汁液)을 말하는 Opion이 중국에서 한자로 아편(阿片)으로 적었기 때문입니다.
아편은 양귀비의 익지 않은 꽃받침에 상처를 내어 나오는 유즙(乳汁)을 60도C 이하의 온도에서 건조하면 아편이 되는데, 모르핀, 파파베린, 코데인 등 마취성인 알칼로이드 성분으로 옛날에는 중요한 진통제로 사용되었습니다.
아편을 약용이나 약의 재료로 사용하면, 중추 신경계에 작용하여 진통과 진정작용이 탁월하며, 이질, 설사에 지사효과가 현저하고, 복통, 기관지염, 만성장염, 불면 등의 치료에 훌륭한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요리칼도 강도가 사용하면 사람을 죽일 수 있듯이, 아편을 담배와 함께 피면 환각상태에 빠지고, 습관성이 되고, 중독성이 나타나서 심하면 죽음에 이르는 마약이 됩니다.
요즘은 많은 나라에서 의약품, 의약품 원료 등으로 지정 재배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마약법」에 의해서 재배나 소지가 엄격히 금지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허준의『동의보감』에 처음으로 앵자속(罌子粟)이란 이름으로, 양귀비 약효와 재배법이 소개가 되었는데, 점점 중국에서 아편수입이 늘어나고, 중독 피해가 발생하자 아편흡연을 천주교와 결부시키고, 쇄국정책의 한 이유로 엄격히 금지를 시켰습니다.
그러던 중, 1882년 임오군란을 계기로 청나라 군대가 조선에 주둔을 하면서 아편이 다시 들어왔고, 1912년 일제가「조선 형사령」으로 아편 흡연을 금지시켰지만, 1920년 조선총독부 통계로 보면, 조선의 아편 아편쟁이가 2만 명이 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해방 후, 1957년 제정된「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로 지금까지 엄격히 금지되고 있으며, 우리가 사용하는 의약용 아편은 UN기구에서 필요한 량을 할당받아 수입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주로 약용으로 인도, 태국, 미얀마, 라오스, 파키스탄, 터키, 레바논, 옛 유고 연방 등에서 정부의 규제 하에 년 간 약1만 톤 이상 재배가 되어 지고 있는데, 태국, 미얀마, 라오스 접경지역을 황금의 삼각지대라고 할 만큼 아편규제를 무시한 밀거래가 활발한 지역이 되었습니다.
아편(阿片)과 관련해서, 중국의 아픈 역사이고, 영국이 일으킨 역사상 가장 부도덕한 전쟁이라고 하는「아편전쟁」이 있습니다.
영국의 과소비로 인한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18세기부터 중국에 아편을 밀수출하기 시작했는데, 청나라 정부에서 수차에 걸쳐 아편금지령을 내렸지만 마약의 특성상 통제가 안 되었습니다.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중국에서 아편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중독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자, 청나라 도광제는 아편무역 중심지인 광저우에 특사를 파견하여 영국 상인들로부터 아편을 몰수하여 석회를 섞어 바다로 흘러 보내는 극단적 조치를 취합니다.
이에 영국은 자국 상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1840년 광동 앞바다에 함대를 파견하고, 영국 명의가 아니고, 인도 명의로 청나라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가장 부도덕한 전쟁인 아편전쟁이 시작됩니다.
신식 대포와 강한 해군력의 영국군에 청나라는 무기력하게 당했으며, 양자강이 봉쇄되고, 북경 앞 천진까지 진출하자, 결국 1842년 8월 영국함대의 갑판에서 불평등하기 짝이 없는 「남경조약」이 체결되고, 결과로 홍콩을 영국에 넘겨주며(1842~1997;155년간) 엄청난 전쟁 배상금과 몰수된 아편에 대해서도 비싸게 배상하는 등의 조건을 수락하면서, 중국은 이때부터 서구열강에 급속히 잠식당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지방방송의 사건사고 뉴스는, 겨울이면 연탄가스 중독 사망사고와 5월, 6월이면 양귀비를 재배하다가 적발되어 구속되는 사건이 자주 나오는 뉴스였습니다.
단속을 피해서 산골짝이나 산중의 화전에서 재배를 했는데, 꽃이 워낙 화려하여 정찰기의 항공 촬영으로 적발해내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강력한 적발 과정을 거쳐서 양귀비의 밀재배가 거의 근절이 되었는데, 근래에 와서 관상용으로 잘 못 알기도 하고, 약용으로 한, 두포기 키우는 것은 문제없겠지 하는 생각에, 일반 가정의 텃밭이나 화분, 다른 작물의 사이에 조금씩 재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양귀비는 마약류이기 때문에 1포기라도 재배하다가 적발되면 「마약류 관리법」에 의해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므로 확실하게 개양귀비라고 구별되지 않으면 양귀비류는 재배를 하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2025.04 - 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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