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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자나무 꽃이 너무 예뻐 사람의 마음을 홀린다고 옛날에는 집안에 심는 것을 금했습니다.
요즘은 많이 없어졌지만, 우리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여자 아이 이름에 아들 자(子)자가 들어가는 이름이 참 많았습니다. 영자, 순자, 춘자, 명자, 숙자 심지어 끝자까지 있었습니다.
흔히들 여자아이 이름에 아들 子자를 붙여서 이름 짖는 것이, 뿌리 깊은 남아 선호 사상에 기초하고 있다고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남아 선호 사상이 그때는 분명 있었고, 또 심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제가 어릴 때 시골동네에 보면, 아들이 많은 집에도 子자 이름이 들어 간 여자 아이의 이름이 많이 있었습니다.
막연하게나마 여기에 무엇인가 풍습의 관성(慣性)이 존재하고 있겠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회사에 들어가고, 일본에 출장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명함을 받아보면, 일본 여자 분들의 이름에 子자가 참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영자(英子; 에이꼬), 순자(純子; 준꼬), 춘자(春子; 하루꼬), 명자(明子; 아끼꼬) 등, 옛날 우리 동네 여자 아이들의 이름과 발음만 다를 뿐 한자(漢字)이름은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것으로 보면, 우리 어린 시절 여자아이 이름에 들어가는 아들 子자는 남아 선호사상 보다는 일제강점기의 관성(慣性)이 그 때 까지 남아 있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일본도 남아 선호 사상이 있습니다만, 일본에서는 아들 子자가 아들만을 의미하는 것 보다는 자식을 의미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동네 여자아이 이름 같은 ‘명자나무’라는 자그마한 꽃나무가 있습니다. 벚꽃이 질 때쯤에 새로 난 푸른 잎 뒤로 숨은 듯 얼굴을 내밀며 빨간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어떻게 보면 동백꽃을 닮았고, 어떻게 보면 매화꽃을 닮았는데, 동백꽃 보다는 꽃이 작고, 매화꽃 보다는 꽃이 큽니다.
명자나무는 크기에 비해서 꽃도 크고, 많이 피며, 빨강색으로 발걸음을 멈출 만큼 아름답습니다. 명자나무 꽃은 벚꽃처럼 요란하지도 않고 양귀비처럼 요염하지도 않으면서도, 은은하고 청순한 느낌을 주는, 매우 예쁜 꽃입니다.
유현동 시인의 「명자꽃」시입니다.
짙고 푸르름 더해 갈 무렵
푸른 잎새 뒤에 숨어
늦은 화장을 마치고
수줍게 살며시 고개든 너
봄을 잊은 나의 가슴속에
눈과 마음 훔칠 만큼
강렬하고 매혹적인 너의 모습
이토록 아름다운 너를
몰라본 내 눈이 촌스러웠던 게야.
다년생 화목(花木)중에서는, 빨강색 꽃을 피우는 나무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장미꽃, 동백꽃, 석류꽃과 이 명자꽃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세계적으로는 희귀종에 속하며, 그래서 서양에서는 명자나무 꽃을 ‘장미를 닮은 꽃나무의 여왕’ 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원예종으로 흰색 명자꽃, 분홍색 명자꽃이 개발되어 다양한 색으로 보급이 되고 있는데, 명자나무는 장미과의 낙엽, 활엽, 관목(떨기나무)으로 키가 2m내외로 아담하고, 땅에서부터 많은 줄기가 올라와서 포기를 이루며, 가지가 변한 가시까지 가지고 있어서, 쥐똥나무, 사철나무 등과 함께 생 울타리용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명자나무는 꽃이 지고나면, 9월경에 가지 사이로, 주먹만 하고, 모과 모양의 열매가 달려, 노랗게 익어 가는데, 작은 나무 치고는 열매가 커서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 이 명자나무 열매는 모양도 모과 같지만, 향기도 모과처럼 좋아서 과실주를 담그기도 합니다.
명자나무는 중국 중부 지방이 원산지로 『시경』위풍편에 목도(木桃)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것으로 봐서 아주 오래 전부터 중국에서는 관상수로 가꾸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명자나무가 언제 전래가 되었는지는 역시 기록이 없습니다. 처음으로 명자나무가 나오는 기록은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생약명 ‘명사목과(榠樝木瓜)’로 나오는데, 아마 모과의 목과(木瓜)와 구별한 것으로 보입니다. 담을 삭이고 기침을 멈추게 하며 이뇨작용에 도움을 주고 갈증을 멈추며 주독을 풀어준다고 되어 있습니다.
조선 후기 신경준이 쓴『여암유고(旅菴遺稿)』에 명사(榠樝)라는 단독이름으로 처음으로 나오는데, 어려운 한자입니다. 옥편으로 보면 명(榠)자는 명자나무 명자, 사(樝)자도 명자나무 사자로 나옵니다.
이 어려운 한자 명사(榠樝)나무가 구전에 되면서, 친근한 이름 명자나무가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명자나무는 지역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려 지기도 합니다.
호남지방에서는 바닷가의 해당화(海棠花)와 비교하여, 산에 피는 해당화라고 해서 ‘산당화(山棠花)’라고 했으며, 경기 지역에서는 예쁜 꽃이라고 ‘애기씨나무’라고도 부르고 있고, 옛 어른들은 가시를 가진 떨기나무라고 해서 ‘가시덕이’ 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저는 꽃 박람회나, 분재 전시회에 가면 출품들을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빠지지 않고 꼭 나오는 것에 명자나무 분재가 있습니다. 꽃 자체도 은은하고 청순하며, 요란스럽지 않은 아름다움이 있지만, 특히 꽃 피기 전 꽃망울이 야무지게 예쁘기 때문에 분재로서 더 많은 사랑을 받습니다.
옛 어른들은 명자나무가 꽃이 너무 예뻐서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버린다고 집안에 심는 것을 금기시 했다고 합니다.
이는 집의 아녀자가 이 꽃이 핀 것을 보면 봄바람이 난다고 금기시 했고, 사대부 집안에서는 도련님의 공부방에서 보이는 곳에 이 꽃이 피면 마음이 산란해져 공부가 안된다고 금기시 했다고 합니다.
정말로 명자나무 꽃을 자세히, 오래 보고 있으면 사람의 마음을 홀릴 만큼 예쁜 꽃입니다.
오래전 ‘명자’라는 이름이 들어간 가슴 아픈 근대사를 다룬 영화가 있었습니다.
이장호 감독, 김지미 주연의 1992년 개봉작「명자, 아끼꼬, 소냐」라는 영화입니다. 그 당시 히트한 영화였지만, 저는 길거리의 포스터 와 신문에 나온 영화광고만 보았고 영화는 보지 못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한 남자가 사랑했던 명자(明子)라는 아가씨가 일본의 카페로 팔려가면서 아끼꼬(明子)로 이름이 바뀌고, 뿌리가 없으니, 다시 흘러서 사할린까지 가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종전이 되고 우리도 해방이 되었는데, 애초에 명자를 사랑했던 한 남자가 수소문 끝에 45년 만에 소련 땅으로 바뀐 사할린에서 소냐(Sonia) 라는 이름의 명자(아끼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으로 귀국을 추진해 보지만 야속한 운명의 흐름 속에 그간 국적이 북한으로 바뀌어 있어서 그것도 불가하게 되었습니다.
심하게 뒤틀려버린 나라의 운명만큼이나 기구한 여인의 운명과, 한 남자의 간절한 사랑마저도 지켜주지 못한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2025.04-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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