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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시절, 이팝나무 하얀 꽃은 쌀밥을 고봉으로 담은 환상으로 보였습니다.
삼봉(三峯) 정도전(鄭道傳;1342~1398)이 꿈꾼 나라는 고려처럼 왕(王)이 주도하는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삼봉은 ‘왕은 성군(聖君)이 나올 수도 있지만 폭군(暴君)도 나올 수 있다. 때문에 왕이 주도하는 나라는 불안하다.’ 라는 생각으로 시스템이 작동하는 나라 ‘재상(宰相)중심의 사대부(士大夫)의 나라’, 즉 입헌군주국(立憲君主國)을 꿈꾸었습니다.
왕은 재상에 대한 인사권만 가지고, 실제 국정은 능력과 도덕이 검증된 우수한 재상들이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 삼봉이 기획하고 실행하려던 정치철학이었습니다. 이는 영국이 입헌군주제로서 의회정치의 확립이라고 자랑하는 「권리장전;1689」보다도 거의 300년을 앞선 생각이었고, 시도였습니다.
반면, 강력한 왕권정치를 실현하려는 이방원(태종;1367~1422)과는 대립이 불가피했는데, 자기 생각을 10여년도 펴보지 못하고 이방원 일파에 57세의 나이로 살해되고, 대원군이 경복궁을 복원하기 위해 신원을 회복시켜 줄때까지 조선 500년 동안 삼봉 정도전은 거론조차 조심스러운 역적이 되어 있었습니다.
권문세족의 백성들 수탈이 극에 달하여 백성들은 유리걸식하고, 불교는 타락하여 더 이상 종교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해안은 왜구들에게, 북쪽은 오랑캐에게 약탈당하는 시대 상황에서 ‘국가가 있기는 하는가?’ ‘고려는 이미 망했다.’ 라고 결론을 낸 정도전은 재갈 량이「출사표」를 품듯이 이성계를 왕으로 한 조선건국의 뜻을 품고 함흥의 이성계(李成桂;1335~1408)를 찾아 갑니다.
정도전은 사석에서 ‘한고조 유방이 장자방을 쓴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유방을 쓴 것이다.’라고 말하여, 결국 이방원에게 자기 명을 단축시킨 결과가 됩니다만 정도전은 순간순간 조언과 의사결정으로 이성계를 왕으로 만들어 갑니다.
그 과정에서, 삼봉은 민심(民心)을 움직이기 위해 권문세족에게서 토지를 몰 수 하여 백성들에게 나누어 줌으로, 드디어 농민들도 쌀밥을 먹을 수 있게 되는데. 이 쌀밥을 ‘이성계가 주는 밥’ 이라고 해서 ‘이밥’ 으로 널리 부르게 합니다.
600여 년 전, 삼봉의 민심 선무(宣撫)를 의도한 정치적인 이밥이란 시사어가 지금도 그대로 사용된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이러한 의미의 이밥을 고봉으로 담아놓은 것 같다고 해서 ‘이팝나무’ 로 불리는 나무가 있습니다.
요즘 도로를 달리다가 보면, 많이 보이는 하얀 꽃나무, 아카시아 꽃보다 훨씬 선명한 백색에 수북이 뭉실 뭉실 꽃이 넘쳐흐를 것 같은 나무가 이팝나무입니다.
예전에는 경북 중부와 전북 북부를 연결하는 선이 이팝나무 자생 북방 한계선이라고 보고 있었습니다만, 근래에는 온난화로 서울 인근에서도 가로수와 공원수로 많이 심겨져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가 되었습니다.
서울의 경우, 2004년 까지 가로수로 한 그루도 없었던 이팝나무가 현재는 가로수 수종 중에 증가속도가 가장 빠른 나무가 되었습니다. 이팝나무가 서울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된 큰 이유는 2005년 청계천 복원 공사를 완성할 당시 환경, 조경팀장으로 역할을 했던 제 친구가 청계천 복원구간에 1,470구루를 심어서 성공하면서 유행처럼 전국으로 퍼졌습니다.
이렇게 이팝나무를 가로수로 채택을 하고, 인기를 끄는 이유는, 공해 및 병충해에 강하고, 꽃가루의 피해가 없으며, 꽃뿐만 아니라 가을의 단풍도 아름답게 물들기 때문입니다.
이팝나무는 물푸레나무과 낙엽, 활엽, 교목으로 한국, 일본, 중국 중심으로 분포하며, 세계적으로는 희귀종으로 분류가 됩니다. 키는 20~30m, 지름은 30~50cm 정도로 크며, 보통 5월 초, 중순에 꽃이 핍니다.
이 이팝나무의 꽃피는 시기가, 농촌에서는 보릿고개로 배를 주리는 시기인 반면, 농사일은 농번기로 가장 고된 시기입니다. 이때에 논 밭 주위에 이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은, 고봉으로 쌀밥(이밥)을 담아 놓는 것 같은 환상으로 보였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전라북도 일부 지방에서는 이팝나무를 5월 초순 입하(立夏)를 전후해서 핀다고 입하목(立夏木)이라고 부르고 있어, 입하목이 이팝나무로 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의 애환이 담긴 이밥(쌀밥)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것이 주류입니다.
이팝나무의 꽃을 가까이서 보면, 통꽃에 바람개비처럼 4갈래로 갈라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꽃이 4갈래로 갈라진 모양은 개나리, 미선나무, 라일락, 쥐똥나무 등 물푸레나무과(科)나무의 특징입니다. 장미과의 과일나무의 꽃잎이 모두 5장이 특징인 것과 같습니다.
이팝나무는 예부터 정자목(亭子木)이나 신목(神木)의 구실을 했는데, 꽃이 많이 피고 오래가면 그 해에 풍년이 든다고 점(占)을 쳤다고 합니다. 이팝나무가 꽃이 많이 피고, 오래 간다는 것은, 모내기에 물이 부족하지 않다는 의미로, 모내기를 제철에 할 수 있으면. 풍년이 든다는 추정이, 점이 아니라도 가능 할 것 같습니다.
남부지방에서는 이팝나무의 노거수가 많이 있는데, 역시 정자목이나 신목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팝나무가 7그루나 되는데, 이는 소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향나무 다음으로 많은 숫자이며, 꽃나무로는 가장 많습니다.
이팝나무 중에 가장 크고 꽃이 아름다운 나무로, 경남 김해시 주촌면 이팝나무(천연기념물 제307호), 전북 고창군 중산리 이팝나무(천연기념물 제183호) 등이 있습니다.
이팝나무 열매는 10~11월에, 쥐똥나무 열매와 비슷한 모양에 크기는 좀 더 큰, 콩 알만 한 열매가 짙은 푸른색 과 검은색으로 익는데, 겨울에 새들에게는 좋은 먹이가 됩니다.
이팝나무는 한방에서 약용으로도 사용이 되었습니다. 열매는 지사제, 건위제로 사용 했으며 꽃은 중풍 치료에 쓰였다고 합니다.
남부지방의 농촌 동네에 가면, 조금의 차이는 있으나 대동소이한 이팝나무와 관련된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흉년이 들어 먹지를 못해서 젖이 나오지 않는 엄마의 빈 젖을 빨다가 굶어 죽은 아기를 묻고 그 옆에 이팝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생전에 먹지 못한 이밥을 실컷 먹으라는 바램으로.....
이제는 이팝나무에 얽힌, 이러한 아픔이 없는 물질적으로 풍요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이팝나무 순백의 꽃송이를 보며 불과 50~60년 전 곤고했던 시절의 우리 부모님과 선조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이팝나무가 더 소중하게 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꿈길로도 안 오시는 어머님이
이팝나무 꽃이 되어 소복입고 오셨네요.
오늘 아침.....
어머님이 정성들여 지으신 이팝나무 꽃 밥을
눈으로 양껏 배불리 먹고요.
올 한해도 어머님 생각하며 튼실하게 살겠어요.
어머님.......
김시종 시인의 시「이팝나무 꽃」입니다.
(2025.05 - 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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