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산수유, 남자한테 좋은데, 정말 좋은데......”

 


3월 중순의 춘설(春雪) 치고는 푸짐하게 내렸습니다. 

남녘에서는 비가 왔는지, 빗물을 머금은 노란 산수유 꽃 사진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점심시간 산책길에서 만난 일산 호수공원의 산수유도 꽃눈이 금방 터질듯이 부풀어 올라 있어, 다음 주에는 본격 개화가 시작 될 것 같습니다.  

“산수유, 남자한테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할 수도 없고......”  

오래전에 직접 광고에 출연해서 일약 CF스타 반열에 오른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의 유명한 광고 카피입니다.

국내법에선 약품이 아닌 식품의 효능을 광고 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에 “표현할 방법이 없네.” 라고 했던 것이 역으로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공전(空前)의 히트를 치게 된 것입니다. 

 


『동의보감』에서 산수유는 ‘양기를 왕성하게 하여 신정(腎精)과 신기(腎氣)를 보하고, 성기능을 높이며 허리와 무릎을 덥혀 주어 신을 돕는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산수유는 전형적인 정력, 강장제라는 이야기입니다. 

옛날에는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이나,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등을 보약으로 많이 먹었는데, 여기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약재가 산수유입니다. 

김종길(1926~2017)시인의 유명한 시「성탄제(聖誕祭)」에는 어린 시절에 아버지께서 약으로 따온 붉은 산수유 열매에서 느꼈던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그리움의 시가 있습니다. 시의 중간 부분을 인용합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 지도 모른다.“

가난한 아버지가 아픈 어린 아들에게 산수유 밖에 따다 줄 수 없는 현실을 아련한 추억으로 떠올리면서「성탄제」라는 제목에서는 종교적 의미를 넘어 아버지의 희생적인 사랑을 예수의 사랑과 연결 짓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산수유는 이른 봄 화사한 노란 꽃을 피우며, 꽃이 진후에 잎이 나고, 열매를 맺어 처음에는 푸른색 열매로 있다가 10월경에 붉게 익어가며 눈에 확 들어오는 나무입니다. 

이른 봄에 피는 노란 꽃도 아름답지만, 산수유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가을에 앵두와 같이 터질듯 한 강렬한 붉은 색으로 수천, 수만 개의 열매가 온통 나무를 덮고, 맑고 파란 가을 하늘이 배경이 되면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합니다. 

 산수유는 층층나무과의 활엽, 낙엽, 교목으로, 열매는 타원형의 핵과인데 10월 중순 상강(霜降)이후에 수확하며, 맛은 떫고 신맛이 강하기 때문에 직접 먹기는 좀 거부감이 있어서 씨를 발라내고 말려서 약재로 사용하거나 산수유 열매로 술을 담기도 하고 차를 끓여서 먹기도 합니다.

요구르트로 유명한 불가리아에서는 전통 요구르트의 유산균을 그 지방 산수유나무 가지에서 얻는다고 합니다. 즉 우유병에 방금 꺾어온 산수유나무 가지를 꽂아 따뜻한 곳에 두면 요구르트가 된다고 합니다. 

산수유 이름은 중국한자를 그대로 음독(音讀)을 한 것인데 ‘산에 있는 쉬나무’ 에서 유래 된 것으로 수(茱)자는 열매가 붉다는 뜻이고, 유(萸)자는 살찌다는 뜻입니다. 중국에서는 산수유 열매의 생김새가 대추와 비슷하다고 해서 석조(石棗)라고도 불렀습니다. 

산수유는 1970년에 국립수목원이 있는 광릉지역에서 자생지가 발견되어 우리나라 중부지방이 원산지라는 주장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중국이라고 하는데, 현재 산수유의 주산지는 중국 산동성입니다.  

 


우리나라 기록으로는 『삼국사기』에서 신라 경문왕(861-875)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는 소리를 낸 대나무를 왕명으로 베어버리고 산수유를 심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여기가 산수유 시목지(始木地)인 전남 구례군입니다.

산수유 시목지 구례에는 산수유와 관련된 전설이 하나 있습니다. 천여 년 전에 중국 산동성 산수유 마을에서 구례 이곳으로 시집을 오게 된 처녀가 시집을 오면서 고향을 잊지 않기 위해서 산수유를 가지고 와서 심었다고 합니다. 

이곳이 중국의 산동성의 이름을 따서 구례군 산동면이 되었고, 지금도 산동면 계척마을에는 천년이 넘는다는 산수유 시목이 있습니다. 저도 몇 년 전에 가 본적이 있는데, 정말 천년이 되었을까하는 생각은 있었습니다.  

 


산수유는 옛날에는 주로 약용으로 심어 왔으나 요즘은 정원수, 관상수로 더 많이 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산수유 꽃으로 유명한 지역은 전남 구례 지리산 온천 관광단지에 있는 산수유 마을, 경북 의성 사곡면 화전리, 경기 이천 백사면 도림리, 송말리, 경사리 일대가 산수유 꽃마을로 유명하며, 해마다 산수유 꽃 축제를 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산수유 열매는 남자의 강정, 강장에 효과가 크다고 했는데, 사상의학(四象醫學)에서 산수유는 소양인에게는 좋은 약이 되는데, 태음인이 산수유를 많이 먹으면 살이 찌고, 소음인이 산수유를 많이 먹으면 위에 부담을 준다고 합니다. 

산수유는 도라지와 함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며 산수유 씨에는 인체에 유해한 렉틴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씨를 제거하고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은, 세월이 바뀌어도 정력에 좋다는 식품은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듯이 찾아 먹는 사람이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 

정력에 좋다면 혐오식품까지도 가리지 않고 먹고 있는데, 산수유는 정력식품으로 덜 알려진 것인지, 일산 호수공원 여러 그루에 수없이 빨갛게 익은 산수유 열매가 가을을 지나 겨우내 그대로 달려있어도 따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덕분에, 많은 산새 들새들이 몰려들어 겨우내 따 먹고 있습니다. 아마 이 산새 들새들이 정력이 좋아질 것 같습니다. 

(2025.03 - 국진)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