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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달나라에 계수나무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마음속에는 영원히 살아 있을 것 같은 나무, 영원이 살아 있어야 할 나무, 계수나무입니다. 


이번 주가 추석(秋夕)명절의 시작입니다. 여름이 아무리 덥고 지루하였더라도, 계절만은 때를 맞추어 순항하고 있습니다. 

추석은 자연의 풍요로움과 함께, 어제와 가진 것에 차이는 없어도 우리 마음은 넉넉함으로 없던 여유로움도 생기는 명절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고 말해온 것을 보면, 추석의 풍요로움과 넉넉한 마음은 옛날부터 있었던 것 같습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1924년 발표된 윤극영(1903~1988)작사, 작곡의 동요  「반달」의 일부입니다. 

윤극영 선생은 나라 빼앗긴 어린이들에게 꿈과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서 동요를 부르게 하자며,  「설날」 「고드름」 「귀뚜라미」 「따오기」 등 많은 동요를 이때에 만들었습니다.   

 


「반달」노래 가사에도 있듯이 추석과 푸른 하늘, 청아한 가을 달, 계수(桂樹)나무와 토끼 한 마리는 우리의 정서 속에 땔 수 없는 관계로 깊이 녹아있습니다.   

달에 사람이 발을 딛는 요즘의 과학 세상에서는, 더 이상 달나라에 달의 여신인 항아(姮娥)도, 계수나무도, 방아 찧는 토끼도, 살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선조들이 전해주는 신화(神話)같은 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한, 중, 일 공히, 달을 대상으로 한 옛사람들의 시나 노래에 계수나무는 수없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 시나 노래에 나오는 계수나무는 의미상, 실제의 어떤 특정한 나무라기보다는 좋은 나무, 성스러운 나무, 막연한 동경의 나무로 쓰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도 어릴 때에는 계수나무는 실제 달 속에서 자라고 있는, 꿈과 신비가 느껴지는 나무로 알았고, 밝은 보름달 표면의 거무스레한 얼룩이 실제로 계수나무로 보였습니다. 

계수(桂樹)나무는 높이가 20~30m, 흉고 지름이 1m나 되는 큰 나무입니다. 나무의 모양이 단정해서 기품이 있고, 정결한 느낌을 주며, 잎 모양은 박태기나무나 라일락 나무의 잎과 유사한 하트모양으로, 가을에는 노란색과 주황색의 단풍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옛날에는 계수나무는 보기가 어려운 나무였는데, 요즘은 여기저기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일산 호수공원에도 전통정원 뒤쪽 매화원 입구와 텃밭정원 건너편에 8그루가 잘 자라고 있고, 우리 아파트 단지에도 아직은 작지만 여러 그루가 있습니다. 개방 되었던 청와대 경내에서도 엄청 큰 계수나무를 보았습니다.

계수나무는 암, 수나무가 따로 있고, 잎이 피기 전 4월~5월 자주색 꽃이 피며, 열매는 9월에 익습니다. 계수나무는 수분이 많고 비옥한 사질토양에 많이 분포하는데, 원줄기를 베어내도 맹아가 나와서 잘 자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계수나무는 계수나무과(科), 계수나무속(屬) 하나만이 있고, 일본 2종, 중국 1종의 3종만이 지구상에 존재합니다. 주로 한국, 중국, 일본의 중부 이남에서 볼 수 있었는데, 온난화로 점점 중부 이북으로 북상하고 있습니다.  

계수나무는 한자로 계수(桂樹)라고 쓰지만, 중국에서 붙인 이름이 아니고 일본에서 붙인 이름입니다. 

일본에서 계수나무를  ‘카쓰라(Katsura)’ 라고 발음하면서 한자로  ‘계(桂)’ 자로 표기를 합니다. 여담이지만 1905년에 있었던,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Katsura - Taft 밀약」이 있습니다. 즉, 미국의 필리핀에 대한 지배권과 일본의 대한제국에 대한 지배권을 상호 주고 받은 밀약이었습니다. 이 때 일본 측 당사자인 내각총리가  ‘카쓰라 다로’ 였는데, 성(姓)씨가  ‘카쓰라’ 로 계수나무 계(桂)자를 씁니다. 

영어도 계수나무를 ‘가쓰라 트리(katsura tree)’ 라고 일본이름 그대로 쓰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연향수(連香樹)라고 하는데, 이는 계수나무의 달콤한 향기가 봄에서 가을까지 연이어진다고 해서 붙인 이름입니다. 

계수나무의 달콤한 향기는 계수나무 잎 속에 들어있는 엿당(maltose)이 기공을 통해서 휘발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을 10월경 단풍이 들 때에 향기가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일산 호수공원을 산책하며, 지금부터 누렇게 물들기 시작하는 계수나무 옆을 지나만 가도, 우리 세대가 좋아했던 ‘달고나’ 향이 납니다.   

 


이 계수나무가 우리나라에 들어 온 것은,  비교적 근래인 1920년에 일본에서 들여 와 광릉수목원에 심었습니다. 이 때 관계자들이 계(桂)란 글자만 보고 우리가  ‘계수나무’ 라고 이름 붙였고, 그대로 공식 이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자의 계수나무 계(桂)자는 계수나무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중국에서 계(桂)자는 상록성인 목서(木犀)를 의미하는 것으로, 중국의 유명 관광지 계림(桂林)은 이 목서나무가 우거지고 아름다운 곳입니다. 

또, 한약재와 향신료로 쓰이는 계피(桂皮;cinnamon) 는 계수나무의 껍질이 아니고, 녹나무과(科)의 육계(肉桂)나무의 줄기나 뿌리의 껍질입니다. 올림픽 월계관과 관련이 있는 월계수(月桂樹)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무로, 유럽 남부지방에 자라는 노블 로럴(noble laurel)이란 나무인데, 중국에서 번역할 때 월계수라고 번역해서 굳어진 이름입니다. 

한방에서는, 계수나무 가지를 차(茶)로 먹으면, 심장과 혈액순환에 좋고, 계수나무 꽃을 차(茶)로 먹으면 불면증, 스트레스, 심신안정, 감기에 좋다고 합니다. 

계수나무 목재는 가공성이 좋고, 비틀림이 적은데다 옹이의 결점이 없고, 나뭇결이 고와서 건축, 합판, 가구, 악기, 조각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바둑판으로 많이 사용이 됩니다. 

 


성씨(姓氏)중에 계氏는 수안(遂安)계씨 단본(單本)인데, 계수나무 계(桂)자를 사용합니다.  또, 인천의 계양산(桂陽山)은 계수나무와 회양목이 많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계수나무를 이야기하면 달(月)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태음력(太陰曆)을 사용했던 우리 전통문화에서 달의 주기적 소멸과 재생, 차고 기우는 것에서 재생(再生)과 영생(永生),  인생과 권력의 성쇠(盛衰)를 생각했습니다.  

작사, 작곡자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대표적인 구전동요 「달아달아 밝은 달아」입니다. 가사의 내용이 유교적이고 서민적 낭만이 소박하게 표현된 노래이기 때문에 오래오래 구전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옥도끼로 찍어내어 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지고 

당(唐)나라 시인 중에, 두보(杜甫;712~770)를 시성(詩聖)이라고 한다면, 정말로 달을 사랑했던 이백(701~762)을 한 차원이 높은 시선(詩仙)으로 받들어, 클 태(太)를 붙여 '이태백(李太白)'으로 불렀습니다. 

 


이태백은 중국 장강의 동정호(洞庭湖)에서 술을 마시며 뱃놀이하다가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가 물에 빠져 죽었다는 설화가 있을 정도로, 달(月)을 사랑한 사람입니다. 

불교적인 용어지만, 월인천강(月印千江) 이라고 있습니다. 즉 ‘한 개의 달이 천 개의 강을 비춘다.’란 뜻입니다.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자비가 달빛처럼 중생에게 두루 비춘다는 의미로, 우리가 역사 시간에 배웠던 『훈민정음』과 관련이 있는 『석보상절』의 찬불가(讚佛歌)인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이 먼저 생각납니다. 

이어령 교수님의 저서 중에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뜻의 『메멘토모리 (Memento Mori)』가 있는데, 여기에 하나의 담론(談論)을 던지는 ‘월인천강’ 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늘의 달은 그대로인데 천 개의 강물에 비치는 달그림자는 물결에 따라 다 다르다. 그런데 그 달그림자를 두고 자꾸 달이라고 하니까 문제가 된다.’ 라고 했습니다. 

(2025. 10 – 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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