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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마음의 불편함 없이 벚꽃축제를 즐기자. - 벚꽃
“총탄이 떨어지면 총검으로 돌격하라, 총검이 부러지면 맨주먹으로 맞서라, 몸이 부서지고 심장이 멎으면 혼백이 되어 적진으로 돌격하라.”
1943년 5월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알류산 열도에 있는 애투섬 전투에서 일본군 지휘관 야마자끼 야스요(山崎保代)대좌가 병사들에게 했던 훈시입니다.
2,500명의 병사들이 거의 전멸하고, 승부가 이미 끝난 상황에서 18일을 버티며 최후로 남은 140명을 추슬러 미군진지를 향해 자살공격을 감행했고, 결과는 전원 전사 했습니다.
이 모습을 싸우면서 지켜본 미군은 소름이 돋습니다. 보통 서구의 전쟁에서는 승부가 기울어지면 더 이상의 무의미한 희생을 막기 위해서 항복을 택하는데 이러한 자살을 군국주의 일본은 용기라고 하고, 벚꽃 잎이 하나씩 조각나서 일시에 떨어지는 모습의 산화(散花)라고 미화하고, 또 구슬이 아름다운 빛을 내며 산산조각 부서지는 모습의 옥쇄(玉碎)라고 극도로 미화 했습니다.
‘꽃은 벚꽃, 사람은 사무라이’ 무사도(武士道)라는 이름으로 내려오는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을 짧게 표현하는 말입니다.
이는 화려하게 피었다가 한꺼번에 지는 벚꽃처럼 무사는 죽을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목숨을 던지는 것이 영광이라는 뜻입니다.
화개작야우(花開昨夜雨) /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화락금조풍(花落今朝風) /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누나
조선 중기 운곡(雲谷) 송한필(1539~ ?)선생의「작야우(昨夜雨)」시의 일부로 학창시절 교과서에 나온 것입니다.
인간의 젊음이 한 순간을 정점으로 금세 늙어가듯,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꽃도 잠깐 숨 돌리는 사이에 사라져 버리고 마는 덧없음을 아쉬워하는 내용입니다.
벚꽃은 피어나는 모습도 일제히 피어서, 밤길을 밝힐 만큼 화려하기 그지없지만, 일제히 떨어지는 모습도 인상적인 꽃입니다. 얇은 꽃잎 한 개 한 개씩 바람에 날리며 떨어지는 모습은 눈이 오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합니다.
벚나무의 어원은 국어사전에 벚나무의 옛 이름 봇나모에서 온 것으로, 봇나무-벚나무로 변화가 되었으며, 벚나무에서 피는 꽃을 벚꽃이라고 했고, 열매를 벚이라고 했는데, 연음과 경음화로 버찌가 되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한자로도 벚나무 앵(櫻)자는, 앵두나무 앵(櫻)자를 같이 쓰며, 일본에서는 사꾸라 라고 읽고, 영어로는 Cherry Tree라고 합니다.
일본말 사꾸라(さくら)는 벚꽃이라는 뜻 이외에 가짜라는 뜻이 있습니다. 말고기(馬肉)의 색이 벚꽃 색과 비슷하기 때문에 사꾸라니꾸(櫻肉)라고도 하는데, 가끔 업자들이 말고기를 소고기로 속여 팔아서 사꾸라가 가짜, 거짓말쟁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우리나라에서도 거짓말쟁이, 가짜, 배신자 등을 욕하는 말로 사꾸라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특히 정적이 많고, 힐난(詰難)해야 할 사람이 많은 정치판에서는 사꾸라로도 모자라 왕사꾸라, 겹사꾸라라는 말이 난무했습니다.
벚꽃을 이야기 하면, 지금도 계속되는 두 가지 논쟁이 있습니다. 벚꽃이 일본의 나라꽃(國花)이다, 아니다. 하는 것과, 일본이 자랑하는 왕벚꽃 품종인 쇼메이요시노(染井吉野)의 원산지가 제주도 한라산이다, 아니다 하는 것입니다.
일본도 우리나라 무궁화와 마찬가지로 벚꽃이 법적인 국화(國花)로 지정되어 있지 않습니다만, 일본도 관습상 벚꽃이 일본의 나라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 우익에서는 일본 왕실의 꽃이 국화(菊花)이므로, 나라꽃은 국화(菊花)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왕벚꽃의 조상 나무를 일본에서 찾지 못했는데, 1939년 일본의 식물학자 고이즈미(小泉)가 제주도 벚나무를 조사하고서, 일본 본토 벚나무의 조상 나무는 제주도에서 자라는 왕벚나무라고 발표를 합니다.
광복 후에 우리 학자들이, 일본 벚나무는 제주도를 원산지로 하는 왕벚나무가 건너간 것이라고 학계에 보고하여 오늘에 이르렀는데, 근래에 와서는 일본에서 제주도의 왕벚나무와 쇼메이요시노는 아무런 유전적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왕벚나무는 한라산 주변 해발고도 500~600M 지점에 집중해서 분포합니다, 현재 200여 그루가 보호를 받고 있는데, 오래된 것은 260년이 됩니다. 현재, 서귀포 신례리 왕벚나무 자생지(제156호), 제주시 봉개동 왕벚나무 자생지(제159호)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습니다.
벚나무는 천년을 넘기는 은행나무나 느티나무와 달리 100세를 넘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보통 50년이 넘으면 고목이 되는데, 식물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벚나무는 꽃이 한꺼번에 피기 때문에 개화(開花)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하여 수명이 짧아진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벚나무는 히말라야 지역이 원산지라고 알려져 있으며,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네팔, 이란 등 북반구 온대 전역에서 볼 수 있는데, 근래에는 꽃의 화려함 때문에 미국의 포토맥 강변, 프랑스의 쏘 공원 등 새로운 세계적인 벚꽃 명소가 생겨났으며, 각국이 가로수, 정원수, 공원수 등으로 점점 많이 채용하고 있습니다.
벚나무는 세계적으로 260여 종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벚나무, 왕벚나무, 산벚나무, 올벚나무, 수양벚나무, 개벚나무, 섬벚나무 등 십 여종이 있습니다.
벚나무는 장미과, 낙엽, 활엽, 교목으로, 3월말에서 4월 중순 사이에 잎이 나오기 전에 일제히 구름 같이 꽃이 핍니다. 벚꽃에는 향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 미미한 수준입니다. 꽃이 너무 화려하기 때문에 향이 없어도 벌과 나비를 충분히 유인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벚나무 열매인 버찌는 앵두와 비슷한 시기인, 빠른 것은 5월말에서 6월말까지 까만 색깔로 익어 가는데, 달콤하면서 쌉쌀한 맛입니다. 옛날에는 열매 그대로 많이 따 먹었지만, 지금은 술을 담그거나, 잼, 청, 차, 주스 등 가공해서 먹으며 버찌가 익을 때 산새 들새들에게는 아주 좋은 먹이 감이 됩니다.
벚나무는 목재로도 우수한데, 서양에서는 체리우드(Cherry wood)라고 하면 최고급 가구의 재료로 생각합니다. 또,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경판을 만든 나무가 조사에 의하면, 64%가 산벚나무로 만들었고, 나머지는 자작나무 등인데 산 벚나무는 몽고군에 항쟁한 고려 시대에는 우리나라 산에 가장 흔한 나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꽃구경하면 진달래꽃이었습니다. 진달래꽃이 피면 동네 단위로 화전(花煎)놀이가 하나의 공동체의 축제였는데, 이제는 벚꽃놀이가 중요한 지역축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벚꽃놀이로는 진해군항제가 있으며,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10리 벚꽃길이 있고, 여의도 윤중로 벚꽃 길, 전주-군산간 전군가도 벚꽃, 경주 보문단지 벚꽃, 경남 사천, 공주 마곡사, 부산 달맞이 고개 등 크고 작은 벚꽃 축제가 지자체별로 많이 생겼습니다.
우리나라 벚꽃의 개화 시기는 1987년에서 2010년까지 14년을 평균하여, 서귀포 3월25일, 부산, 경주, 대구는 3월말, 전주, 대전, 강릉은 4월 5일, 서울은 4월 10일경에 만개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몇 해 전에 겨울이 따뜻했기 때문에 서울 윤중로의 벚꽃이 3월말에 만개를 했습니다. 14년 평균보다 10일 빨리 피어 버린 것입니다. 꽃을 보는 사람이야 언제 피든 문제될 건 없지만, 평균 만개일(滿開日)에 맞추어 벚꽃 축제를 준비하는 지자체와, 축제에 한 몫을 보겠다는 상인들은 10일정도 개화시기가 차이가 나면, 맥 빠진 축제를 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벚꽃축제를 준비하면서 주체측은 아직도 일본문화, 일본 꽃, 왜색축제라는 이야기에 대한 불편함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감아 도는 윤중로의 벚꽃은 1983년에 창경원을 창경궁으로 복원하며, 창경원 왕벚나무를 옮겨 심은 것이 많습니다. 실제로 열혈 반일인사가 여의도 벚꽃축제를 반대하며 도끼로 4그루를 찍어내는 사건도 있었는데 ‘왕벚나무 제주도 원산지설’ 로 그나마 막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제주도 왕벚나무가 일본 벚꽃의 조상이면, 일본이 자진해서 우리의 속국(屬國)이 되겠다고 할 것도 아니고, 왕벚나무가 제주도 원산지이면 벚꽃축제를 한국 전통축제라고 어정쩡하게 포장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제는, 마음의 불편함 없이 벚꽃의 화려함 그대로를 즐기면 좋겠습니다.
(2025.04 - 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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