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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꽃은 아름답습니다. 

거의 모든 식물은 어떤 형태이든 꽃을 피우고, 꽃의 암술에 수술의 꽃가루가 묻는 꽃가루받이(受粉)를 통해서 식물은 열매를 맺고 동일한 개체로 번식합니다. 

너무 적나라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꽃은 식물의 생식기입니다.

이 꽃가루받이의 과정을 벌과 나비 등의 곤충이 매개하게 되는데, 꽃은 경쟁적으로 화려한 모양과 색으로 벌과 나비를 유혹해야 되기 때문에 모든 꽃은 아름답습니다. 

식물의 개화(開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크게 구분하면 일장(日長)과 온도가 있습니다. 


국화와 같은 가을꽃은 일장에 큰 영향을 받는데, 즉, 해의 길이가 짧아지기 시작하면 이를 감지하고 꽃눈(花芽)이 분화 되며 얼마간의 기간이 지나면 꽃을 피웁니다. 


반면, 개나리, 벚꽃과 같은 봄꽃은 일장(日長)보다는 주로 온도에 영향을 받습니다. 이미 작년에 형성된 꽃눈이 추운 겨울을 버티고 봄의 따뜻한 기온이 어느 정도 임계치 이상으로 누적되면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벚꽃의 개화 시기는 1987년에서 2010년까지 14년을 평균하여, 서귀포 3월25일, 부산, 경주, 대구는 3월말, 전주, 대전, 강릉은 4월 5일, 서울은 4월 10일경에 만개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에 겨울이 따뜻했기 때문에 서울 여의도의 벚꽃이 3월말에 만개를 했습니다. 14년 평균보다 10일 빨리 피어 버린 것입니다. 

꽃을 보는 사람이야 언제 피든 크게 문제될 건 없지만 평균 만개일(滿開日)에 맞추어 벚꽃 축제를 준비하는 지자체와, 축제에 한 몫을 보겠다는 상인들은 10일정도 개화시기가 차이가 나면 맥 빠진 축제가 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반면, 가을의 국화는, 태양이 하지를 지나 해(日長)가 짧아지기 시작하면 꽃눈이 생기고,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꽃이 피므로 개화 되는 일자가 비슷합니다. 이를 이용하여 졸업시즌에 국화 개화를 맞추기 위해서 전기 불을 켜서 인위적으로 꽃눈의 분화를 지연시키기도 합니다. 

식물의 꽃가루받이에는 벼, 보리, 소나무, 은행나무 등과 같이 바람을 꽃가루받이 수단으로 하는 풍매화(風媒花)가 있고, 과일나무나 과채류 등 훨씬 많은 식물은 벌이나 나비 등 곤충이 꽃가루를 옮겨서 수분을 하는 충매화(蟲媒花)가 있습니다. 

또, 벌이나 나비가 없는 겨울에 피는 동백꽃은 특이하게 동박새가 수분을 시켜주는 조매화(鳥媒花)도 있습니다. 


꽃가루받이를 위해 벌, 나비를 부를 이유가 없는 풍매화는 꽃이 화려해야 할 이유가 없으므로 좀 빈약한 꽃이 피었는지도 모르게 피고 집니다. 

그러나 많은 꽃의 수분 방법인 충매화는 결국 벌이나 나비들의 사랑을 받아야 하므로, 어떤 꽃은 화려한 모양과 색으로, 어떤 꽃은 진한 향기로, 어떤 꽃은 깊숙이 간직한 꿀로서,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데, 꽃은 벌과 나비에게 최대한 요염하고, 향기롭고, 달콤하게 표현합니다. 그것이 꽃의 화려함과 향기와 꿀입니다. 


보통 봄꽃은 녹음이 우거져서 햇빛을 가리기 전에 서둘러서 수분(受粉)을 하고 열매를 맺어야하기 때문에 조급함이 있습니다. 가장 꽃이 잘 보이게 하기 위해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것이 많으며, 보통 1주일 기간에 화려하게 일제히 꽃 피우고, 서둘러서 꽃이 집니다.

여름 꽃은 그렇게 조급함이 필요 없습니다. 때문에 배롱나무, 무궁화, 나팔꽃, 원추리, 분꽃 등 여름 꽃은 피고 지고 오랜 기간 계속됩니다.

그런데 관심 있게 보면 봄꽃은 노란색이 많습니다. 


풀(草本)로는 유채꽃, 복수초, 민들레꽃, 꽃다지, 애기똥풀 등이 있고, 나무(木本)로는 산수유, 풍년화, 생강나무, 개나리, 영춘화, 히어리 등이 있습니다. 

반면, 여름에 피는 꽃은 찔레꽃, 쥐똥나무, 이팝나무, 때죽나무, 산딸나무 등과 같이 흰색이 많습니다. 

결국, 벌과 나비의 눈에 잘 뛰게 봄에는 노란색과 여름에는 흰색으로 특화가 된 것입니다. 

겨우내 거무튀튀하게 변한 대지와 나뭇가지에는 형광의 노란색이 가장 벌과 나비에게 잘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봄꽃은 노란색으로 많이 피며, 여름에는 녹음이 짙어지면 흰색이 가장 잘 보이기 때문에 흰 꽃이 많이 핍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노란색이, 특히 형광의 노란색은 시인성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때문에, 교통안전 안내판이 노란색이고, 도로의 중앙선이 노란색이고, 유치원 통학버스도 노란색이고, 3M의 포스트잇(post-it)도 노란색입니다.  

또, 노란색은 색 자체가 따뜻해 보이고, 명랑해 보이고, 밝고, 경쾌함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노란색은 봄을 상징합니다.

(2025. 02 - 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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