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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아름다운 명절 단오(端午)가 이렇게 사라져 간다는 아쉬움에, 함께 잊혀져가는 창포를 생각해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단오(端午)가 언제인지도, 단오가 설날, 추석과 함께 우리의 3대 전통 명절의 하나인지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금년은 지난 토요일 5월31일이, 음력 5월5일 단오였습니다.
설날이나 추석처럼 공휴일도 아니고, 귀성전쟁도 없으며, 강릉단오제, 경산 자인단오제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단오의 세시풍속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이니 잊혀 져 가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 같습니다.
동양의 음양철학(陰陽哲學)에서, 양(陽)의 수가 겹쳐지는 음력3월3일(삼짇날), 5월5일(단오절), 7월7일(칠석날), 9월9일(중양절)은 생기가 배가(倍加) 되는 중요한 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단오는 태양이 가장 강하고, 해가 긴 날이기 때문에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고 해서 중요한 명절로 여겨 왔습니다. 농경문화에서 일종의 태양을 숭배하는 축제일이고,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일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시골에서는 단오가 다가오면, 동네 어른들이 모여서 볏짚으로 굵은 그네 줄을 꼬아서, 동네 어귀 큰 나무에 치렁치렁하게 그네를 만들고, 마을 사람들이 남녀 할 것 없이 한 번씩 그 그네를 탔으며, 동네 씨름대회가 있었고, 모여서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고 마시는, 마을 단위의 큰 축제를 즐기던 명절날이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단오절을 명절로 지키며, 하루를 공휴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가장 빛나는 계절의 단오 하루를 공휴일로 하고, 농경문화는 아니더라도 마을 공동체의 축제의 명절로 지키게 해 주는 것이, 요즘의 아파트 주거 문화에서 오는 단절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단오(端午)의 한자의 의미는 끝 단(端)자에 낮 오(午)자로 ‘낮이 가장 길다’ 는 의미입니다. 또, 단오를 수릿날이라고도 하는데, 수리란 ‘신(神)’이라는 뜻과 ‘높다.’ 라는 뜻이 있습니다. 중오절(重五節), 천중절(天中節)도 단오를 이르는 다른 이름입니다.
이제는 아련히 잊혀져가는 단오 명절이지만, 단오를 이야기하면 관용구처럼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식물, 창포(菖蒲)가 있습니다.
단오에 행해진 민간의 풍속에는 유난히 창포와 관련된 풍속이 많이 있습니다. 창포 삶은 물로 머리를 감거나 목욕을 하고, 창포를 꺾어서 처마 끝에 매달며, 창포 뿌리를 깎아 비녀를 만들어 꽂기도 했습니다. 또, 궁궁이(천궁;川芎)를 머리에 꽂고, 새 옷을 입으며 붉은 연지를 바르는 풍속이 있었는데, 이를 모두 단오장(端午粧)이라고 했습니다.
단오절 이 날만은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 이 조금은 해제되는 날로, 동네 중앙에 메어놓은 그네를 남녀가 모여서 같이 탈 수 있었습니다.『춘향전』에서 춘향과 이도령의 첫 만남도 단오 날 그네 뛰는 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단오 세시풍속의 중심에 있는 창포는, 사람과 인연이 특별한 식물로, 한번이라도 사람의 정주(定住)와 개척의 역사가 있었던 습지에서만 분포를 합니다. 즉, 어떤 습지에 창포가 산다면, 어느 때인가 그곳에 사람이 살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어떤 특정한 식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사람의 정주나, 개척의 유무, 토양의 상태 등을 유추할 수 있는 식물을 지표식물(指標植物)이라고 합니다.
창포는 천남성과로, 원산지를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주로 온대의 습지에 분포하는데,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베트남, 시베리아 등에서 볼 수 있습니다. 뿌리줄기(根莖)가 발달하고, 뿌리줄기와 잎에서 아로마향이 납니다. 창포 꽃은 6~7월에, 꽃인지 열매인지도 구별이 쉽지 않게 잎 허리에서 손가락 모양의 연한 갈색 꽃이 불쑥 올라옵니다.
창포의 한자는 창성할 창(菖)에, 부들 포(蒲)자를 사용하는 것으로, 창성한 부들이란 뜻입니다. 창포는 15세기 초『향약구급방』에서, 한자로 송의마(松衣亇) 또는 소의마(消衣亇)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창포가 쇼우부(しょうぶ)로 발음이 되는데, 사무라이 문화에서 승부(勝負)와 발음이 같고, 창포 잎이 사무라이들이 신성시하는 칼(刀劍)을 닮았기 때문에, 단오에 행운을 비는 의미로 창포를 집 기둥에 꽂아 두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창포의 성질과 약효는『동의보감』에서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매우며 독이 없다’ 고 기록되어 있으며, ‘건망증, 불면증, 이명, 인후염, 동통, 종기, 타박상에 효과가 있다’ 고 되어 있습니다.
창포와 비슷한 이름의 ‘꽃창포’가 있습니다. 꽃이 피는 창포라는 의미입니다. 분포지가 같은 습지이고, 분포지역도 비슷합니다만, 창포가 천남성과인데 꽃창포는 붓꽃과로 집안이 다르며, 꽃과 모양새도 다르고 창포는 아로마 향이 있는데 꽃창포는 없습니다.
오히려 꽃창포와 붓꽃이 같은 붓꽃과(科)로 꽃 모양이 비슷합니다. 꽃창포는 창포와 같이 습지를 선호하는 것에 비해서 붓꽃은 높은 지역은 싫어하지만, 꼭 습지를 지향하지는 않습니다. 꽃창포 잎은 창포를 닮았지만, 붓꽃은 난초 잎을 닮았습니다.
영어로 붓꽃을 아이리스(Iris)라고 하는데, 꽃창포는 재패니스 아이리스(Japanese Iris)라고 합니다. 아이리스는 그리스어로 무지개라는 뜻인데, 그리스 신화에서 무지개의 여신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때문에 아이리스라는 이름의 드라마도 있었고, 영화도 있었으며, 판타지 소설도 있었습니다.
참고로, 화투(花鬪)에 보면 우리가 보토 5월 난초라고 합니다만, 실제의 5월의 그림은 난초가 아니고 꽃창포입니다. 꽃으로 보더라도 5월을 대표하는 꽃은 꽃창포입니다. 그리고 5월 난초 열 끗에 그림 그려져 있는 나무다리는 일본의 꽃창포 명소인 무량수사(無量壽寺)의 습지에 놓여진 8갈래로 갈라진 다리로, 다리를 걸으며 꽃창포를 감상하는 일본 전통정원의 풍취를 나타낸 것입니다.
또, 창포와 비슷한 다년생 수생식물로 ‘부들’이라고 있습니다. 부들도 창포, 꽃창포와는 다른 부들과(科)로, 역시 전국적으로 강 가장자리나 연못가, 수로에서 창포, 꽃창포와 경쟁하며 자라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소시지처럼 생긴 갈색 꽃 이삭이 부들의 제일 큰 특징입니다. 부들부들 하다고 해서 부들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잎으로 방석을 만들기도 했고, 섬유, 펄프 등에 재료로 쓰였습니다. 또, 부들은 갈대와 같이 하천의 수질환경 개선하는데 쓰이는 주요 식물이기도 합니다.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의미 있고 좋은 날을 택하여 제사와 공동체행사를 가져 왔고, 이것이 명절로 정해졌습니다. 이제는 휴일로 정해진 설날과 추석을 제외한 단오, 정월대보름, 한식 등은 명절의 의미를 잃어가는 것이 아쉽습니다.
산업화, 세계화, 상업화 등등을 다 갖다 붙이더라도, 우리의 단오 보다는 미국의 할로윈을 더 명절로 생각하는 요즘 세태가 야속하게 생각됩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 명절 단오(端午)가 이렇게 사라져 간다는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2025. 06 - 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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