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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1945~ )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에 나오는 「풀꽃 1」이라는 짧은 시입니다.
자세히 보면 모든 꽃은 아름답습니다. 어떤 꽃이 더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자세히 보지 않았고, 오래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오래보면 싸리꽃이 장미보다 덜 예쁘지 않습니다. 제비꽃이 모란꽃보다 덜 예쁠 이유가 없습니다.
음력3월3일을 삼월삼짇날이라고 합니다. 양력으로 보통 4월 초순 정도가 되는데, 도시에서 제비는 지금 보기도 어렵습니다만, 이때가 강남 갔던 제비가 긴 겨울을 끝내고 돌아올 때입니다. 제비가 돌아 올 때 피는 꽃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진 ‘제비꽃’이 있습니다.
무릎 꿇지 않아도 됩니다.
서 계신 그곳에서
눈길 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유순예 시인의「제비꽃」시의 일부입니다.
무릎 꿇지 않더라도, 앉아서 좀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세히, 오래보면, 제비꽃은 색상과 모양이 오묘하게 아름답습니다.
우리 삼국시대에 해당하는 일본의 나라시대에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시가집(詩歌集)인 『만요슈(萬葉集)』가 있는데, 여기에 가장 많은 소재가 된 꽃이 싸리꽃 이라고 합니다.
이어령 선생님이 쓴『축소지향의 일본인』에 보면, 일본인은 축소지향의 성격이 강해서 크고 화려한 꽃보다는 싸리꽃, 등나무꽃, 제비꽃, 패랭이꽃, 마타리꽃 등과 같은 자세히 봐야 예쁜, 작고, 치밀하고, 응집된 꽃을 좋아 한다고 합니다.
이 『만요슈』에 제비꽃 이야기가 나오는데 ‘꽃을 자세히 바라보니 너무 귀엽고 예뻐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하루 밤을 세워가며 바라보았다’ 고 해서 제비꽃을 ‘일야초(一夜草)’ 라고 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후에 하루는 모자란다고, 이틀 밤을 지켜봐야 한다고 ‘이야초(二夜草) 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지금도 제비꽃을 ’수미레(すみれ)‘ 라고도 하지만, ’이야초‘ 라고도 합니다.
제비꽃 이라는 한글명은 1937년 정태현 박사가 쓴『조선식물향명집』에 처음 나오는데, 그 전에는 ‘오랑캐꽃’이 보편적인 이름이었습니다.
이 앙증맞은 꽃이 오랑캐꽃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험악한 이름을 갖게 된 것에도 몇 가지 설이 있으나, 가장 일반적인 설은, 이 무렵에 식량이 떨어진 북쪽의 오랑캐들이 국경을 넘어와서 식량을 약탈해 가는 시기에 피는 꽃이라고 오랑캐꽃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매년 이 꽃이 필 때 오랑캐들이 또 약탈하려 넘어 올 수 있음을 조심해야 한다는 기록을 살아서 매년 때를 맞추어 피는 제비꽃에다가 기록해 놓은 것은 정말 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제비꽃의 학명이 ‘Viola manshurica’입니다. 종소명에 만주지역(Manshurica)이라고 나와 있고, 실제 제비꽃은 만주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있어서 ‘오랑캐가 사는 땅에 흔한 야생화’ 라는 의미로 오랑캐꽃이라고 했다고도 말합니다.
제비꽃은 제비꽃과의 여러 해살이 풀로, 뿌리가 남아있어 피고 지고를 계속하는 야생화로, 원산지는 종류가 많기 때문에 특정이 되지 않지만, 남아메리카의 안데스 산맥, 지중해연안의 유럽지역, 동아시아의 만주지역 등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400여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조사하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데 30종 이상이 있다고 합니다. 식물학자들에 의하면 제비꽃은 다른 개체의 꽃가루를 받아서 수정되는 정도가 높아, 계속하여 잡종들이 생겨나기 때문에 조사 할 때마다 새로운 종이 추가가 된다는 것입니다.
제비꽃의 색깔은 노란색, 흰색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보라색 또는 짙은 자색(紫色)입니다.
영어로 제비꽃을 바이올렛(Violet) 이라고 합니다. 색깔을 말할 때 보라색을 퍼플(Purple) 이라고도 하고, 바이올렛(Violet) 이라고, 제비꽃과 같은 영어를 쓰고 있습니다.
제비꽃은 한방에서는 근채(菫菜) 또는 지정(地丁)이라고 합니다. 제비꽃의 뿌리를 포함한 전체를 말려서 소염, 해열, 해독의 약재로 사용을 했다고 하며, 어린잎과 꽃은 먹기도 했는데, 유희가 1824년에 쓴 어휘사전『물명고』에 ‘근채를 먹으면 달고 부드럽다.’ 라고 식용이 가능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황대권(1955~ )씨가 안동교도에서 쓴『야생초 편지』에도 제비꽃 이야기가 있는데 ‘제비꽃으로 모듬 야초무침을 해먹고, 보라색 꽃을 밥숟갈 위에 얹어 먹으니 향긋한 게 이색적인 맛이 난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제비꽃에 대한 이야기는 유럽에도 많이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보면, 양치기소년 ‘아티스’가 아름다운 소녀 ‘이아’의 진실한 사랑을 모른 척 하자 ‘이아’가 죽어서 제비꽃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고, 그리스 아테네를 상징하는 꽃이 제비꽃 이었으며, 로마시대에는 장미와 같이 가장 많이 심은 꽃이 제비꽃 이었다고 하고, 가톨릭에서는 성모 ‘마리아’ 에게 장미, 백합 과 함께 겸손의 의미로 제비꽃을 바칩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제비꽃을 엄청 좋아해서, 젊었을 때는 ‘제비꽃 소대장’으로 불리었고, 동지를 확인하는 비표로 제비꽃을 사용했다고 하며, 엘바섬에 유배 되었을 때 그 아내 조세핀에게 ‘제비꽃이 필 무렵에 돌아가겠다.’고 편지했습니다.
초봄에 화단에서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꽃이 제비꽃을 닮은 팬지(Pansy)입니다.
어떻게 보면 사람의 얼굴 모양, 어떻게 보면 강아지의 얼굴 모양이 보이는데, 팬지는 제비꽃을 조상으로 19세기 유럽에서 개량되었고 일본에서 대형으로 재 개량이 되어 근래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화초입니다.
(2025. 04 - 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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