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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산악지방에는 ‘노드바’ 라고 하는 희귀한 약초가 있다고 합니다.

 

이 약초는 히말라야산맥 속 만년설 밑의 바위틈에서 돋아나 꽃을 피우는데, 꽃을 피울 무렵에는

이 노드바 자체에서 열이 뿜어져 나와 주변의 눈을 다 녹이며 꽃이 핀다는 것입니다.

 

이 노드바는 티베트의 라마승들이 몸이 붓거나 복수가 차는 신장병에 특효약으로 매우 귀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히말라야의 노드바와 닮은 식물이 우리나라에도 있는데, 바로 ‘복수초(福壽草)’ 입니다.

 

복수초도 노드바처럼 이른 봄철에 눈 속에서 주변의 눈을 녹이며 꽃을 피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복수초가 꽃이 필 때 복수초 꽃의 온도가 주변의 온도보다 5도 정도가 높다고 하는데,

히말라야의 노드바처럼 열을 낸다고 보고 있지만 주위의 눈을 녹이는 높은 온도의 메카니즘은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일설에는 꽃이 형광성이라 햇볕이 날 때 활짝 피면, 노란 꽃잎 표면에 빛이 반사되어 열이

모아지면서 꽃 주위의 눈을 녹인다고 설명을 하기도 합니다.

 

복수초는 햇볕 아래서는 활짝 피어 아름답지만 밤이나 아침, 흐린 날, 비 오는 날에는 꽃을

오므려 볼 수가 없는, 수련(睡蓮)꽃과 같은 감광성(感光性)식물입니다.

 

복수초는 제주도나 남해의 섬, 남해안에서는 1월 중순에서 2월 초순에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우며,

노령산맥과 태백산맥을 따라 북상을 하면서 꽃이 피는데

2월 말에서 3월 초순에는 설악산에서도 눈과 어름을 뚫고 꽃이 핍니다.

 

복수초의 열매는 6~7월에 별사탕처럼 울퉁불퉁한 열매가 달리며 익어갑니다.

날씨가 더워지면 지상부는 말라져 없어지며 뿌리로 이듬해 봄을 준비합니다.

 

복수초는 한반도에서 봄에 가장 빨리 꽃이 피는 야생화라고 볼 수 있는데,

복수초와 같은 시기에 피는 야생 봄꽃에는 노루귀와 바람꽃도 있습니다.

 

이들,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야생화는 다른 나뭇잎이 햇볕을 가리기 전에 빨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한 그 꽃들 나름의 생존전략입니다.

 

복수초의 유래는 복(福)과 장수(長壽)를 상징하는 꽃이라고 복수초(福壽草)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데,

이는 일본식 표현이라고 합니다.

한국식으로 하면, 복을 받고 건강 장수하라는 수복강녕(壽福康寧)을 의미하는 뜻의 수복초(壽福草)라고 하는 것이 맞다 고 보고 있습니다.

 

복수초 라는 이름이 처음 나오는 것은 1937년 정태현 박사(1883~1971)가 쓴『조선식물향명집』에 근거합니다.

 

복수초의 다른 이름으로는, 눈을 뚫고 피는 연꽃과 같다고 해서 설련화(雪蓮花)라고 했으며,

이른 봄 산지에서 얼음 사이를 뚫고 꽃이 핀다고 하여 얼음새꽃이라고 부르며, 북한에서는 복(福)풀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새해가 되면, 인사를 갈 때에, 건강하게 오래살고 복(福)을 받으라는 의미에서,

복수초 화분을 선물하는 풍습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때문에 설을 의미하는 일본말 원일(元日)에 선물하는 꽃이라고 원일초(元日草)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복수초의 생육환경은, 좀 고도가 있고, 숲속이지만 햇빛이 드는 양지에, 습기가 약간 있는 곳에서 잘 자랍니다.

복수초의 분포지역은 한국, 일본, 중국, 동부 시베리아의 산지 숲속에서 자생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발고도 800m 이상 산지의 낙엽 활엽수림 숲에서 흔히 볼 수 있고,

태백산맥 지역의 경우 해발 1,000m 이상에서 군락을 이루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복수초는 저온과 고산에서의 적응력이 뛰어난 식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복수초는 미나리아재비 과(科)의 여러 해 살이 초본(草本)입니다.

 

이 미나리아재비 과에는 복수초 외에 미나리아재비, 노루귀, 바람꽃, 할미꽃, 투구꽃, 으아리 등 많은 토종 야생식물이 속해 있는데, 미나리아재비 과 식물이 대부분 그렇듯이 복수초도 뿌리와 줄기에 맹독(아도니톡신; Adonitoxin)을 가지고 있는 식물입니다.

 

이는, 겨우내 푸른 풀에 굶주린 숲속의 초식동물에게 먹히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자기 방어기능이라고 봅니다.

 

때문에, 이른 봄에 등산을 갔다가 눈 속에서 핀 복수초가 신기해서 꺾어 입에 물면 중독이 되고,

심하면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한방(韓方)에서는 히말라야의 노드바 처럼 복수초의 뿌리나 줄기 등을 사용하여,

강심제나 소변이 잘 안 나오고 몸이 붓고 복수가 찰 때 이뇨제로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민간에서는 종창(腫脹)이나 간질의 치료약으로 사용을 했다고 하는데,

앞에서 설명했듯이 독성이 있는 식물이므로 전문가의 처방으로 사용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눈얼음 뒤덮은 가슴에

    노란 나비 한 마리 날아와 앉았다.

 

    불을 지피고 날개를 연신 펄럭이며

    얼어버린 몸을 녹여주고 있었다.

 

    멈춰 버린 심장이 천천히 뛰고

    피가 사방으로 흘러가기 시작하자.

 

    머리위에 누군가

    더욱 따스한 손을 내밀었다.

 

김종제 시인(1958~ )의 시 <얼음새꽃(복수초)> 의 일부입니다.

 

(2025.02 - 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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