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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온 가인(佳人)과 같은 꽃 - 목련꽃

 


만물약동(萬物躍動), 만화방창(萬化方暢)의 4월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이 화려한 계절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관용적으로 표현합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작가 T.S 엘리엇은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혹함과 정신적 황폐함을 다룬, 장편 서사시 「황무지」에서 4월을 가장 ‘잔인한 달’ 이라고 했습니다. 이후에 누구나 자주 인용하는 ‘잔인한 달 4월’이 되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우리에게도 분명 4월은 잔인한 달이 되었습니다. 

 


이념과 진영이란 이름으로 많은 분이 희생된 제주의 4.3사건이 있었고, 젊은 학생들이 희생된 4.19혁명이 있었으며, 최근에는 단원고 학생을 비롯하여 304명이 희생된 4.16 세월호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념과 진영을 넘어서, 희생된 사람은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딸이었으며, 아버지였고 어머니였습니다. 또 내 심장의 반쪽일 만큼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이 기 막히는 슬픔에, 차라리 봄의 생동감과 만화방창(萬化方暢)은 더 잔인하게 다가왔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기에, 이 잔인함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희망하는 하얀 꽃으로 4월에 제일 먼저 피어나는 꽃이 ‘목련꽃’ 이고, 이 잔인한 4월의 대지에 죽어간 이의 넋을 순백의 목련화로 위로하고 나서 본격적인 생동의 봄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목련(木蓮)’ 은 나무에 피는 연꽃과 같이 크고 아름다운 꽃이라는 뜻이며 백목련, 자목련,  황목련, 별목련 등 목련류를 총칭하는 목련과(科)의 이름입니다.

목련은 목련과의 낙엽 활엽 교목으로 10~20m 까지 자라며, 한국 일본 중국 등에 주로 분포하는데, 목련은 약 1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살아있는 가장 오래된 식물중의 하나입니다. 세계적으로 200여종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이창복 교수의 1970년 논문에 의하면 목련의 원산지는 제주도 한라산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성판악에서 백록담 쪽으로 올라가면 해발 1,800m 부근에 자연산 목련 군락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흔히 정원이나 공원에서 보는 목련은 제주도 원산의 토종목련이 아니라 대부분이 중국이 원산인 백목련입니다. 꽃이 크고 순백의 미가 있어서 많이 보급한 결과입니다.

목련이 피는 시기는 좀 이른 3월말~ 4월초로, 아직 벌과 나비가 활발하게 활동하기 전이기 때문에 꽃가루를 먹는 딱정벌레 등을 유인하여 주로 수분(受粉)을 합니다. 목련은 9~10월에 특이한 모양의 열매 골돌(蓇葖 :꼬투리 열매)이 달리는데, 타원형으로 껍질은 붉은색입니다.

목련은 꽃이 진 뒤에도 넓은 잎도 관상수로 충분히 보기 좋은 나무이며, 꽃뿐만 아니라 꺾은 가지에서도 좋은 향기가 납니다. 중국에서는 ‘꽃은 옥이요, 향기는 난초와 같다.’ 라고 하여, 목련을 ‘옥란(玉蘭)’ ‘목란(木蘭)’ 이라고도 부릅니다. 

 


조선전기 서거정이 쓴 『사가시집(四佳詩集)』에서는 겨울에 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꽃눈에 나있는 갈색의 긴 털이 글씨를 쓰는 붓과 비슷하다고 해서 ‘목필화(木筆花)’라고 했으며, 조선중기 이수광이 쓴 『지봉유설(芝峰類說)』에서는 겨울날 목련의 꽃눈의 끝이 대부분 북쪽을 향하고 있다고 해서 ‘북향화(北向花)’ 라고도 했습니다. 

정말로 목련꽃 피기 전 꽃봉오리를 보면, 끝은 북쪽을 아랫부분은 남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는 꽃봉오리 아랫부분 남쪽이 따뜻한 햇볕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생장이 더 빨라, 도톰해지니까 자연적으로 꽃봉오리 끝이 북쪽으로 향하게 된 것입니다.  

목련은 영어로는 ‘매그놀리아(Magnolia)’ 인데, 18세기 프랑스 식물학자인 ‘피에르 마뇰’ 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며, 일본어로는 한자(漢字)를 그대로 발음한 ‘모꾸렌(木蓮 ;もくれん)’이라고 하고, 중국어도 한자를 발음한 ‘무리엔(木蓮)’ 이라고 합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목련을 ‘신이(辛夷)’ 라고 했습니다. 목련꽃이 피기 전에 꽃봉오리를 따서 말려서 약재로 사용을 하거나 차로 음용을 하는데, ‘감기, 알레르기 비염, 축농증에 효과가 있으며, 얼굴이 부은 것을 내리고, 치통을 멎게 하며, 눈을 밝게 한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목련 중에 백목련보다 조금 늦게 피는 붉은 보라색의 자목련(紫木蓮)은 독성이 있어서 전문 한약사가 취급해야 한다고 하며, 자목련을 차(茶)로 마시는 것도 금하고 있습니다.

목련과 비슷한 나무로 숲속의 목련, 산목련(山木蓮)이 있습니다. 함박꽃나무라고도 하고, 북한에서는 목란(木蘭)이라고도 하는데, 북한의 나라꽃이 소월의 영변 약산 진달래꽃과 연관 지어 진달래꽃이었으나 1994년 김일성 교시로 ‘목란’ 을 북한의 나라의 꽃으로 정했습니다. 
북한의 200원 짜리 지폐의 앞면에 그려진 목란을 보면 우리의 산목련(山木蓮)이 맞습니다.

우리가 ‘함박꽃 같은 웃음’이라고 할 때 함박꽃은 학자에 따라서 모란이라고 하는 이도 있고, 작약이라고 하는 이도 있으며, 모란과 작약을 구분하지 않고 함박꽃이라고 하는 이도 있는데, 이 산목련을 함박꽃이라고 하는 이도 있습니다. 

가장 개연성이 있어 보이는 설명은 작약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즉 작약은 약명이고 꽃 이름은 함박꽃이라고 하는 설명입니다. 

목련과 관련하여, 박목월 시인은 「4월의 노래」에서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라고 소녀 적인 감성의 서정성을 노래했으며, 경희대 설립자인 조영식 선생이 작시(作詩), 김동진 작곡, 성악가 엄정행이 불러서 한국 가곡으로는 대히트를 한「목련화」에서는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佳人)과 같고’ 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목련꽃은, 생동하는 계절에 슬픈 이미지를 담고 있는 꽃, 순백색으로 한꺼번에 피었다가 지나치게 빨리 낙화해 버리는 처연한 꽃이면서, 빛나는 꿈의 계절 봄에 온 가인(佳人)과 같은 양면성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꽃입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노랫말로 대한민국 가사 대상을 수상한 양희은 작사의 「하얀 목련」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우리 따스한 기억들 
    언제까지 내 사랑이어라, 내 사랑이어라 

    거리엔 다정한 연인들 혼자서 걷는 외로운 나
    아름다운 사랑 얘기를 잊을 수 있을까

    그대 떠난 봄처럼 목련은 다시 피어나고 
    아픈 가슴 빈자리에 하얀 목련이 핀다. 

(2025. 04 - 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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