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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앞에 버드나무 올 봄도 푸르련만 버들피리 꺾어 불던 그때는 옛날“ - 버드나무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와 경칩(驚蟄)이 지나고 봄기운이 완연해지고 있습니다.

물가에 늘어진 수양버들 가지가 노랗게 물이 오르고 있으며, 개울가에는 보송보송한 은색 털의 버들강아지가 꽃을 피웠습니다. 버드나무는 봄의 도래를 상징하는 나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버드나무는 봄이 오면 제일먼저 물이 오르고, 버들강아지를 피워 봄의 시작을 알리고, 버들가지를 꺾어서 풀피리를 만들어서 불면 봄의 무르익음을 알려 주며, 솜 같은 버드나무 씨가 바람에 눈 날리듯 날리면 봄이 끝나 감을 알려 줍니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저는 소나무 하면 친근, 회화나무 하면 존귀, 느티나무 하면 휴식이 생각나고, 버드나무를 생각하면 고향(故鄕)이 먼저 떠오릅니다. 

 


고복수(1911~1972)씨가 1934년 23세의 나이로 첫 취입한「타향살이」가사의 일부입니다. 

    “타향살이 몇 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고향 떠난 십 여 년에 청춘만 늙고

     고향 앞에 버드나무 올 봄도 푸르련만
     버들피리 꺾어 불던 그때는 옛날“

우리의 시골에는 어디에나 버드나무가 있었습니다. 마을로 이어지는 길가에도 버드나무가 있었고, 마을 앞 방천 둑에도 버드나무가 늘어져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동란 이후 공업화, 도시화에 따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고향을 떠나올 때 뒤돌아보던 마을 어귀에도 어김없이 낯익은 버드나무가 있었습니다.

우리의 문학작품에 나오는 나무 가운데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버드나무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고 합니다. 구한말 이후에 오면 대중가요, 가곡, 판소리 등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나무는 버드나무였다고 합니다. 

 


버드나무는 개별나무의 이름이 아니고, 버드나무 류(類)를 총칭하는 이름입니다. 왕버들, 수양버들, 용버들, 호랑버들, 갯버들 등이 속해있는 버드나무류가 있습니다. 

버드나무는 세계적으로 최소한 300여종이 주로 북반구의 온대에서부터 한대지방까지 광범위하게 자라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름드리의 왕버들과, 허리춤에 오는 갯버들 등 30여종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버드나무는 버드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 교목 및 관목으로, 은행나무와 같이 암수가 따로 있는 자웅이주(雌雄異柱)인데, 원산지는 우리나라, 중국, 일본에 집중 자생하고 있어, 동북아를 원산지로 보고 있으나, 종류별로 차이는 있어 특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버드나무의 대표격인 왕버들과 수양버들은 높이가 20m까지 자라며, 지름도 1m가 넘게 자랍니다. 보통 3~4월에 꽃이 피며, 5~6월에 씨가 익으며 솜털 씨를 바람에 날려 보냅니다. 


버드나무의 우리 이름 유래는 바람이 살랑 살랑 불기만 해도 가지가 부드럽게 흔들린다고 부들나무라고 했던 것이 구전되면서 더 부르기 편하게 버드나무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버드나무를 지칭하는 한자(漢字)에는 버들 양(楊)과 버들 류(柳)가 있습니다. 버드나무를 총칭할 때는 양류(楊柳)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명나라 이시진이 쓴 약학서 『본초강목』에는 양(楊)은 왕버들과 같이 가지가 위로 뻗는 것을 양(陽)의 음을 따라서 양(楊)이라고 하고, 가지가 늘어지는 수양버들 같은 것은 아래로 흐르기 때문에 흐를 류(流)의 발음과 같은 류(柳)를 쓰기로 했다. 고 되어 있습니다. 

실제 서울의 양화대교(楊花大橋)는 버들 양(楊)자를 쓰고, 오동나무와 버드나무가 많다고 한 오류동(梧柳洞)은 버들 류(柳)자를 쓰고 있습니다. 

버드나무는 특유의 부드러움과 길고 늘씬함이 있어서 여성다움에 많이 비유가 되었는데, 화가들이 그리는 「미인도」에는 흔히 수양버들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버드나무의 부드러움과 여성스러움에 꽃(꽃)을 더하면 화류(花柳)라는 말이 되고, 이는 좀 육감적이고 퇴폐적인 의미가 가미된 뜻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이들이 어울려서 노는 곳을 아예 화류계(花柳界)라고 불렀습니다. 

또, 평안도 사람들이 기질이 억세고 부드러움이 부족한 지역이라서, 정서를 유화시키기 위해서 대동강 변을 중심으로 수양버들을 많이 심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평양을  버들 류(柳)자 유경(柳京)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하며, 이후 실제 기질도 많이 부드러워 졌고 풍류객도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버드나무는 남녀의 사랑과 관계되는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물을 급히 마시다가 체할까 봐 버들잎을 띄운 지혜를 보고 왕비를 삼은, 고려 태조 왕건과 장화황후의 나주 왕사천 이야기가 있고, 조선 태조 이성계와 신덕왕후가 만난 사연도, 같은 버들잎 설화가 있으며, 지금도 「정릉 버들잎축제」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또, 조선 중기 문신 최경창(1539~1583)과 관기 홍랑의 사랑의 이야기로, 최경창이 임기가 만료되어 한양으로 떠날 때, 홍랑이 버들가지를 꺾어 주면서 건 낸 시 한수입니다.

   “산 버들가지 골라 꺾어 님에게 드리오니
    주무시는 창가에 심어두고 보옵소서 
    밤비 내릴 때 새잎이라도 나거든 날 본 듯 여기소서“

이와 같이 옛날에는 이별할 때 절류증행(折柳贈行:버들가지를 꺾어서 주는)의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조선 후기의 이익(1629~1690)의 『성호사설』에 절류증행의 설명이 있는데 “이 풍습은 중국에서 전래된 것으로 한대(漢代)부터 정인과 이별을 할 때, 마지막 이별의 장소는 보통 강가의 나루터였기 때문에 강가 나루터에 흔히 자라고, 벽사력이 있다는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주면서 이별의 아쉬움과 무사 귀환을 빌어 주었다.” 고 합니다. 

버드나무는 물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예 물속에서 있으면 뿌리 호흡이 되지 못해서 살지 못하는데, 경북 청송 주왕산 주산지(注山池)의 왕버들은 물속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조선 경종2년(1721)에 주산지가 완공 될 때 자라고 있던 왕버들이 물속에 갇히게 되어 오늘에 이른 것인데, 청송군은 이 왕버들을 위해서도 가끔씩 물을 빼주고, 또, 가뭄이 있으면 잠시나마 호흡이 될 수 있도록 뿌리가 드러나는 시기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어릴 때 할아버지, 아버지로부터 실제로 언제 보았다는 경험이 가미된 무서운 도깨비 불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실제 왕버들은 도깨비 버들이란 의미의 귀류(鬼柳)라고도 하는데, 왕버들은 몸집이 크고 오래 살며 줄기에 공동이 생기고 그 공동에서 밤에 빛이 새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왕버들의 공동에는 나무에 들어있는 인(燐)성분에 수분이 닿으면 빛을 내는 것으로. 이를 도깨비 불 이라고 불렀고 대표적인 무서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기원전 5세기)는 임산부가 산통을 느낄 때에 버들잎을 씹으라는 처방을 내렸다고 하며, 허준의『동의보감』에서는 버드나무 달인 물로 이를 닦으면 치통이 없어진다. 라고 했습니다. 

 


오랜 동안 민간요법으로 알려져 오던 버들잎의 신비가 밝혀진 것이 1853년 버들잎에서 아세틸살리실 산 (Acetylsalicylie Acid)을 추출했고, 1899년 독일 바이엘이 진통, 해열제 ‘아스피린’으로 처음 상용화를 하는데, 바이엘은 이 아스피린 하나로 100년 이상을 세계 최고의 제약회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버드나무와 같은 식물자원에서 추출하는 바이오 생약이나, 바이오 화장품의 세계시장 규모를 년 1천 조 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025, 03 - 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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