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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나무는 영어로 5월의 꽃이란 의미의  ‘메이플라워(May Flower)’ 라고 하는데, 유럽에서는 ‘태양의 나무’ ‘거룩한 나무’ 로 인식되고 있는 나무입니다.  


저는 술을 좋아하지도 않고, 체질상 잘 먹지도 못합니다. 술을 아주 좋아하시는 장인어른 표현을 빌리자면 ‘세상사는 재미 하나는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 입니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음주가무(飮酒歌舞)의 문화가 있었고, 술도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고 하는데, 지금까지도 대중주인 소주와 막걸리 외에는  ‘한국의 전통주’ 가 세계적으로 그렇게 알려지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보면 삼국시대 때부터 안동소주, 한산소곡주, 면천두견주. 계룡백일주, 문배주, 과하주, 솔송주 등 다양한 전통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주세(酒稅) 목적과 전통문화 억제를 위한 1916년의 「주세령(酒稅令)」으로 전통주의 계승 발전이 어려웠으며, 해방 후에도 주세확보와 식량 낭비를 막기 위한 1965년 「양곡관리법(糧穀管理法)」으로 집에서 술을 빚는 가양주(家釀酒)를 금지 했습니다. 

 


또, 우리 스스로가 전쟁과 복구, 압축성장의 드라이브 과정에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88서울올림픽 후에 비로소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자각과 반성으로, 전통주의 장인을 찾아서 문화재청의  ‘무형문화재’  혹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식품명인’ 으로 지정하면서 전통주를 복원하기 시작했는데, 1995년에야 가양주가 합법화 되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고향에서는, 그 때는 순사라고 했는데, 경찰이 수시로 집에서 술 만드는 것을 단속 나왔고, 농주를 만들기 위한  ‘누룩’ 을 부엌에 감추었다가 적발되어 잡혀 가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산사나무’ 이야기를 하면서 전통주 이야기로 시작한 것은, 몇 년 전 술을 좋아하시는 장인어른이 작고(作故) 하시기 전에, 함께 포천에 있는 전통 술 박물관 ‘산사원(山楂園)’ 을 방문했던 것이 생각나서입니다. 

산사원은 ‘배상면 주가’ 의 대표적인 술 「산사춘(山楂春)」의 재료인  ‘산사(山楂)나무가 있는 정원’ 이란 뜻으로, 실제로 산사원 주위에는 산사나무가 많이 있었습니다. 산사원은 전통주 박물관에 걸맞게, 우리나라의 술 문화와 전통주의 종류, 제조법, 제조도구 등이 전시되었고, 잘 설명되어 있어서, 제가 모르는 분야였는데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산사원 입구에 있는 술이 익어가는 400여개의 커다란 술 항아리는 장관(壯觀)이었으며, 박목월의 시(詩)에 나오는  ‘술 익는 마을’ 의 술 익는 향기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도 세상에서 가장 좋은 향기의 하나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산사나무의 열매를 ‘산사자(山楂子)’ 라고 하는데, 이 산사자를 발효시켜 배상면 주가에서 1997년 「산사춘」 을 만들어 내는데, 이 산사춘으로 배상면주가는 일약 유명 전통주 회사로 발돋움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무의 세계』 에서 박상진 교수의 의견을 따르면, 산사나무는 세계적으로 천 여 종이 북반구 온대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조금 형태를 달리하는 아광나무와 이노리나무를 포함하여 3종이 분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산사나무는 장미과, 낙엽성의 소교목으로 키는 4~7m정도 자라며, 단단하고 짧은 가시가 있습니다. 햇빛을 좋아해서 야산의 능선이나, 숲 가장자리 등에서 자라며, 5월에 하얀색 꽃이 화려하게 피고, 9월~10월에 흰색 반점이 있는, 둥글고 붉은 열매가 익어갑니다. 산사나무 중에서 붉은색 꽃이 피는 ‘홍화산사나무’ 가 있습니다. 붉은 꽃이 매혹적으로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인기가 있으며, 봄의 꽃과 가을의 붉은 열매가 아름다워 분재로도 많이 즐기고 있습니다. 

 


한자명으로 ‘산사(山楂)’ 는 산에서 나는 풀명자나무(楂; 풀명자나무 사)라는 의미입니다. 명자나무 비슷한 풀명자나무와 산사나무는 열매에 흰 점이 있다는 것 외는 많이 다른데, 왜 산에 나는 풀명자나무라고 했는지는 유래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산사나무는 모양이  ‘꽃사과나무’ 의 꽃과 열매를 많이 닮았고, 씹어 보면 그 맛도 새콤, 달콤한 사과의 맛과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나무위키」 에서는 산에서 나는 사과나무라고 해서 산사나무라고 했다고 하는데, 한자로 산사(山楂)나무 와 사과(沙果)나무는 한자 자체가 다릅니다.

산사나무는 우리말로  ‘아가외나무(아가위나무)’ 라고도 합니다. 1820년 유희가 쓴 어휘사전 『물명고(物名攷)』 에서 우리말 아가외 로 처음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현재도 그대로 아가외 라고 우리말로 사용되는 곳 도 있습니다. 참고로, 북한에서는 가시가 있는 찔레나무와 연결시키고, 잎에 광택이 있다고 해서  ‘찔광나무’ 라고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동북3성의 유명한 간식으로  ‘탕후루(糖葫芦)’ 라고 있습니다. 한 때는 서울에서도 반짝 유행한 적이 있어서, 저도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나무꼬치에 꿰어 있고, 산사나무 열매에 설탕물을 입힌 것이라고 합니다. 제 입맛에는 너무 달았고, 제가 알고 있는 산사나무의 열매보다는 많이 큰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아마 제가 먹은 탕후루는 산사나무 열매보다는  많이 큰 능금 같은 것으로 만든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양에서 산사나무는 본초학(本草學)의 영향으로 주로 약리작용에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산사(山楂), 산사자(山楂子), 산리홍(山裏紅) 등으로 불렸는데, 실학자 홍만선(1664~1715)이 쓴 『산림경제(山林經濟)』 에서, 산사나무는 혈액순환, 기침, 감기, 소화불량,  노화방지 등에 효과가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유럽의 고대그리스에서는 산사나무 꽃은, 여신에게 바치는 꽃이었습니다. 지금도 5월1일이면 산사나무 꽃다발을 만들어 문에 달아두는 풍습이 있다고 하며, 산사나무는 벼락을 막아주는 신령한 힘이 있다고, 정원수나 집 울타리에 많이 심는다고 합니다. 

산사나무의 영어명은, 5월의 꽃이란 의미의  ‘메이플라워(May Flower)’ 라고도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1620년 영국의 청교도들이 그 들의 신대륙인 미국으로 건너갈 때 타고 간 배의 이름이  ‘메이플라워호’ 입니다. 즉  ‘산사나무 배’ 라는 뜻으로, 이 이름이 자신들을 무사히 신대륙으로 인도해 주고, 항해 중에 벼락도 막아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산사나무는 유럽에서는 태양의 나무, 거룩한 나무 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 주로 정원수와 조경수로 많이 사랑받고 있는 나무입니다만, 동양에서는 산사나무의 매력에 비하면 그 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나무였습니다. 최근에, 공원이나 야산공원의 산책로 등에서 자주 보이는 것으로 보면, 이제야 산사나무의 조경학적 가치를 인정하고 좀 대접을 하는 것 같습니다. 

산사나무는 봄에 하얀 꽃이 모여서 피는 것도 아름답지만, 가을에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가 더 아름답습니다. 달콤하고 빨간 산사나무 열매는 겨울에 산새, 들새들에게 아주 좋은 먹이가 되기도 합니다. 산사나무 외에도 정원에 팥배나무나 산수유나무 등을 심어 놓으면, 산과 들에 새들의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 산새, 들새들이 집의 정원으로 모여들어 열매를 따 먹는 대신에 아름다운 자태와 소리를 선사합니다. 

(2025.10 - 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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