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우리는 더 빨리, 더 나은 삶을 위한 큰 변화를 혁명(革命)이라고 합니다.
힘을 가진 사람들은 혁명이란 이름 붙이기를 좋아합니다만, 혁명은 어떠한 고상한 명분과 이유를 붙이더라도 필연적으로 저항이 있고, 이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폭력성과 아픈 상처를 수반합니다.
‘러시아 혁명’ 이라고 이름 지어진 변화의 과정에서, 지식인의 고뇌와 아픈 사랑을 다룬 영화 「닥터 지바고」 에서, 지바고 가족들이 고향 바리키노를 향해 갈 때의 풍경입니다.
시베리아의 광활한 하얀 눈밭을 달려가는 기차와 그 눈밭을 가득 채운 하얀색 줄기의 늘씬한 ‘자작나무’ 숲은 눈 내리는 겨울이면 가끔씩 떠오르는 풍경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자작나무는 추운지방에서 자라는 대표적인 활엽수입니다. 자작나무는 겨울에 영하 20~30도의 혹한지역, 즉 북한, 일본북해도, 중국북부, 시베리아, 북유럽, 알라스카, 히말라야 고산지대 등 북반구의 북쪽에 널리 분포하고 있습니다.
평북 정주가 고향인 시인 ‘백석(1912~1996)’ 이 1938년 함경남도 함주에서 쓴 「백화(白樺-자작나무)」라는 시의 일부입니다.
산골 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북한의 산악지역도 대단히 추운지방으로 온통 자작나무가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인데, 북한에서 시작한 자작나무는 중국북부를 지나서 시베리아를 내달리고 다시 북유럽지방으로 자작나무의 큰 띠를 두르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연 상태 자작나무숲의 남방 한계선은 북한까지라고 합니다. 따라서 남한의 자작나무숲은 조림한 것이거나, 자작나무 과(科)의 사스래나무 또는 거제수나무일 가능성이 큽니다.
자작나무는 참나무목, 자작나무과 낙엽, 활엽, 교목으로 키는 20m정도 자라며, 나무껍질은 백색이고 옆으로 벗겨집니다. 꽃은 4~5월에 피고 9월에 씨앗이 성숙하는데, 추위에는 대단히 강하며 햇빛을 좋아하는 극양수(極陽樹) 입니다. 해변에서는 잘 자라지 못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좀 생경한 「겨울동화」 같은 이미지를 제공해 주는 자작나무숲이 있는데,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입니다.

1974년부터 1995년까지 138헥타르의 자작나무 69만 그루를 조림하여 산림청이 관리하고 있는데, 이제는 나무도 많이 자랐고 특히 눈 내리는 겨울이면 이국적인 분위기를 제공해 주고 있어서 사진작가들에게 인기 촬영지가 되고 있고, 관광객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작나무는 마치 하얀 가루가 묻어 날 것 같은 눈부신 흰색에 종이처럼 얇은 껍질이 보온을 위해서 몇 겹으로 되어 있고 기름 성분이 들어 있어, 살아있는 나무의 부름켜(형성층)가 얼지 않게 보호 하도록 구조화 되어 있습니다.
자작나무 하얀 껍질은 0.1~0.2mm두께로 매끄럽고 잘 벗겨지는데,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데 사용되었습니다. 자작나무 껍질은 큐틴(Cutin)이라는 방부제 성분의 기름기로 되어 있어서 잘 썩지 않는데, 경주 천마총에서 나온 「천마도」 는 이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사용되는 말입니다. 결혼식을 말할 때 ‘화촉(樺燭)을 밝힌다.’ 라고 하는데, 이 말은 ‘자작나무 촛불을 밝힌다.’ 라고 하는 말입니다. 즉 양초가 없을 때에 신방을 밝히는 촛불 대용으로 기름기가 많은 자작나무 껍질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자작나무는 한자로 ‘화(樺)’ 또는 ‘백화(白樺)’ 라고 씁니다.

자작나무 이름은 자작나무가 탈 때에 ‘자작, 자작’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이름붙인 것이라고 합니다. 자작나무 껍질에는 생각보다는 기름 성분이 많아서 불을 붙이면 잘 붙고 자작, 자작하며 오래 갑니다. 옛날에는 부엌에 불쏘시개로 자작나무를 많이 비치했다고 하며, 산에서 약초를 캐는 사람들은 비에 젖은 날이든 눈 내리는 날이든 자작나무 껍질로 불을 피웠다고 합니다.
자작나무의 기름 성분은 방수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자작나무 수피로 지붕을 덮는 재료로 많이 사용을 했으며, 북미의 원주민들은 자작나무 수피로 카누를 만들었고, 여진족도 자작나무로 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은 산벚나무로 만든 것이 가장 많다고 하는데, 일부는 자작나무로도 만들었다고 합니다. 자작나무는 황백색의 깨끗한 색깔에 무늬가 아름답기 때문에 목재로도 우수해서, 가구를 만들면 오랜 세월 벌레가 먹거나 뒤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무와 관련해서 우리나라에 소나무 문화가 있다면, 일본에서는 히노끼(편백나무) 문화가 있고,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은 자작나무 문화가 있습니다. 핀란드나 러시아에서는 사우나 속에서 자작나무 잎이 달린 가지로 자기 몸을 툭툭 두드리는데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특히 숙취를 제거하는데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고로쇠나무 수액처럼 북유럽에서도 자작나무 수액을 뽑아서 마시는데, 북유럽에서는 가공하지 않는 자작나무 수액을 주스처럼 그냥 마신다고 합니다. 자작나무 수액은 약간 달콤하면서 사포닌 성분이 있어 쌉쌀한 맛이 나며 음료로 상당히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자작나무껍질에는 ‘베툴린산’ 이라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어서 진해, 거담, 항균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 자일리톨 성분은 천연감미료로 사용도 하고, 치아의 에나멜 층을 보호하여 충치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도 합니다.
십 여 년 전 한 동안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차가(Chaga)버섯이 있었습니다. 주로 추운지방의 자작나무 등에 기생해 성장하는 약용버섯으로 주로 가루를 만들거나 잘게 잘라서 차로 우려서 마시는 것인데, 차가 버섯은 항암이나 항산화작용, 면역 강화에 유용한 성분이 있어 연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으로 러시아에 벌목공이 많이 갔는데, 주로 자작나무를 벌목하면서 채취하는 차가버섯을 부수입으로 북한으로 보내고, 다시 중국 단동을 경유하여 인천으로 많이 들어 와서 건강식품으로 잘 포장되어 비싼 값으로 판매가 되었습니다.
「선녀와 나무꾼」 전설 이야기는, 전래 동화로, 드라마, 영화, 노래, 뮤지컬 까지 있었기 때문에 우리국민이 다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 됩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자작나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아는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백두산을 중국에서는 장백산(창바이산)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백두산에 오르면 장백폭포 아래 2헥타르 정도 넓이의 자연호수 소천지(小天池)가 있는데, 이 호수를 중국 사람들은 하얀 자작나무숲이 호수를 은색 가락지 모양으로 감싸고 있다고 해서 은환호(銀環湖)라고 부릅니다. 이 은환호가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의 발상지입니다.
즉 나무꾼은 이 은환호 주변의 자작나무 나무꾼이었고, 선녀들이 은환호에서 목욕을 할 때 날개옷을 자작나무에 걸어 놓는데, 나무꾼에게 은혜 입은 사슴이 가르쳐 준대로 이 날개옷을 슬쩍한 사건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되는 것입니다.
최상수 교수(1918~1995)가 쓴 『한국민간 전설집』 을 보면, 「선녀와 나무꾼」이야기는 만주, 몽골, 러시아 동부지역에 널리 전해지는 「백조처녀」의 설화와 비슷하기 때문에 백조처녀 의 또 다른 버전의 하나라고 보고 있습니다.
최상수 교수는 우리나라의 설화는 대부분 권선징악(勸善懲惡)을 주제로, 결국은 악한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보통인데, 이 「선녀와 나무꾼」은 우리나라에서 그 시대가 강조하는 가치 개념에 따라 버전이 달라져서, 어떤 시대에는 행복한 결말이 되고, 어떤 시대에는 슬픈 결말이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2025.11 - 국진)
'국진이의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국진이의 이야기] 2월 13일(금) - 고로쇠나무 (4) | 2026.02.13 |
|---|---|
| [국진이의이야기]11월 21일(금) - 인동(忍冬)덩굴 (4) | 2025.11.21 |
| [국진이의이야기]11월 12일(수) - 은행나무 (2) | 2025.11.12 |
| [국진이의이야기]11월 7일(금) - 감나무 (3) | 2025.11.07 |
| [국진이의이야기]11월 5일(수) - 담쟁이덩굴 (3) | 2025.11.05 |
