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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대지』로 1938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펄벅(Pearl S Buck ; 1892~1973) 여사는  ‘한국의 감나무 까치밥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  이라고 말했습니다. 

펄벅 여사는 미국에서 태어나 생후 3개월 때 미국장로회 선교사인 부모님을 따라 중국으로 건너가서, 정체성은 거의 중국인 같이 자랐고, 대학공부는 미국에서 했으며, 중국과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었고, 1964년 펄벅재단을 설립하여 중국과 한국의 혼혈아를 입양하는 사업을 꾸준히 추진했으며, 미국에서 하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경기도 부천에「펄벅 기념관」이 있습니다. 

펄벅 여사는 한국에도 여러 번 왔으며, 한국 관련 소설도 몇 편 썼습니다. 『살아있는 갈대』라는 소설에서  ‘한국은 고상한 사람들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한국에서 만났다.’  라고 했습니다. 

펄벅 여사가 1960년 한국에 와 경주를 여행하는 중에 목격한 두 가지 아름다운 광경이, 이 책에 나오는데, 한국에 와서 본 어느 유적지보다도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펄벅 여사가 크게 감동한 것은, 해질 무렵 소달구지에 볏단을 싣고 가는 농부가 볏단을 한 짐 지고 따라가는 모습을 보고, 농부에게 물어보기를  "소달구지에 지게의 짐을 싣고, 농부도 소달구지를 타고 가면 편할 것이 아니냐?" 물으니, 농부가  “나도 하루 종일 일 했지만 이 소도 하루 종일 일 했어요. 짐도 나누어지고 가야지요.” 한 농부의 대답과, 또 하나는, 늦가을 집집마다 감나무 위쪽에 몇 개씩 감이 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서  “따기 힘들어서 그냥 남긴 것이냐?“ 고 물었을 때  "겨울새들을 위해서 남겨둔 까치밥" 이라는 설명을 듣고 대단히 감동했고, ‘한국은 참 보석 같은 나라’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제가 어릴 때 안동 고향집 뒤 밭둑에 아주 키가 큰 감나무 3그루가 있었는데, 초여름에는 연 노란색 감꽃이 떨어지면 달콤한 맛에 이끌려 많이 주워 먹었고, 늦여름부터는 푸른 감이 떨어지는데, 아침 일찍 다른 사람들이 줍기 전에 그 감을 주워 물 항아리에 침시(沈柿)를 하고 떫은맛이 없어지면 먹었습니다. 가을이 되면 홍시가 풀 위에 떨어지는데, 그 달콤한 맛은 세상에 이보다 더 맛있는 과일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뒷집 할아버지가 가을이 깊어질 때 쯤, 긴 장대 끝에 주머니를 달아서 감을 따는데, 키 큰 나무였기 때문에, 나무중간까지 올라가서 땄습니다. 그 때는 뒷집 할아버지가 왜 해마다 감나무 꼭대기에 실한 감 5개 정도를 나무마다 남겨두는지 몰랐습니다. 

 


지금은 서울 인근에서도 흔하게 감나무를 볼 수 있지만, 50년 전만 하더라도 중부 이남에서감나무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함경남도 함흥(정평)이 고향인 장인어른은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해방을 맞았고, 38선이 막히기 전 월남 하셨는데, 남쪽으로 와서 감을 보았고, 처음으로 홍시를 먹어보았을 때 아마 신선(神仙)이 먹는 과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감나무는 옛 문인들이 잎에 시(詩)를 적어서 교환할 정도로 잎이 크고, 단풍도 곱지만, 역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늦가을 잎을 다 떨어버리고 청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빨간색 감만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습이 가장 운치 있는 풍경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감나무의 이름은 감이 많이 달달하기 때문에  달 ‘감(甘)’ 자 감나무라고 했다고 합니다. 
 
감나무는 주로 한국 중부이남, 일본 혼슈이남, 중국 중북부에 분포하는 과일나무입니다. 요즘은 감을 판매용이나 곶감용으로 특화된 지역에서 대단위 과일로 재배하고 있는데, 옛날에는 일반 가정마다 제수용이나 어른들의 겨울 간식용으로 집안이나, 집 앞 밭둑에 몇 그루씩을 심어 길렀습니다.  

감의 원산지는 중국의 양자강 유역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BC2세기경에 감을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중국의 가장 오래된 농업기술서인 6세기 『제민요술』에는 감나무에 접을 붙이는 대목(臺木)으로 고욤나무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감나무에 대한 기록이 별로 없지만, 조선 초에 감이 진상품으로 등재 된 것으로 보면, 고려시대에 들어와서 이미 재배 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감을 말하면, 박인로의 「조홍시가(早紅柿歌)」가 생각나는 분들이 가장 많을 것 같습니다. 

박인로(朴仁老;1561~1642)는 경북 영천 선비인데, 임진왜란에 종군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재상이었던 이덕형과 교분이 두터운 사이로 벼슬 권유도 여러 번 받았지만 출사하지 않았으며, 부모님께 극진히 효도하는 선비였다고 하는데, 가사문학 9편과 시조 67수로 우리 문학사에도 아주 중요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는구나.  유자 아니라도 
  품음직도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 이 없으니, 
  그것을 서러워하노라.

이 시(詩)는, 이덕형이 친구인 박인로에게 홍시 선물을 보내자, 돌아가신 어버이를 생각하고 지은 시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유자(柚子)는 중국의 유명한  ‘육적과 애술의 고사’ 를 인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감은 떫은맛의 삽시(澁柿)와 단맛의 감시(甘柿)가 있는데, 우리나라 감은 모두가 떫은 감이고, 단감은 일본에서 개발한 감입니다. 감은 모양에 따라서 크게 반시와 대봉시가 있습니다. 반시는 넓고 납작한 모양이고, 대봉시는 원뿔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길며, 크기가 큽니다.

조선 성종 때 노사신 등이 편찬한 『동국여지승람』 에, 우리나라 감의 주산지는 경상도 합천, 하동, 거창, 의령, 함안, 청도, 전라도 해남, 광양, 함평, 곡성, 담양, 남원, 정읍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감으로 유명한 곳은 경북 청도의 청도반시가 있고, 경남 진영의 진영단감이 있으며, 곶감으로 유명한 경북 상주의 상주곶감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감나무 노거수는 많지 않습니다. 산청 남사면에는 640년의 최고령 감나무가 있고, 상주시 외남면에는 ‘하늘아래 첫 감나무’ 라는 이름의 530년 된 감나무가 있으며, 의령군 정곡면에는 유일한 감나무 천연기념물로 500년 된 감나무가 있습니다. 

감나무에서 떨어지면 3년 안에 죽는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이는 감나무 가지가 생각보다 약해서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라고 봅니다. 

 


또, 감나무에는 새가 집을 짓지 않는다고 합니다. 흔한 까치집도 감나무에 지은 것을 본적이 아직 없습니다. 새는 어지간한 태풍이 불어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견고하게 둥지를 짓는다고 하는데, 감나무 가지가 약하므로 까치 등 새가 집을 짓지 않는다고 하며, 영리한 까치는 감을 따려고, 매년 사람이 나무에 오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감나무에 집을 짓지 않는다고도 합니다.  

감나무는 한해씩 걸러서 감이 적게 달리는 해거리특성이 있는데, 대추나무와 같이, 감나무 줄기에 상처를 주거나, 뿌리 부분에 소금을 뿌려서 해거리를 어느 정도 방지했다고 합니다.

『동의보감』에서, 곶감은 몸의 허함을 보하고, 위장을 든든하게 하며, 체한 것을 없애준다고 하며, 홍시는 심장과 폐를 보호하고, 갈증을 멈추고 식욕이 나게 하며, 술독을 풀어준다고 합니다. 감꼭지는 딸꾹질과 구토 등에 효과가 있으며, 곶감의 하얀 가루인 시설(柿雪)은 진해 거담에 효과가 크다고 하고 있습니다. 

 


풋감 물을 천연염료로 무명에 물을 들인 갈옷이 있으며, 감물을 천연 방부제로도 사용을 했습니다. 목재로 먹감나무는 옷장, 문갑 등 훌륭한 목재로 사용이 되었는데, 먹감나무 목재는 감을 딸 때나 바람에 찢어진 가지 틈으로 빗물이 들어가 떫은 탄닌 성분이 목재에 퍼지면서 아름다운 먹물 무늬를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교과서에 나왔던 「호랑이와 곶감」 의 설화가 있습니다. 우는 아이에게 엄마가 “울면 호랑이 온다.”고 했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계속 우니까  “그러면, 곶감 줄께” 하자마자 아이가 울음을 뚝 그쳤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옛날 아이들에게 곶감은 최고로 맛있는 간식이었고, 귀한 것이란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2004년에 발표된 나훈아(1947~ )작사, 작곡의 「홍시」 라는 노래 가사 일부입니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눈이 오면 눈 맞을세라, 비가 오면 비 젖을세라
  험한 세상 넘어질세라, 사랑땜에 울먹일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도 않겠다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2025.11 - 국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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