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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음을 알리는. 산속의 노란 꽃, 우리 산은 생강나무가 있어서 좋다. 


『하버드 행동심리학 강의』라는 책에서 보면, 보통의 사람은 하루에 150번 정도의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의 선택을 해야 했고, 학창시절에는 취미 란에 독서라고 쓸 것인지, 음악 감상이라고 써야할지? 선택해야 했고, 청년시절에는 자장면을 먹을 것인지, 짬뽕을 먹을 것인지? 결혼해서는 여름휴가 때 산으로 갈 것인가, 바다로 갈 것인가? 를 늘 선택해야 했습니다. 

저는 바다 보다는 산을 좋아 합니다. 공자가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知者樂水)” 라고 했으니, 굳이 구분하여 말하자면 저는 지혜 있는 사람이기보다는 어진 사람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디에 거주를 하든, 가까운 곳에 좋은 산이 있어 등산을 하는 분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봄이 오고, 꽃이 피고, 잎이 나면 더 많은 분들이 등산을 할 것 같습니다.

산에 올라 넓은 아래 풍광을 내려다보면 호연(浩然)의 기상으로 기분도 좋아지지만, 산의 공기는 나무의 호흡 때문에 도심의 공기 보다는 아주 깨끗합니다. 

숲속에는 나무뿌리가 수분을 보유하고 있고, 나무의 호흡으로 수증기가 많은데, 이 때 주변 공기는 마이너스 전기를 띠는 음이온이 됩니다. 이 음이온은 사람의 정신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이것을 우리는 삼림욕(森林浴)이라고 부릅니다. 

『나무백과』를 쓴 임경빈(林慶彬)교수님(1922~2005)은 “산이 좋다. 산이 좋아서 산으로 간다. 산에는 신선한 공기가 있고, 깨끗한 물이 있고, 그리고 ‘생강나무’가 있어서 좋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생강나무는 숲속에서 새봄을 알리는 전령사로서, 아직 산골짜기에 눈과 얼음이 남아있는데도, 숲속나무 중에서 가장 일찍 마디마디에 노랑구슬 같은 꽃을 피우는 작은 나무입니다. 

생강나무는 비슷한 시기에 피는 산수유와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봄에 피는 노란 생강나무를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수유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산수유와 생강나무는 많이 다릅니다. 

 


산수유는 층층나무 과(科)이고, 생강나무는 녹나무 과입니다. 산수유는 산기슭이나 평지의 공원 등 양지에서 자라지만, 생강나무는 사람의 간섭이 미치지 않는 산속이나 계곡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나무이며, 산수유는 중국에서 들어온 나무이지만, 생강나무는 우리나라 고유 의 나무입니다.   

생강나무의 영어명은 ‘재패니즈 스파이스부쉬(Japanese Spicebush)’라고 합니다. 생강나무는 한국이 원산지로 개마고원 이남의 한반도의 화강암(花崗巖)이 우세한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으며, 중국에서는 황해를 가까이하는 일부지역과, 일본의 혼슈(本州)의 서남부 한반도 쪽 일부지역에 분포합니다.

 


생강나무라는 이름의 유래는, 어린 가지나 잎에서 생강(生薑)냄새가 나므로 생강나무라고 했습니다. 잎을 따서 손으로 비비면 생강 냄새 같은 향기가 코를 톡 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물파스향이라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생강나무에 상처가 나면, 그 상처를 치료하는 소독제와 같은 방어물질입니다.  

한글명으로 생강나무라고 처음 나오는 것은『조선식물명휘(朝鮮植物名彙);1921, 모리』에서인데, 약재(藥材)명으로 황매목(黃梅木)이라고, 또 기름을 짜는 나무로 동박나무라고 같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 전에는 일반적으로 황매(黃梅)라는 이름으로 쓰였습니다. 

제가 어릴 때, 고향(안동)에서는 아버지께서도 노란 꽃 생강나무를 동백나무라고 했습니다.  제가 커서 빨간 꽃의 진짜 동백(冬栢)나무를 보기 전 까지는 저도 생강나무를 동백나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경상북도나 강원도 등 실제 동백나무 자생 북방 한계선을 넘어서는 곳에서는 동백나무, 동박나무, 산동백나무, 산동박나무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동백나무 열매로 기름을 짠 동백유(冬栢油)를 머릿기름으로 사용을 했는데, 동백나무가 없는 지역에서는 생강나무 열매로도 기름을 짜서 머릿기름을 만들었기 때문에, 머릿기름을 동백기름이라고 하고, 동백기름을 만드는 나무니까 동백나무로 불리게 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생강나무는 녹나무 과(科)의 낙엽, 활엽, 관목(떨기나무)으로, 키는 2~3m 쯤 되며, 꽃은 3월초 이른 봄에 피며, 나무는 암, 수 딴 그루로 9~10월이면 열매가 까맣게 익어 가는데, 겨울 채비를 하는 산새들에게는 좋은 식량자원이 됩니다. 


생강나무는 열매로 기름을 짜서 머릿기름으로 사용도 하지만, 꽃과 어린잎은 차(茶)로 이용하기도 하고, 또 어린잎은 나물로도 먹기도 합니다. 한방(韓方)에서는 타박상으로 어혈진 곳을 치료하고, 산후에 몸이 붓고 팔 다리가 아픈 증상을 치료합니다. 

김유정(金裕貞;1908~1937)의 소설『동백꽃』에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의 무대가 된 김유정의 고향 춘천(실레마을)에는 붉은색 실제 동백꽃이 없으며, 알싸한 향과, 노란 꽃은, 강원도에서 동백나무라고 부르는 생강나무임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또,「정선 아리랑」에 나오는 “올동백”도. 마찬가지로 강원도 정선의 산골 계곡에 피는 생강나무를 말하는 것입니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 
    싸리 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백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장철 님 그리워서
    나는 못살겠네.“                           

(2025. 03 - 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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