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속담에 ‘모과나무 없는 정자(亭子)는 없다.’ 고 모과나무는 늦은 가을 탐스런 열매로, 소박한 아름다운 빛깔로, 정자의 운치를 더하며, 정자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에게는 위안을 주는 나무입니다.
모과를 처음 본 사람은 네 번 놀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선 못생긴 외형에 놀라고, 은은한 향기에 놀라고, 향기는 좋은데 먹어 보면 맛없음에 놀라고, 또 맛없는 모과가 약재로 많이 쓰인다는데 놀란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택시나 승용차 뒤에 노란 모과바구니를 유행처럼 장식하고 다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요즘처럼 방향제가 일반화 되지 못했던 시절에는 모과 바구니가 자동차 방향제로 최고였습니다. 자동차 안이나 거실에 잘 익은 모과 두 세 개 정도만 두어도,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향기는 어떤 인공 향으로도 낼 수 없는 완벽한 향이 모과의 향(香)입니다.
모과나무는 최근에는 아파트 단지나, 관공서의 정원에 조경수로 많이 심겨져 있어서 봄에는 분홍의 화사한 꽃으로, 가을에는 탐스런 노란 열매와 향으로 우리에게 더 가까워진 나무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고즈넉한 정자에 꼭 있어야 힐 것 같은 나무는, 매화나무, 배롱나무(백일홍나무), 모과나무정도입니다. 특히 모과나무는 늦은 가을 탐스런 열매로, 소박한 아름다운 빛깔로 모과는 정자의 운치를 더하며, 정자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에게는 위안을 주는 나무였습니다.
선비들이 정원에 모과나무를 심는 것은, 살구꽃이나 벚꽃같이 한 번에 화려하게 피었다가 한꺼번에 지는 것이 아니고, 수줍은 듯 잎에 가려서 살짝 살짝 보이는 연붉은색 꽃이 비교적 오랫동안 피고 지기 때문에 느림과 겸양의 미학을 즐기는 선비들의 풍류와도 어울리기 때문이었으며, 이를 더 가까이서 두고 즐기려는 마음에 모과나무 분재가 많아진 이유가 되었습니다.
모과나무의 잘 익은 열매는 크기와 모양, 색깔까지 참외(瓜)를 닮았기 때문에 나무에 달린 참외라는 의미의 ‘목과(木瓜)’ 라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발음하기 편하게 ‘모과’ 라고 변한 것입니다.

또 다른 이름으로 꽃이 아름다운 배나무란 뜻으로 ‘화리목(花梨木)’ 이라고도 하며, 강원도, 경상도, 전남에서는 방언으로 ‘모개’ 라고도 합니다.
식물 분류에서 장미과는 3,200여종으로 집안이 아주 많은데, 모과나무도 매화나무, 살구나무, 벚나무, 복숭아나무, 사과나무, 배나무 등과 같은, 꽃잎 다섯 장의 ‘장미과’ 입니다.
모과나무는 낙엽 활엽 교목으로, 보통 키는 8~10m정도 까지 크며, 꽃은 5월에 연한 붉은색 배꽃 모양으로 피고, 열매는 10월에 참외와 비슷한 모양과 색깔로 노랗게 익습니다. 모과는 서리가 내리고 푸른 잎이 가지에서 떨어져 나가는 10월 하순에서 11월 초순 사이가 향이 가장 좋다고 하며, 이때쯤 무서리를 맞은 잘 익은 모과가 사람에게 가장 유익하다고 합니다.
모과는 중국을 원산지로 보고 있는데 『시경』의 위풍편에 ‘나에게 모과를 보내주었으니 패옥으로 보답코자 하노니’ 라고 하는 것으로 봐서는 이미 2~3천 년 전 춘추 전국 시대에 연인이나 친구사이에 사랑과 존경의 증표로 모과를 주고받을 정도로 귀하게 취급되는 과일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록으로는, 고려의 문신 이규보(1168~1241)의 시문집 『동국이상국집』 에 모과가 실린 것으로 보면, 고려중엽 이전에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중부 이남에 주로 분포했는데, 지금은 서울 인근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모과나무 노거수는 전남 담양 창평면에 수령 1천년이 될 것 같은 모과나무가 있고, 조선 세조가 ‘무동처사(無動處士)’ 라는 어서(御書)를 하사한 것으로 유명한, 수령 600년이 넘을 것으로 보는, 충북 오송 연제리 모과나무가 있습니다.
허균(1569~1618)이 팔도 명물 및 별미 음식을 기록한 『도문대작(屠門大爵)』 에 모과가 나오는데 ‘모과는 경북 예천의 것이 가장 맛있고 배같이 즙이 많은 것이 생산된다.’ 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모과나무는 나무껍질이 매끈하면서도 구름무늬(雲紋)와 같은 갈색 얼룩무늬를 띄고 있어 잎이 떨어진 가을이나 겨울에도 나무만으로도 아름다운데, 목재로는 흔하지 않으나 고급목재, 귀한목재로 취급되었습니다. 「흥부가」 의 한 대목에 등장하는 ‘화초장’ 이 모과나무로 만든 장롱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속담에는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 고 했습니다. 이는 모과가 못생겼고, 껍질이나 과육은 목질로 단단해서 자르기가 어려우며, 과즙도 없고, 맛도 떫고, 시큼 텁텁해서 생것으로 먹을 만한 것은 못 된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중국 속담에는 ‘살구는 한 가지 유익이라면, 배는 두 가지, 모과는 백가지 유익이 있다.’ 고 했습니다. 모과는 향기가 좋을 뿐만 아니라 약효도 여러 가지가 있어 차나 술로 담가 먹기에도 아주 좋은 과일이란 뜻입니다.
『본초강목』 에서 모과는 ‘가래를 삭혀주며, 주독을 풀어준다’ 라고 되어 있으며, 한국의『동의보감』 에서는 ‘구토와 설사를 다스리고, 소화를 도와준다.’ 라고 되어 있는데, 모과에는 사포닌, 비타민C, 사과산, 구연산 등 이 풍부하여, 현재도 민간에서는 감기 기운이 있고, 기침이 날 때, 기관지염이 있을 때, 체하거나 설사를 할 때 보조 치료제로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가을이 깊어 가면서 밤도 길고 날씨도 선선해서 책 읽기가 아주 좋은 계절입니다. 저는 젊은 시절에 여건이 안 되고, 또 바쁘다는 이유로 그 때 그 때 읽어야 할 책들을 읽지 못하고 지금 나머지 공부 하듯이 읽어야 할 책을 읽고 있습니다.

우리의 선현(先賢)들도 가을밤에 책 읽기가 가장 좋다고 했으며, 책을 읽는 공간에는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고 심신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모과를 두었습니다. 은은하고 그윽한 모과 향기를 음미하며 독서를 하는 여유를 즐겼다고 합니다.
어느 문학지에서 모과는 ‘시간이 익어 향이 되는 열매’ 라는 구절을 본 적이 있습니다.
모과나무는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 다른 과실나무보다 오래 걸린다고 합니다. 그 오랜 인내와 성숙의 끝에 발산하는 향(香)이기에 감미롭고, 진하며, 오래갑니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어디에서라도 따뜻한 기억을 불러 올 모과 향을 맡을 수 있는 작은 여유로 계절의 위로를 받고 싶습니다.
(2025.10 - 국진)
'국진이의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국진이의이야기]10월 31일(금) - 참나무(상수리나무) (2) | 2025.10.31 |
|---|---|
| [국진이의이야기]10월 29일(수) - 산사나무 (3) | 2025.10.29 |
| [국진이의이야기]10월 17일(금) - 차(茶)나무 (3) | 2025.10.17 |
| [국진이의이야기]10월 15일(수) - 화살나무 (3) | 2025.10.15 |
| [국진이의이야기]10월 10일(금) - 대추나무 (3) | 2025.10.1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