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추사(秋史)가 사랑한, 단아하고 맑고 청순한 꽃, 수선화(水仙花)
추사 김정희(金正喜;1786~1856)는 그의 고매한 인품만큼이나 수선화를 좋아했습니다. 추사는 영조대왕이 총애했던 화순옹주의 증손자로 충남 예산 신암에서 태어났습니다.
추사는 어린 시절부터 총명하고 서예에 출중하였는데, 어릴 때 아버지의 임지를 따라온 서울 집 대문에 써 붙인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의 글씨를 우연히 본 재상 채제공이 “이 아이는 글씨와 문예로 대성하겠다.”고 천재성을 알아보았다고 합니다.
그의 총명함은 당시 북학파(北學派)의 일인자인 실학자 박제가의 눈에 띄어 어린 나이에 그의 제자가 되어 실학에 심취했으며, 24세 때에 아버지를 따라 청나라 연경에 처음으로 가게 되는데, 거기에서 이 청순한 수선화를 처음보고 반했다고 합니다.
추사는 평소 존경했던 24살 위인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이 18년간 강진 유배에서 해배(解配)되어 경기 남양주 능내 고향에 와 있을 때, 그 가 사랑하는 수선화 화분을 보낸 일이 있습니다.
다산이 너무 똑똑해서 겪어야 했던 시대상황에서, 맑은 느낌 수선(水仙)이란 이름의 꽃을 보낸 추사의 마음을, 다산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 됩니다.
좀 늦은 33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올라, 승승장구하던 추사는, 당시 임금보다도 권세가 있었던 장동김씨(안동김씨) 세도정치를 신랄하게 들이받는 상소를 올린 윤상도 옥사사건에 연루가 되어 그의 나이 54세부터 9년간 제주도 대정으로 유배를 갑니다.
유배형의 원칙이 사면이 없으면 평생 유배지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기에, 살아서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제주 살이였지만, 추사가 매우 좋아했던 수선화가 제주 곳곳에 핀 모습은 그나마 따뜻한 위로였고 희망이었습니다.
추사는 제주 유배 중에 수선화를 사랑해서 수선화시 몇 편을 지었는데, 수선화가 매화(梅花)보다 한 수 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매화가 고상하다지만
뜰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맑은 물에서 진실로
해탈한 신선을 보는구나.“
수선화는 영어로 나르시스(Narcissus)인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목동 이름입니다.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서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결국 그것이 자기의 모습인지도 모르고 물속으로 따라 들어가 숨을 거두게 됩니다.
그 후에 그 호숫가에 청초한 꽃이 피어나는데, 이 꽃이 잘 생긴 그 목동이라고 해서 나르시스라고 불렀으며, 여기에서 유래하여 자기애(自己愛), 자아도취(自我陶醉)의 정신분석학 용어가 나르시시즘(Narcissism)이 되었습니다.
중국에서는 하늘에 있는 신선을 천선(天仙), 땅에 있는 신선을 지선(地仙), 그리고 물에 있는 신선을 수선(水仙)이라 하고, 수선화를 물에 있는 신선과 같은 꽃이라고 높이 평가 했습니다.
수선화의 다른 이름으로 눈 속에서 피는 꽃이라고 설중화(雪中花) 라고도 불렀고, 옥으로 빚은 잔 받침에 황금 술잔을 올려놓은 듯하다고 해서 금잔옥대(金盞玉臺)라고 불렀습니다.
수선화는 수선화과(科)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草本)으로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언제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주 분포지는 지중해연안, 북아프리카, 한국, 중국, 일본 등 입니다.
수선화는 내한성이 강하며, 꽃은 지역에 따라서 12월~4월에 피는데, 아름답고 향기도 있습니다. 꽃 색깔은 흰색 또는 노란색으로 종자를 맺지 못하며, 뿌리는 검은색으로 작은 양파처럼 둥근 인경(鱗莖)인데, 이 인경 나누기로 번식을 합니다.
우리나라 수선화 축제는 역시 제일 유명한 곳이 제주 한림공원 수선화 축제로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 1개월이고, 거제도의 공곶이 수선화 축제는 매년 3월에, 태안의 수선화 축제는 매년 4월에 있습니다.
한방(韓方)에서는 수선화의 꽃과 뿌리를 약용으로 사용했습니다. 수선화는 생즙을 내어 부스럼을 치료하고 꽃으로 향유를 만들어 풍을 제거하며, 발열, 백일해, 천식, 구토에 사용했습니다.
수선화는 그 특유의 단아하고 맑은 느낌의 청순한 꽃이기 때문에, 유치환, 김동명, 이병기, 신석정, 이해인, 정호승, 나태주 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인들이 수선화 시를 남겼으며, 영국시인 윌리엄 워즈워드의 시「수선화」도 있습니다.
또, 영화「수선화」, 가곡「수선화」도 있었으며, MBC드라마「수선화」도 있었습니다.
이 글을 수선화를 좋아했던 추사 김정희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만, 역설적으로 추사가 제주로 유배를 가지 않고, 세도정치로 매몰되었던 중앙정치에 있었다면, 또 제주 유배에서의 절망감과 고독함이 없었다면, 수많은 독서와 사색을 통한 추사체를 완성하지 못했을 것 같고, 완당집과 세한도(歲寒圖)를 남길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정약용도 세도정치에서 천주교 박해를 명분으로 한 정적 제거의 대상이 되었지만, 18년 동안 전남 강진 유배로 그 자신이 중앙정치 현실로부터 멀어져 있었던 까닭에 지방 백성들의 비참한 생활과, 지방 관리들의 부정과 수탈의 실상을 몸소 알 수 있었으며, 수많은 책을 볼 수 있었고, 많은 저서를 남길 수 있었습니다.
(2025. 03 - 국진)
'국진이의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진이의이야기]3월 26일(수) - 순 우리말 이름인 히어리 (3) | 2025.03.26 |
---|---|
[국진이의 이야기]3월 19일(수) - 산속의 노란 꽃, 생강나무 (0) | 2025.03.19 |
[국진이의 이야기]3월 12일(수) - 고향 앞에 버드나무 올 봄도 푸르련만 (7) | 2025.03.12 |
[국진이의 이야기] 봄꽃은 왜 노란색이 많을까요? (4) | 2025.03.01 |
[국진이의 이야기] 이른 봄, 눈 속에서 피어나는 봄의 전령사 - 복수초(福壽草) (1) | 2025.02.13 |
- Total
- Today
- Yesterday
- 편집스킬
- 요즘뜨는영상편집
- 초보부터전문가
- 영상편집
- 국진이의이야기
- 간단한촬영
- 추천
- 유현동시인
- 박국진
- 영상편집효과
- 편집초보
- 숏츠
- 이해인시인
- 필요소프트웨어
- 필수장비
- 완전꿀팁
- 초보가이드
- 초보자실수
- 유튜브
- 하이라이트편집
- 5분컷
- 영상입문
- 김국진
- 외래종아님
- 전문가들이 일하는 방식
- 편집고수
- 핵심노하우
- 프리미어프로
- 영상편집팁
- 영상편집자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